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독일 소방학교 제작 전술 달력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독일 등 유럽에서는 여러 형태의 소방달력이 제작되어 판매되거나 배부되고 있다.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소방대원들의 인물 위주의 달력이 있는가 하면 소방대의 활동이나 일상을 테마로 하여 제작되는 달력도 있다.
이렇게 소방서나 의용소방대에서 달력을 제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소방서의 경우에는 대부분은 자선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의용소방대의 경우에는 자체 운영경비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렇게 상업적인 색이 적은 달력 제작에는 촬영과 달력제작을 무료로 도와주는 지역 내 스튜디오와 촬영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소방차량 제조사와 소방잡지사에서 제작하여 판매하는 달력은 순전히 상업적인 이익과 기업의 홍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아주 독특한 소방달력이 독일에서 매년 제작 배부되고 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립소방학교에서는 2013년부터 전술달력을 제작하고 PDF파일 형태로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아 인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달력에는 표지를 제외하고 각각의 월마다 한 장 분량으로 총 12장으로 구성되는데, 각 월에는 화재와 구조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전술 또는 안전사고예방과 관련된 포인트가 하나씩 제시되어 있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유익하면서도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달력 상단에 큰 글씨로 수칙 한 가지가 제시되고 아래에는 마치 웹툰과 같은 대화창이 있는 삽화가 나온다. 삽화는 상하 2개가 표시되는데 잘못된 사례는 붉은색의 큰 “X” 표시를 하고 아래에는 올바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2월의 내용을 보면, 다세대 건물의 아래층에서 화재 발생 시, 화재진압을 할 때 뜨거운 수증기가 다량 발생하는데, 건물 내부에서 계단방향으로 방수를 하면 발생 수증기가 계단 및 열린 방으로 유입되어 그곳에서 활동하는 대원들이나 구조대상자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기에 계단에서 방 안쪽을 향해 방수해야 한다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한 추가적인 방법으로 지휘관과 대원들의 무전교신을 대화창으로 보여줌으로써 현장감을 더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등장하는 대원들의 이미지는 귀여운 캐릭터를 사용하여 명료하면서도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숨은그림찾기?
아무리 좋은 내용과 좋은 그림의 달력이라도 한 장을 한 달 내내 쳐다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함이 떨어지기에 날짜나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잠깐씩 요일이나 숫자를 볼 뿐 수칙이나 그림에 시선이 가지는 않게 된다.
이 소방학교 전술달력도 12년간 제작을 해오다 보니 점점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예전에는 그림이 작고 요일과 숫자가 차치하는 부분이 넓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요일 표시도 없이 날짜를 한 줄로 바닥에 내리고 더 잘 볼 수 있게 그림을 더 크게 하고 세밀한 표현을 하고 있다.
2월의 그림에는 아주 재밌는 그림들이 군데군데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겨져 있다. 드론이 날아다니고 바닥에는 하수구를 통해 흐르는 물, 그리고 거기에 빠져서 못 나오고 있을지도 모르는 오리, 땅바닥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보석, 땅속에 굴을 파고 있는 토끼가 있다. 이것도 상하 두 개의 그림에 각각 다르게 그려져 있다.
아주 큰 부분은 아니겠지만 이런 숨겨진 작은 것들을 찾아보면서 그림에 다시 한 번 시선을 주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나름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4월 달력에는 사고현장 차량에서 나왔을지도 모르는 개의 목줄을 지휘관이 잡고 있는 모습도 있고, 7월 화재건물 내부에 걸린 액자사진에는 소방관과 경찰의 얼굴이 있고 처마 밑에는 새가 앉아 있다. 8월과 12월도 비슷한 숨은 그림 같은 것들이 있다.
내용의 이해
이 전술달력을 보면 대체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일부 그 취지나 내용의 추가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언급해 보고자 한다.
1월의 현장활동 후 복귀해서 활동시간과 잔압을 기록하라고 하는 이유는 시간당 공기소모량이 대원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의 시간 동안의 활동에서 얼마의 공기를 소모하는가를 기록에 의해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기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내부에 대원들이 진입할 때 단순히 확인을 하거나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동료구출조가 대기해야 하는데, 이때는 밖에서도 잔압을 체크해야 한다.
최저 잔압을 언급하는 것은 2명이 진입하면서 각각 잔압이 다를 수 있어서 가장 잔압이 적은 대원의 압력을 기준으로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6월 달력에 등장하는 연락원은 9인조 레스큐펌을 기준으로 하는 의용소방대의 경우에만 있는 것으로 장비의 착용이나 사용을 하지 않고 차장인 그룹지휘관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8월 달력에 등장하는 무동력 개인진화도구는 불채라고 하여 빗자루가 아니라 막대 끝에 얇고 긴 철판을 이어 붙여서 만든 것으로 불에 타지 않고 단단하며 무게감이 있어 불을 내리쳐 끌 수 있다. 이 장비는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 동서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산불진화장비이다.
9월 달력은 야외소방활동에 관한 것으로 위험요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호흡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화재진압과 구조활동을 한다.
그러나 호흡보호장비를 착용해야 구조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대원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이 경우에는 동료구출조가 대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10월은 화재현장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휘관이 빠르고 정확하게 현장상황을 파악하는 4단계 순서를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지휘관의 이 4단계 현장상황 파악이 끝날 때까지 대원들은 아무런 화재진압활동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직접 독일 소방서 실습기간 동안 현장에 출동하여 이미 경험했던 바이다. 대신 지시에 의해 장비를 착용하고 호스와 진압장비를 차량 앞에 내려 놓는 정도는 가능했다.
번역본 수정 전술달력 다운로드
독일소방의 사례지만 우리 소방에서도 참고할 만한 것들이 적지 않아 필자는 내용을 번역하고 달력을 우리 것에 맞춰 수정하여 번역본 수정 전술달력을 작성하였다. 세이프투데이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업로드 하였으니 필요에 따라 활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2024년 12월26일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