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웅 한국소방시설협회 회장
국민의 생활지수가 높을수록 안전이나 행복지수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그러한 상태가 되기를 원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전한 상태란 위험 원인이 없는 상태 또는 ‘위험원인’이 있더라도 인간이 위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대책이 세워져 있고 그러한 사실이 확인된 상태를 뜻한다.

‘위험원인’에 불(火)을 대입해보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인간이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대책이 세워져 있는 상태가 안전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대책’이란 무엇일까? 바로 적법하게 설치․관리된 소방시설이라 할 수 있겠다.

소방시설로는 불을 끄는데 사용되는 소화설비, 화재발생 사실을 알려주는 경보설비, 화재 발생 시 피난에 사용되는 피난설비,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을 공급·저장하는 소화용수설비,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에 사용되는 소화활동설비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소방시설 공사의 목적은 귀중한 인명과 소중한 재산보호에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 확보와 재산보호를 위해 설치되는 소방시설은 여전히 불공정 하도급 속에서 부실시공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소방시설공사는 건설공사에 포함돼 일괄발주 되고 있기 때문에 소방업체는 입찰에 참여할 기회조차도 없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4호에서는 소방시설공사를 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문화재수리공사와 마찬가지로 건설공사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즉, 기본법으로서 건설 산업전반에 걸쳐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일반건설공사와 소방시설공사를 분명하게 구분해 분리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기(1976년), 정보통신(1971년), 문화재 수리(2003년)공사는 각 개별 법에서 분리 발주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소방만 2016년 8월22일 현재까지 별도의 규정이 없다. 이에 관행적으로 국가계약법(시행령 제68조)에 따라 일괄발주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소방시설공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능력, 노하우에 대한 고려도 없이 소방시설공사업을 등록할 수 있는 법적 요건만을 갖춘 종합건설업체가 소방공사를 수주한 후 최저가의 금액으로 하도급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시공하는 전문 소방시설공사업체는 발주금액의 절반수준으로 공사를 할 수 밖에 없고, 결국에 부실공사를 하게 되는 현실로 내몰리게 된다. 이렇게 저 품질로 부실 시공된 소방시설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동작하거나 잦은 고장으로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큰 문제는 화재 발생 시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무고한 국민이 희생을 당하고 막대한 재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소방시설공사를 분리 발주하더라도 건설 또는 전기공사업체 등은 소방시설공사업 면허만 갖추고 있다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공사도 할 수 있다.

이는 건설업체(대기업)와 전문소방업체(중소기업)가 대등한 관계로 공정한 경쟁을 겨루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전문소방업체의 입찰참여로 진입장벽을 허무는 길도 된다. 

이에 발맞춰 소방시설공사의 분리 발주를 위한 협회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2011년 전남을 시작으로 경기, 대구, 세종, 인천, 광주, 경남, 부산, 전북, 강원, 대전, 경북, 충남 모두 13개 시․도에서는 이미 분리 발주 조례가 제정돼 공포·시행중에 있다.

아직 미 제정된 서울, 울산 등 4개 시․도는 앞서 언급했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앙부처 등과 긴밀한 협조를 해나갈 예정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안전, 국민은 우수 품질 시공으로 안전한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고, 발주자는 하자보수가 신속·명확하여 유지관리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소방시설업체는 불공정 거래행위의 차단으로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소방시설공사 분리 발주 제도가 어서 빨리 도입돼야 하는 이유이자 당위성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2016년 8월22일
최영웅 한국소방시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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