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전 소방방재청장에 이어 지난 3월18일 취임한 남상호 신임 소방방재청장도 대전현충원에 조성돼 있는 소방공무원 묘역을 찾아 참배하지 않았다. 지난 10년 넘게 소방방재청장과 소방방재청 차장,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국장 등 소방방재청 과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은 순직 소방공무원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비쳐져 왔다. 

▲ 김성연 대전소방본부장
하지만 2014년 6월부터는 대한민국순직소방관추모회(회장 박창순 초대 소방방재청 차장)와 순직 소방공무원 유가족회(회장 조순경), 그리고 대전소방본부(본부장 김성연)가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민·관 함께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대한민국순직소방관추모회가 소방방재청 소속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된다면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임기 중이나 아니면 남상호 청장 후임 청장과 함께 소방 관련 민·관·산·학이 함께 하는 진정한 의미의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 행사’를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연 대전소방본부장은 4월14일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개최된 ‘제10회 소방안전기원 및 순직소방관 추모식’ 행사에 참석해 “순직 소방공무원 가족께서는 매년 4월에 개최되는 순직 소방관 추모회 행사에 이어 오는 6월6일 현충일에도 대전 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순직방관추모회, 순직소방관 유가족회와 더 협의해야겠지만 내년부터는 6월6일 현충일 전 일요일에 ‘소방안전기원 및 순직소방관 추모식’ 행사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연 소방본부장은 또 “‘소방안전기원 및 순직소방관 추모식’ 행사가 올해 10년째를 맞는데 지금까지 소방방재청뿐만 아니라 대전 현충원 인근 소방본부에서도 추모식 행사에 대해 소극적으로 참여했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소방안전기원 및 순직소방관 추모식’ 행사가 순직 소방공무원뿐만 아니라 순직소방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고 전국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추모할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성연 본부장은 이어 “이번 1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추모회와 순직소방관 유가족회 임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추모회가 소방방재청 소속 사단법인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대전소방본부 간부들부터 정회원으로 가입하고 유가족들의 어려움도 진실되게 챙겨 현직에 있는 소방공무원들 모두가 소방가족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박창순 대한민국순직방관추모회장
초대 소방방재청 차장을 지낸 박창순 추모회장도 추모식 행사에서 “지난 2004년 처음 이 자리에서 ‘소방안전기원 및 순직소방관 추모식’ 행사를 가질 때 이 자리가 소방공무원 묘역이 아닌 일반묘역이었으나 이상민 국회의원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지난해 이 자리가 소방공무원 묘역이 됐다”며 “허귀범 소방관이 가장 먼저 안장됐고 많은 사람들이 소방관묘역이라고 불렀지만 여전히 그 묘역 이름에는 소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창순 추모회장은 또 “지난 2006년에는 일반공헌자 묘역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순직공무원 묘역에서 이제는 비로소 소방공무원 묘역으로 바뀌어 명실상부한 지위를 얻게 됐다”며 “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소중한 과제가 있는데 이는 지난 1975년부터 1994년 사이에 소방재난현장에서 순직하신 소방관 22위의 소방영웅을 이곳 현충원에 모시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창순 회장은 이어 “법에서 소급 안장을 막고 있는 데 소급안장이 추진된다면 이곳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 모셔야 되는 순직 소방관이 22위”라며 “오늘(4월14일) 추모식에서 그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특별한 의식이 있을 예정이니 소중한 그 이름들을 부르며 기억하고 이 자리에서 뵙기를 희망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식 행사에 참석한 한 유가족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군이나 경찰은 국가에서 예우해주는 데 소방은 왜 이 모양일까?”라며 “소방방재청장, 소방방재청 차장, 소방방재청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순직 소방공무원과 순직 소방공무원 가족들을 예우하지 못한다면 부하 직원들에게 어떻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존경받을 수 있을까?”라고 한심해 했다. 

추모식 행사에 참석한 또 다른 유가족은 “소방관이 근무 중 수많은 현장에서 더 이상 순직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 산화해간 순직소방관과 순직소방관  가족들에 대한 예우를 개선하는 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소방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라고 지적했다. 

◆ 2013년 10주기를 맞는 순직 소방관
- 유병욱 소방관(대구소방항공대 기장) -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묘역 묘비번호 59번
- 윤용운 문경소방서장 -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묘역 묘비번호 46번
- 장영배 소방관(경기 구리소방서) - 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하심

◆ 현충원 소급안장 추진 순직 소방관(1975년부터 94년 사이) 22명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이택수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정상태 소방관
화재출동중 순직하신 김구봉 소방관
화재출동중 순직하신 유점철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전병렬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고운석 소방관
화재출동중 순직하신 우종섭 소방관
대민지원중 순직하신 김병선 소방관
화재출동중 순직하신 신양균 소방관
화재출동중 순직하신 박학철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이길열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윤상옥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고석창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엄주원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이영현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이성우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고기종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서갑상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최낙균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이현묵 소방관
화재진압중 순직하신 윤노용 소방관
화재출동중 순직하신 김정길 소방관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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