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8일 국민안전처에 대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2015년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수많은 이슈들이 거론됐지만 단연 화제는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소방장비, 소방헬기 납품비리 등 공무원과 기업의 유착의혹, 소방공무원의 공상 처리규정의 문제, 그리고 소방의 자체 감사 문제점 등이었다.

이번 국감에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정청래, 박남춘, 김민기, 진선미, 김동철, 조원진 국회의원의 질타에 “소방공무원의 공상 처리 규정 정비, 소방장비 구매의 비리의혹 등에 대해 감사원, 검찰, 경찰과 함께 종합적인 합동조사까지 펼칠 것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1원이라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결연한 어조로 답했다.

박인용 장관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반면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답하는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과 이형철 중앙119구조본부장의 모습은 한없이 작아 보였다.

소방은 2015년 국정감사 때만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다. 2104년 국정감사 때도 그랬고 2013년 국정감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의 소방은 왜 지금의 요지경이 됐을까?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화재진압, 구조, 구급 소방공무원들은 본인들의 목숨까지 담보하면서 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데, 지방직 소방공무원이 아닌 국가직 소방공무원들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무엇이 진정 대한민국 소방조직을 위하는 것인가? 역대 소방의 큰 사건들을 떠오르게 한다.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꾀어졌나?

소방직이 아닌 일반직으로 의욕적인 소방방재의 제도적 기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박연수 옛 소방방재청 청장은 지난 2011년 류충 당시 충북 음성소방서장의 ‘서민중심의 119 생활민원 서비스를 경시하는 소방방재청장의 대국민 사기극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글 게시 때문에 결국 2011년 7월21일 경질됐다.

소방조직의 ‘쿠데타’로까지 표현되기도 했다. 이기환 소방방재청 차장이 후임 청장으로 내정됐고 이기환 청장은 2011년 7월22일 취임했다.  

일반직 청장 밑에서 소방총수로서 온갖 수모를 겪었던 이기환 차장은 청장이 된 후 일반직 차장인 방기성 차장을 거의 똑 같이 대했다. 소방직 청장이 일반직 차장을 소방직 공무원들로부터 다양한 수모를 겪게 했다. 

당초 정부조직법 상 소방방재청은 청장이 소방직이면 차장은 일반직, 청장이 일반직이면 차장은 소방직이 맡도록 했다. 일반직과 소방직이 서로 장점을 살려 조직을 효율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면서 일반직은 일반직대로, 소방직은 소방직대로 내부 조직적 모순에 빠졌다.   

이기환 청장이 잘했으면 좋았다. 하지만 청장이면서 지역 소방본부장인 심평강 전 전북소방본부장을 직위해제 시키고 총감인 청장과 준감인 소방본부장이 진흙탕 싸움을 연출했다. 결국 2015년 9월 이기환 전 정창이 대법원까지 끌고 간 소송에서 심평강 본부장이 승리했다. 

박연수 전 청장 시절 청장 비서실장을 맡았던 손은수 소방본부장과 김영석 소방정책과장도 명예롭지 못하게 소방제복을 벗었다.

세월호 사태 여파도 있었지만 2014년 국감이 끝난 후인 2014년 10월31일 고시출신으로 총망을 받았던 조성완 차장도 공직을 마감했다. 당시 소방직이었으나 정무직으로 취임했던 남상호 청장도 함께 옷을 벗었다. 소방직 공무원들이 보기에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청장과 차장이 낙마했고 국민안전처가 탄생하면서 초대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옛 소방방재청 청장, 소방총감)에 대한 후임인사도 소방조직의 허약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제복 공무원들의 순리라면 당시 권순경 서울소방재난본부장과 이양형 전 경기재난안전본부장 중 한명이 소방정감에서 소방총감으로 승진해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을 맡았어야 됐다. 하지만 권순경 본부장과 이양형 본부장을 재치고 당시 119구조구급국장(소방감)이었던 조송래 국장이 19일만에 2개 급을 초고속으로 승진하면서 중앙소방본부장이 됐다. 조송래 본부장이 소방총감으로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몇 년째 순리에 반했던 소방조직의 인사로 인해 자체 감사나 자체 비리를 예방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대다수의 소방 공무원이 순응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인사가 반복되면서 소방 전체가 멍들어 이제는 아주 큰 외부 충격에 기대야만 순수 제복공무원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국정감사는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대대적인 조직변화를 주문한 감사였다. 스스로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저버리고 스스로 자정능력까지 상실한 소방조직에 대한 질타를 국회의원들은 소방총수인 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에게 주문하지 않았다.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박인용 장관에게 강도 높은 사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문했다. 박인용 장관은 “감사원, 검찰, 경찰과 합동조사를 벌여 비리의 고리를 끊겠다”고 결연한 의지까지 보였다.

하지만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내 조직 생리를 잘 알지 못하면 ‘소방장비 구매 등 비리’를 조사하면서 도려내야 할 살은 놔두고 성장판만 제거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2015년 국정감사를 마치면서 박인용 장관에게 기대해본다. 박인용 장관은 소방조직의 우를 바로 잡기 위해 감사원, 검찰, 경찰을 동원하면서 소방조직의 생리를 아주 잘 알면서 이해관계가 아주적은 전직 소방 고위직 공무원을 꼭 찾아 중요한 임무를 맡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안전처의 환골탈태, 대한민국 소방의 환골탈태를 기대해 본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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