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고졸자도 응시가 가능한 국가자격증이 늘어나고 다자녀가정에 대한 지원 혜택도 확대된다.

행정안전부는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과 합동으로 사회적 약자 배려, 다자녀가정 지원 확대, 생활안전 강화 모두 3개 분야에서 34개 제도개선 과제를 9월12일 발표했다.

◆ 국가자격시험 고졸자 응시제한 폐지 = 고등학교 졸업 후 하수처리장 운영 업무를 해 온 A씨. 신문에서 환경측정분석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환경공무원으로 특채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관련 업무를 7년 이상 해온 터라 공부를 조금만 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격 요건을 보니 2년제 이상의 대학졸업 요건이 있었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 보다 관련 분야에 더 자신이 있는데도 자격증 응시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 공직에도 고졸 채용이 확대되고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이 느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학력 차별을 폐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긍정적인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국가자격시험 응시자격에 학력제한을 폐지하고 고졸자에게도 관련분야 근무 경력이 있으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했다.

이번에 정부가 고졸자 응시제한을 폐지하는 자격증은 3개로 환경측정분석사, 소방안전교육사,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이다.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는 2013년 자격제도 시행 후 보완방안을 마련해 오는 2015년 추진예정이다.

행안부는 국가가 주관하는 자격시험 전체(665개)에 대해 고졸자 응시제한 여부를 조사했는데 대부분의 자격시험은 고졸자에게 응시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16개 자격증만 응시제한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국민의료와의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의료기사 등 13개 자격증은 관련학과의 전문대졸 이상 자격요건을 두고 있는 현행제도를 당분간 유지하고 나머지 3개 자격증은 고졸자도 응시가 가능토록 학력제한을 폐지키로 했다.

또 자격증은 아니지만 향후 먹는물 수질검사기관 기술인력 채용도 고졸자 제한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으로 고졸자에게 다양한 전문직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력의 시대가 아닌 능력과 경력의 시대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다자녀 가정 지원 확대 = 세 아이의 가장인 A씨. 주말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박물관을 가거나 휴양림을 이용한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기는 하지만 아이가 세 명이다 보니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저출산이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그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정부의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과 임신·출산에 대한 사회우대 분위기로 다행히 최근 2년간 신생아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셋째아이 출산율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다자녀가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먼저 내년부터 도시가스요금을 감면해(사용요금의 5%) 다자녀 가정의 공공요금 부담을 줄이게 된다.

또 올해까지 시행 예정이었던 다자녀가정 자동차 취득세 감면을 향후 3년간 더 연장(2015년 12월)해 승용차 등에 대해 감면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각 지자체에 다자녀가정 아동이 지자체의 공공체육시설 및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에는 이용료를 할인토록 권고함으로써 이용료 감면을 유도한다.

공립박물관과 공영주차장 이용 시 관람료‧이용료를 할인받고 국가가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의 경우 입장료도 전액을 면제받게 된다.

이번 다자녀가정 지원을 통해 출산율 제고를 유도하고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우대받는 사회적 분위기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약국 조제실 내부 볼 수 있도록 투명화 = 감기에 걸린 아이 때문에 약국에 들른 A씨. 약을 기다리면서 꽉 막힌 조제실을 보니 약사가 조제를 하고 있는 건지, 조제실에 먼지가 쌓여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수 없었다.

조제실을 투명하게 해 소비자들이 내부를 볼 수 있다면 좀 더 안심하고 약국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 당국이 약국의 위생관리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조제실 내부 위생 상태는 좋은지, 약사가 약을 짓고 있는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을 통해 조제실을 개방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내년부터는 소비자가 눈으로 조제실 내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최소한 약국 조제실 일부를 투명하게 개선토록 권장한다.

이번 조치로 약국은 조제실 위생관리에 더 철저하게 되고 소비자는 조제 과정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조제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 사회취약계층 공무원 채용시험 등 응시수수료 감면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A씨.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시험 준비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여기 저기 시험을 응시해 보는데 응시료 또한 만만하지 않다.

내년부터 사회취약계층은 경찰‧소방‧군무원‧교육공무원 채용시험 시 응시수수료를 전액 면제받게 된다.

또 관광통역안내사, 호텔경영사, 철도차량 운전면허 등 국가가 시행하는 24개 자격시험의 응시수수료를 감면받는다.

감면대상 자격증은 대예술 전문인(무대기계‧조명 등 3개), 관광종사원(관광통역안내사, 호텔경영사, 호텔관리사 등 5개), 체육지도자(경기지도자‧생활체육지도자 2개), 수산질병관리사, 보세사, 철도차량 운전면허, 항공종사자(운송용·사업용·자가용조종사 등 11개)이다.

이번 개선으로 취약계층 취업 준비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어린이집 행정처분 이력 공개 =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는 A씨. 어린이집과 관련된 좋지 않은 뉴스를 자주 접하다 보니 인근의 어린이집은 안전한지 걱정이다. 아이를 학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위생불량 급식이 제공되고 있는 건 아닌지 등이다.

문제가 있어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받은 어린이집은 인터넷에 공개해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부모들은 어린이집 사고 이력을 알 수가 없어 어린이집 선택에 어려움이 많았다. 

내년부터는 아동학대나 급식‧위생사고, 보조금 부정 수령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어린이집의 명단과 보육교직원 현황 등을 일정기간 동안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를 통해 어린이집 운영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도록 할 예정이다.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번 제도개선은 국가자격시험에 고졸자 응시 제한 폐지와 같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사회통합을 도모하고 다자녀 가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지속적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