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에 따라 인명구조, 화재진압, 수색 및 구조 활동 등에 한정해 쓸 수 있는 소방헬기가 시의원, 외국인의 현장 시찰과 행사 축하비행, 각종 카메라 촬영 등에 쓰인 것이 밝혀졌다.

국회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 을, 행정안전위원회)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소방헬기가 법정 업무 외로 쓰인 건수는 중앙119구조본부 4건(카메라 촬영 4건), 부산 4건(시정업무지원 2건, 행사지원 2건), 전북 1건(시정업무지원 1건), 경북 1건(행사지원 1건), 경남 1건(행사지원 1건) 등 총 11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9월29일 밝혔다.

현행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방헬기는 ▲인명구조 및 응급환자의 이송 ▲화재 진압 ▲장기이식환자 및 장기의 이송 ▲항공 수색 및 구조 활동 ▲공중 소방 지휘통제 및 소방에 필요한 인력·장비 등의 운반 ▲방역 또는 방재 업무의 지원 등에 한해서만 쓸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

사례별로 보면 부산의 경우 작년 1월 시의원 5명이 관내 관광단지 등을 현장 시찰하는 목적으로 소방헬기를 사용했으며, 올해 4월에는 부산시 공무원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기 위하여 소방헬기를 썼다. 그밖에 지난해와 올해 1월에는 해맞이 행사의 축하비행을 위해 소방헬기가 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역시 지난해 8월 전북도청 공무원과 지역 행사 유치 관련 외국인 관계자가 헬기에 탑승했으며, 경북의 경우 올해 6월 도청 공무원들이 울릉도에서 열리는 독도수호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헬기를 썼다.

경남은 작년 5월5일 창원시 용지공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큰잔치의 축하비행을 하기 위해 소방헬기를 출동시켰다. 중앙119구조본부의 경우 소방의 날 홍보, 방송사 취재 등 각종 카메라 촬영을 위해 소방헬기를 썼다.

한편 홍철호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소방헬기를 보유하고 있는 전국 15개 광역지자체 중 소방헬기를 법정 업무 외로 쓸 수 있도록 지자체 규칙을 정한 곳은 전체의 53%인 서울, 부산, 인천,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서 소방헬기를 인명구조 등 재난관리업무에만 한정해 쓸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바, 해당 지자체들이 제·개정한 규칙들은 현행 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전남의 경우 소방헬기를 ‘귀빈공수’와 ‘도청 행사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했으며 서울, 부산 등은 ‘시정업무’에 항공 지원을 할 수 있게 기준을 정했다.

이처럼 법률로 정한 목적 외로 소방헬기가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각 헬기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홍철호 의원은 “소방헬기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아무 일이 없어도 긴급상황 발생을 고려해 24시간 긴장하면서 비상대기 해야 한다”며 “소방헬기가 현장시찰용과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축하비행 등에 쓰인 것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며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현행 법령에서 소방헬기를 재난관리업무에만 쓰도록 정했는데 지자체가 임의적으로 자체 규칙 내용을 바꿔서 목적 외로 활용한 것은 ‘법령 위반 사항’이다. 소방헬기가 인명을 구하는 고유 목적대로 쓰일 수 있도록 각 지자체는 문제규칙을 조속히 올바르게 개정해야 하며, 각 시도소방본부는 소방헬기 출동내역을 대국민 상시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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