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방, 금속화재 대응 방식

D급 소화기, 마른 모래, 소금, 시멘트, 전용 특수소화약제, 셀룰로우스 플레이크, F500

2024-07-18     윤성규 기자

최근 몇 건의 화재를 계기로 금속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언론에서는 관련하여 많은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금속화재 현장을 경험한 적이 없지만 독일에서 금속화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참고가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그림 1. 마그네슘 화재에 물을 뿌렸을 때 폭발위험성 시연(출처 : ff hofgeismar)

1. 금속화재의 특성

금속화재는 금속이 불에 타는 산화반응이다. 대표적인 가연물인 나무보다 열전도도가 1,000배가 더 큰 금속은 일반적인 덩어리 상태에서는 불에 타기 어렵지만, 아주 작은 조각이 되면 불이 잘 붙을 수 있다.

고체나 액체 유기물질의 연소형태와 마찬가지로 금속도 물체에 직접 불이 붙는 표면연소와 증기상태에서 불이 붙는 증기연소로 구분되는데, 소방에 이슈가 되고 있는 금속화재의 원인물질은 모두 증기연소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림 2. 표면연소하는 티타늄(좌)과 증기연소하는 알루미늄(우)

(1) 표면연소 : 실리콘, 티타늄, 붕소, 지르코늄

(2) 증기연소 : 칼륨, 나트륨, 리튬, 마그네슘, 알루미늄, 칼슘

이러한 금속들은 다른 금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경금속으로 주기율표 상에서는 알루미늄을 제외하면 모두 알칼리금속류, 알칼리토금속류에 배치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림 3. 금속화재 관련 소방에서 이슈가 되는 금속들

금속화재의 진압에 있어 가장 위험한 특성은 물과 반응하여 수소를 발생시키고 폭발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소방에서 사용하는 표준 소화약제인 물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례로, 알루미늄의 분말에 불이 붙었을 때 물을 뿌리게 되면, 다음과 같은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2Al(알루미늄) + 6H2O(물) ⇒ 2Al(OH)3(수산화알루미늄) + 3H2(수소↑)

알루미늄과 물이 반응하여 수산화물을 만들고 수소를 발생시키면 고열과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여 수소가 폭발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다른 금속의 화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2. 금속화재 진압용 소화약제

이처럼 금속화재에서는 물을 비롯해서 분말, 이산화탄소 등 소방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소화약제를 사용할 수 없고 별도의 특수한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발간된 Fire Dynamics 서적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표 1. 금속화재 진압용 소화약제와 진압이 가능한 금속화재(출처 : Fire Dynamics)

독일의 여러 자료를 보면 ABC 분말소화약제는 열분해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그리고 이산화탄소 소화기도 고열의 금속의 이산화탄소와 강력한 산화반응을 하려는 성질로 인한 화학반응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금속화재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그림 4. 연소 중인 마그네슘 분말에 산소와 이산화탄소 주입 결과(출처 : Mathias Peiper)

아르곤과 같은 불활성 기체는 공기보다 무겁고 반응성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층을 형성하여 산소가 금속과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다만 충분히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아르곤 차단층이 지속되어야 하는데, 넓거나 개방된 공간에서는 불가능하고 폐쇄된 보관함이나 작은 공간에서만 효과를 낼 수 있다.

독일 소방에서 독일법정사고보험의 권고(DGUV Information)에 따라 금속화재 진압에 사용하는 고체약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D급 소화기

금속화재용 D급 소화기는 소형의 소화기 형태부터 수백 kg까지 분사가 가능한 바퀴달린 대형 소화기도 있다. 금속화재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화재현장에서는 비용이나 화재진압 작전상의 이유로 모래나 소금 등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림 5. 금속분진 화재에 특수소화약제로만 화재진압을 한 사례(출처 : lockalcompass)

(2) 마른 모래

모래는 얼핏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분이 없는 상태여야 하기 때문에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모래보다는 규사모래와 같은 상업용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그림 6. 컨테이너 내 폐금속 화재에 모래를 이용해 진압한 사례(출처 :fire world)

(3) 소금

소금은 식염도 가능하지만 비용문제도 있고 대량 포장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것은 제설용으로 보관하는 소금이나 가축사료에 첨가하는 용도로 보관하는 소금을 사용하고 있다. 소금은 고열에 용융이 일어나면서 금속 표면을 덮기 때문에 질식효과가 좋지만 많은 양을 사용할 경우 폐기처리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현장에서 많은 양을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4) 시멘트

시멘트는 고운 분말 형태라서 질식 효과가 높고 평상 시 수분이 없는 상태로 밀봉 보관이 되고 다량을 구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금속화재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3. 소화약제의 보관 또는 현장 조달

금속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약제가 필요하다. 표면을 전체적으로 덮으면서 일정 두께로 덮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소방청사는 대단히 크고 소모성 물품을 보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건물들이 많지만,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금속화재는 발생빈도가 극히 낮기 때문에 다량의 소화약제를 청사에 장기간 보관하다 보면 습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독일소방의 금속화재 진압 사례를 보면 화재 현장 인근의 기업에 요청하여 대량의 소화약제를 긴급하게 실어 오도록 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기업은 제조 또는 유통을 하기 때문에 장기보관의 부담없이 항상 일정량의 모래, 소금, 시멘트가 보관하고 있기에 사전에 파악을 하고 협약을 맺어두고 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면 소방청사에 보관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을 것 같다.

4. 금속화재 진압 사례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오후 4시경 독일 뮌스터 인근의 다량의 알루미늄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그림 7). 

그림 7. 2012년 독일 알루미늄 분말 보관창고 화재 시 진압활동 사례(출처 : THW)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는 대규모의 금속화재를 우려하여 인근 소방대와 THW 연방기술지원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는 수만 리터의 마른 모래와 제설용 소금, 그리고 소방서에서 보관하고 있던 220kg의 전용 특수소화약제도 동원되었다. 

대원들은 고열이 발생하는 화점에 접근하여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방화복에 방열복 상의를 덧입어야 했다.

현장에는 THW에서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가 동원되었는데 이들 장비는 아직 연소하지 않은 알루미늄 분말 자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대량의 모래와 소금으로 고열의 알루미늄을 덮는 데 사용되었다.

모래로 알루미늄 더미를 두껍게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에서 발생한 고열의 가연성 증기가 모래 위로 분출하여 마치 가스처럼 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금속화재 대부분이 증기연소 형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모래 위에서 증기가 불이 붙는 것은 모래 속으로 침투가 잘 안 되면서 질식과 냉각작용을 하는 포소화약제를 사용해 진화했다.

이날 현장에 동원된 금속화재 전용소화약제는 소방대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수소화약제 컨테이너에 적재된 것으로 독일 많은 소방대에서 특수소화약제 컨테이너에 금속소화약제를 함께 적재하여 암롤특장차량에 올려서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그림 8. 소방대 보유 특수소화약제 암롤컨테이너와 적재된 250kg짜리 D급 소화모듈(출처 : ff pegnitz)

이 컨테이너에는 분말, 이산화탄소, 금속소화기가 소형 및 대용량으로 적재되어 있고 폼액과 혼합장치, 발전기, 조명, 보호장비 등 부속장치도 함께 세팅되어 있다. 대용량 소화모듈은 바퀴가 달려 있어 이동이 용이한 데, 내부에는 대용량 소화약제, 가압가스용기, 장거리 호스와 분사노즐이 세팅되어 있다.

5. 새롭게 등장하는 소화약제

(1) 셀룰로우스 플레이크

몇 년 전 오스트리아의 한 기업이 대학과 협업하여 새로운 금속화재용 소화약제를 개발하여 특허를 출원했다. 이 소화약제는 황산마그네슘과 붕산나트륨 등의 불연성 무기염류로 만들어진 것으로 무게가 가볍고 작은 알갱이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9는 연소 중인 마그네슘에 셀룰로우스 플레이크를 뿌렸을 때 진행되는 과정을 보인 것이다. 셀룰로우스 플레이크는 고열에 용융되면서 마그네슘 위에 막을 형성하며 질식을 시켜 화염이 발생하지 못하게 한다. 

그림 9. 마그네슘 화재의 소화에 셀룰로우스 플레이크 약제를 적용한 실험(출처 : FFZ)

이때 물분무를 사용하여 냉각을 하면 물은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지만 열전도성이 있는 플레이크막을 통해 안쪽의 마그네슘을 냉각시키게 된다. 오른쪽 사진은 막이 형성된 상태에서 물분무를 사용하여 냉각하지 않았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상단 중앙의 막이 파괴면서 재발화가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신생 소화약제에 대해서는 여러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소화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인정되었고 약제가 가벼워 운반이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화재 시 소화작업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 예방적 차원에서 리튬 및 리튬이온배터리 운반과 보관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소방에서 금속화재에 적용할 수 있는 소화약제의 하나로 권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소개된 지 2년 남짓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 소화약제를 실제 현장에 사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2) F500

이 소화약제는 90년대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만, 최근 들어 소방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진압에 있어 상당히 적응성이 좋다는 점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리튬금속이 아닌 리튬이온이 포함되어 있는 전해질이 타는 것이기 때문에 금속화재(D급)가 아닌 가연성 액체의 화재(B급)이다.

이 약제는 1~3% 용액으로 물과 섞여 분사되면서 화학적으로 구형 미셀(Micelle)을 형성하고 연료를 캡슐화하여 가연성을 떨어뜨리는 기능을 한다. 물처럼 뜨거운 증기가 형성되지 않으면서도 6~10배 더 높은 냉각능력도 가지고 있다. 

유해물질을 형성하지 않는 친환경적이며 일반 가연물과 유류화재는 물론 금속화재에도 적응성이 있다고 한다. 다량의 물과 섞이기 때문에 금속화재에는 어려울 것 같지만 분무주수를 사용하는 마그네슘 화재에 대한 사용 실험영상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10. F500 소화약제의 관창연결 사용례 및 F500 소화기 내부 구조(출처 : F500)

배터리 화재라도 보관 시설물이나 케이스 등이 같이 탈 수 있고 금속화재 역시 주변의 다른 가연물이 함께 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소화약제로 화재종류 구분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인 것으로 보인다.

6. 소화약제 개발 필요

그림 11. 소방 워크숍에서 선보이는 유리질 알갱이 금속화재 적응실험(출처 : Onetz)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금속화재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흔치 않은 화재라서 다른 종류의 화재와는 달리 그 진압 사례나 현장활동에 관한 전술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소방대원들이 기존에 정립되어 있는 금속화재 진압방법을 익히고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좀 더 안전하고 쉽게 불을 끌 수 있으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화약제의 연구와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2024년 7월18일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