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동아시아 소속 환경운동가 3명이 지난 4월2일 홍콩을 출발해 이날 낮 12시30분경 인천공항을 통해 방한하려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입국을 거부당했다.

홍콩과 베이징, 타이페이 그리고 서울 등 4곳에 사무소를 둔 그린피스 동아시아(Greenpeace East Asia) 소속인 이들은 사무총장 마리오 다마토(Mario Damato), 조직국장 컹 풍카(Keung Fung Ka) 그리고 한국사무소 책임자 라시드 강(Rashid Kang)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들의 입국거부 이유는 법무부가 이들을 ‘국익유해자’로 지정했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4월2일 저녁 8시경 인천공항을 출발해 홍콩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온 그린피스 국제본부 쿠미 나이두(Kumi Naidoo) 사무총장은 인천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해 이날 오후 5시30분 예정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하고 3일간의 한국체류에 들어갔다.

쿠미 총장의 입국이 허용된 이유는 그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쿠미 총장은 남아공 출신으로 만델라와 함께 평화운동을 했고 기후변화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를 이끌어온 환경운동가이다.

입국이 거절된 3명은 그동안 수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서의 그린피스 활동을 기획해왔다.

그린피스 동아시아는 작년 서울에 사무실을 열면서 한국에서 본격적인 그린피스 활동을 시작했다.

그린피스는 한국 활동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반핵과 해양보호로 삼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한국에서 원전건설을 하지 않고 태양과 풍력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를 도입하도록 하는 일과 한국의 원양어업계가 참치남획을 하지 않고 해양보호에 앞장서도록 하는 일을 주요 운동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기후행동연구소,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한국환경운동단체는 한국정부가 그린피스 활동가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을 환경운동가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고자 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그린피스는 ‘비폭력 평화행동’을 원칙으로 지구촌 환경보호활동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국제환경단체다. 그린피스의 대표자가 유엔총회에서 환경이슈에 대해 연설하는가 하면 각종 주요 국제환경협약을 다루는 자리에서도 그린피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서울에 사무소를 열기 오래 전인 1990년대 초부터 한국의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연대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특히 1997년 대만이 북한에 핵폐기물을 수출하려 할 때 당시 고건 국무총리는 국내환경운동가들의 해상시위용 선박지원 요청을 받은 자리에서 “대만과의 외교관계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며 “그린피스에게 캠페인 선박 지원을 요청해보자”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린피스 홍콩사무소 책임자가 방한해 환경운동연합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대만은 핵폐기물 수출계획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또 그린피스는 해상활동전문가를 3개월간 한국에 파견해 한국환경단체의 해상캠페인을 지원했다.

대통령이 ‘청계천복원사업’과 ‘녹색성장’을 공로로 해외에서 환경상을 수상했다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환경운동가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내쫓았다. 이런 행위는 이번만이 아니다.

2주전 반핵아시아포럼이 한국에서 열렸을 때도 일본의 반핵운동가가 입국을 거절당하고 쫓겨났다. 이런 일은 이명박 정부가 마치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잣대로 국제환경운동가들을 내쫓은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 받고 웃음을 살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원전수출과 원전확대에 열 올리는 이명박 정부가 탈원전활동을 이유로 국제환경운동가들을 공항에서 내쫓은 것은 점차 늘고 있는 원전반대 국내 여론을 의식한 치졸한 행위다.

이번 일은 5년 동안의 정책실패로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받을 일을 우려해 저지른 이명박 정부의 임기말 레임덕 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고리원전사고 은폐사건과 서울시의 원전 1기 줄이기 운동은 우리사회가 위험천만한원전에서 벗어나 친환경에너지 사회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여기에 유럽사회를 탈원전 흐름으로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그린피스가 그들의 40년 환경운동경험을 토대로 한국사회가 가야 할 탈원전시대로의 대전환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환경운동가들은 그린피스와 연대하여 후쿠시마의 교훈이 한반도에서 뿌리내리고 나아가 아시아로 퍼져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아 싹을 조금씩 틔우기 시작하는 꽃봉오리들처럼 바람과 햇빛을 타고 ‘탈핵의 봄’은 기어이 온다.

환경운동연합(www.kfem.or.kr) 염형철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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