정부가 2월6일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내용은 매우 실망스럽다.

정부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학교의 인성교육 부족, 교사와 학부모의 지도부족, 인터넷·게임·영상매체의 영향이라 한다. 전문가 집단은 물론 대부분의 국민이 생각하는 진단과 터무니없이 차이가 난다. 그 결과 교사와 학부모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며 처벌위주의 대책을 나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학교폭력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은 정부의 실책이다.

첫째, 처벌위주의 대책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해온 지 10년이 지났다. 처벌위주의 학교폭력 대책이 10년이 지난 오늘 오히려 학교폭력이 증가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1. 교과부가 발표한 대책 중 학교폭력자치위원회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여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학생, 학부모를 협박하는 거와 다름없다. 다수의 학생들은 대학입시보다 오늘이 행복한 학교를 원한다.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항을 기록하는 것은 오직 영수 중심의 입시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을 낙인찍어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무서운 배제 논리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학교폭력의 책임을 묻고 있는 교과부의 태도는 비정규직, 실업자 가정의 아이들을 우리사회에서 배제하겠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2.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나 2009교육과정에서 보듯이 졸속적인 집중이수제와 영수 중심의 입시제도가 있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들이 음·미·체 교과를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며 한 학기 또는 한 학년에 몰아서 이수하는 현실에서 어찌 다양한 인성교육이 가능할 것인가.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여 영수 등 지식과목의 이수단위를 축소하여 인권교육 평화교육을 수업 시수로 의무화하고,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선발입시제도, 평가 제도를 고쳐야 한다. 이러할 때 교사들의 학급운영이나 교과수업을 통해 다양한 인성교육, 체험교육, 학생참여적인 협력적 수업도 가능하다.

3. 복수담임제 등의 대책도 행정적 편의주의식으로 보는 시각을 고쳐야 가능하다. 부담임제와 복수 담임제는 성격이 다르다. 현재도 부담임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부담임의 학생지도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없다.

정부 대책으로 제시된 복수 담임제는 전교조가 제시한 공동(복수)담임제를 기계적으로 채용하긴 했으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이 40명인 학급에 대해 두 명의 교사가 담임을 맡게 되면 담임교사 1명이 20명씩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조·종례를 비롯한 각종 학급활동을 통해 담임교사가 학생을 면대면하여 지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학교 규모를 제한하고 학교당 학급수를 18학급 이내로 하여 유휴 교실을 학급활동이 가능하게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일부학교에서는 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이러한 학생지도가 이루어져 많은 학생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4. 또한 일부 생활지도담당 교사들에게 인센티브(승진 혜택)을 주는 방식은 대다수 현장교사들을 방관자로 머물게 하는 대책에 다름 아니다.

대규모 과밀학교, 과밀 학급 등 후진적인 학교환경, 행정업무 중심의 교사 업무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OECD 국가들의 최근 교육개혁과 비교할 때 후진적인 교육환경에서 21세기형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인정욕구에 따른 학생 맞춤형 지도를 위해서는 산업화시대의 학생지도방법으로는 안 된다.

시범학교 운영 방식, 대가를 지불하는 성과주의, 결과중심의 시혜적 방식은 몇 개 학교에서는 성과를 볼 수 있지만 일상화된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으로는 미흡하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중심은 당사자인 교사, 학생, 학부모가 되어야 하며 특히 교사가 핵심이어야 한다. 당사자들이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특히 교사의 경우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대면하며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대책에는 교사의 역량을 키우고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설정하는 내용이 없다. 여전히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에서 교사는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이슈화될 때마다 소위 전문가들이 대책을 만들어 왔지만 학교폭력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사실을 정부는 진정 모르는가?

둘째, 정부는 국민이 느끼는 근본문제에 답하기 바란다.

1. 객관적인 통계자료(학교알리미사이트)에 드러나는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이명박정부 들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건 수는 참여정부보다 3배 이상 증가(2005년 2518건, 2010년 7823건)했고, 중학교가 2005년 1436건에서 2010년 5376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가 줄기차게 진행한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차별적 고교서열화 정책에 의해 우리사회의 입시만능 경쟁시스템이 고등학교를 넘어 중학교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우려가 과연 기우인가?

2.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은 지나친 경쟁시스템과 학벌사회에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 학교정보공시, 일제고사, 교원평가 정책의 결과이다. 오직 성적만을 중시하며 친구간의 경쟁, 학급과 학급 간의 경쟁, 학교와 학교가 경쟁하는 서열화 된 학교체제와 학벌사회가 그 원인이다. 경쟁사회에서 승자가 될 수 없는 다수의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폭력이라는 왜곡된 행동양식으로 표출하거나 의욕이 상실된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가는 것이다.

정부는 학교가 입시학원화 되어있는 현실, 지나친 경쟁위주의 평가와 선발제도가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은폐하지 말라.

3. 폭력적인 학교 문화가 학교 폭력의 악순환을 조장한다. 돌봄과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오직 승자독식의 1등만이 인정받고 다수의 학생들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과 배제, 은폐와 소통부재의 학교문화가 문제이다. 학교장의 권위적인 학교지배문화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소통구조를 만들기보다 무사안일과 성과주의에 빠져있다. 우리사회의 폐쇄적인 학교문화는 자녀를 길러본 대다수 국민들이 체험한 사실이다.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없고 상명하달식의 관료주의에 물들어있다. 현장에서 협력적인 교사 문화와 민주적인 토론문화가 왜 실천되고 있지 못한 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정부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요구가 어떻게 학교장이나 왜곡된 승진 구조에 메여 있는 교사들에 의해서 외면되고 있는지 현장의 교사,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4. 처벌보다 학생들의 치유와 건강한 성장을 통해 교육적 성취가 이루어져야 한다. 과도한 사교육비와 공교육비, 청년실업의 증가, 계층의 사다리는 저출산사회, 맞벌이사회, 장시간노동사회, 고령출산 사회를 만들어 가족공동체와 지역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다. 현재 아동(학생)은 근대화산업화시대의 성장기와 다른 가족환경과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가지고 있으며 인터넷,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애늙은이가 되어 있고 급변하는 한국사회에서 매사가 생존의 위기에 몰려있는 세대이다. 대다수 학생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악순환 고리 속에 살고 있다.

5. 학생의 행복이 최우선이다. 어떠한 폭력도 거부하는 민주주의교육, 인권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OECD 국가들은 아동권리와 청소년권리을 가장 중요한 인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가정,학교, 사회는 미래세대인 아동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돌봄의 확대, 공평한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거부하면서 학교폭력을 범죄로만 취급하고 가장 비인권적인 방식의 대책을 마련한 정부는 교육적 양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셋째, 전교조는 처벌위주의 교과부 대책에 반대하며 근본적인 학교혁신 10대 과제를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과도한 학습노동과 사교육비, 학업스트레스를 양산하는 지나친 경쟁위주의 일제고사 및 입시선발제도, 학교정보공시제도를 폐지하라.

2.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지도와 인성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급당학생수 감축, 교원정원확보 등 21세기형 교육여건을 구축하라.

3.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틀을 벗어나 창의인성교육과 문화예술체육 교육 등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하라.

4. 학교폭력의 원인 중 하나인 소통부재와 리더쉽·학교운영철학이 부족한 제왕적 학교장 임명제도와 승진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라.

5. 경쟁과 성과주의 강요로 인한 개인주의적 교사문화를 일소하고 교육활동과 행정업무를 분리하여 협력적, 집단적 교사연구활동 구조로 개편하라.

6. 교육의 주체인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를 보장하고,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의 활성화를 위해 학교구성원에 의한 학교자치제도를 법제화하라.

7. 전근대적인 체벌과 처벌위주의 학생생활교육 방식를 일소하고 학생인권보장과 학생참여를 통한 인권친화적인 생활지도 방안을 제시하라.

8. 학교폭력의 원인별 진단과 가해자·피해자의 교육적 치유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교원단체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대책기구를 구성하라.

9. 학생들의 정신적, 심리적 질병, 학업 스트레스 등의 학생건강권과 학습부진 등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치유시설, 돌봄시스템을 마련하라.

10. 등교정지보다 가해학생들의 일시격리와 상담 및 교육적 벌을 위한 전문상담교사, 학교단위의 대안교실 및 지역단위의 위탁교육시설, 교육기관, 법정교화시설을 확충하라.

넷째, 전교조는 처벌·배제 위주의 정부 대책에 대해 수정보완을 촉구하며 국민과 함께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전면적인 학교혁신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아이들이 죽어가면서도 교사를 상담대상자로 찾지 않는 현실에 깊은 책무성과 미안함을 느낀다.

1. 우리는 조합원 한명 한명이 아이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상담, 소통 연수를 진행하며 이를 위한 자료개발에 힘쓸 것이다. 그리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그동안 꾸준히 실천해온 사례들을 공유하고 함께 실천 할 것이다. 학교가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희망의 공동체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 우리는 소중한 생명체요 인격체인 학생의 요구와 필요에 반하는 두발 금지, 체벌허용 등 의 전근대적인 생활지도 방안에 반대하며 인권친화적인 학생생활지도를 위해 국제 기준의 학생(아동) 인권법 제정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3. 우리는 학생들이 가해자·피해자로 악순환되는 학교폭력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학생 모두에게 맞춤형 교육과 돌봄이 보장되도록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교육예산 확보를 요구할 것이다.

4. 우리는 어린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노동과 학업스트레스를 강요하는 지나친 경쟁과 선발제도, 사교육시장, 학교평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5. 우리는 2012년 총·대선과 관련해서 정치권에 이미 학부모와 교사들의 열열한 호응을 얻고 있는 배움과 돌봄의 공교육모델인 혁신학교 확대를 요구하고, 학생의 심리적 정신적 질병 치료,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치유시설, 돌봄시설, 공립형 대안학교를 공약화하는 운동을 진행할 것이다.

6. 우리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어른들의 무한 책임과 ‘마을이 학교이다’라는 지향으로 지역사회가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학교와 연계하여 민주적인 생활공동체 교육을 실현하도록 소통하고 참여할 것이다.

7. 우리는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도외시한 채 서민 자녀들의 일시적인 일탈조차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여 영원히 사회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정책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이에 반대하는 서명운동, 기록 금지 운동 등 강력한 행동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종합계획을 2월 11일 전국대의원대회를 통해 채택하고 전면적인 학교혁신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www.eduhop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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