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는 서해대교, 인천대교, 광안대교, 거가대교, 울산대교 등과 같이 해협을 횡단하는 대형 해상교량이 완공됐거나 건설 중에 있다. 또 외국에서도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초대형 교량 프로젝트가 다수 추진되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알 만데브 대교, 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브롤터 대교, 러시아-알래스카를 연결하는 베링해협 대교 등 세계는 멀지 않은 미래에 교량을 매개체로 해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실 기초연구팀(정문경 연구위원)은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6년에 걸쳐 ‘고효율 하이브리드 대형 기초공법’ 연구를 추진 중에 있다고 12월22일 밝혔다.

이 연구는 내구성과 경제성이 우수한 강관합성 현장타설말뚝 공법을 장대교량 기초로 활용하기 위한 합리적인 설계 및 시공기준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대교량을 건설하는데 드는 재료나 비용을 보다 절감할 수 있다.

해상에 건설되는 초대형 교량은 케이블교량 형식으로, 주경간(교각과 교각사이의 거리)이 증가됨에 따라 주탑규모도 매우 커지게 돼 주탑을 지지하는 하부기초도 대형화되고 있다. 대형 교량을 지지하는 다양한 기초형식은 경제성, 안정성, 시공성 등에서 유리한 현장타설말뚝이 널리 적용되고 있다.

▲ 해양환경에서 강관합성말뚝의 부식정도
▲ 해양환경에서 강관합성말뚝의 부식정도
현장타설말뚝은 지반굴착으로 인한 공벽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강관케이싱(철근콘크리트를 채워 넣는 강관)을 설치한 후 내부에 철근콘크리트를 시공하게 된다.

이때 외부에 사용된 강관케이싱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해상조건에서는 회수되지 못하고 현장에 그대로 남겨지게 된다. 그러나 현장타설말뚝에 대한 기존 설계법 및 시공법은 강관케이싱을 희생강관으로 간주하고 구조부재로 설계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며 강관케이싱의 재료비 낭비를 초래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강관케이싱 설치
▲ 철근망 설치
임시 케이싱으로 사용되던 희생강관을 영구적인 구조재로 설계에 반영하면 합성으로 일체화된 기초재료의 강성증가와 지지력증가 효과를 바탕으로 기존 현장타설말뚝 대비 더 큰 하중을 지지할 수 있게 되고 말뚝 본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강관합성 현장타설말뚝 기초는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장대교량 등 대형 구조물의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기초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 콘크리트 타설
강관합성 현장타설말뚝은 강관에 의한 부재력 증가와 강관에 의해 구속된 콘크리트의 강성 및 강도증가로 인해 지지력 성능이 더 향상된다. 모형 말뚝 재하시험 결과 강관합성말뚝의 극한 연직하중은 강관 및 철근콘크리트의 개별적인 극한하중의 합에 비해 약 30% 이상 증가된 결과를 보여줬다. 또 말뚝재료의 강도 이상으로 하중을 재하한 현장재하시험 결과에서는 강관 합성말뚝의 최대 연직하중이 기존 현장타설말뚝 대비 2.2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희생강관의 구조적 역할에 대해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강관합성 현장타설말뚝은 말뚝재료의 지지력이 증가하는 반면 내구연한 동안 강관이 구조재로써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양환경에 노출되는 강재는 비교적 빠르게 부식된다. 특히 비말대(splash zone) 구간은 강재의 부식속도가 연간 0.6~0.8mm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에 해상공사에서 강관을 영구부재로 사용할 경우 부식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강관말뚝에 적용되고 있는 방식기법에는 내해수강 적용기법, 페트로레이텀 테이프, 세라믹 코팅, 폴리에틸렌 등의 유기라이닝 방식기법, 금속코팅 방식기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금속코팅은 내충격성, 내마모성, 피막 접착강도 등이 가장 우수해 내구수명 100년을 가지는 강관 합성말뚝의 최적 방식기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해양환경에서 외부에 노출되는 합성강관이 구조재로서 발휘하는 성능을 내구연한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관합성 현장타설말뚝의 경제성 향상은 강관합성에 의한 지지성능 증가에 기인한 말뚝본수의 감소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 강관의 방식처리에 따른 비용이 증대되므로 전체적인 경제성 판단이 필요한 바 이를 고려해 서해대교와 인천대교를 대상으로 비교설계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를 분석했다.

서해대교의 경우 직경 2.0m 말뚝은 기존 현장타설말뚝 대비 강관합성말뚝은 104억원에서 72억원으로, 직경 3.0m 말뚝은 99억원에서 74억원으로 25~31% 수준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인천대교의 경우 직경 3.0m 말뚝은 기존 현장타설말뚝 대비 강관합성말뚝은 13.4억원 정도 공사비가 절감돼 기초를 포함하는 주탑기초 전체 공사비는 최소 약 12%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 장대교량 형식으로써 강관합성 현장타설말뚝은 성능 및 내구성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강관합성을 고려한 설계와 시공으로 기초공사 건설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점차 증가하고 있는 대형기초 수요에 맞춰 강관합성 현장타설말뚝 기초의 재료, 해석, 설계 및 시공과 관련된 기술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말뚝 기초공법의 국제적 경쟁력 향상과 새로운 수요창출 및 적용분야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용어설명

▷ 하이브리드(hybrid) : 물체 또는 기능이나 역할이 하나로 합쳐져 합성됨
▷ 하이브리드 기초 : 강관과 철근콘크리트가 결합되어 일체화된 강관합성 현장타설말뚝을 의미함
▷ 현장타설말뚝 : 미리 제작된 말뚝 대신 현장에서 굴착기계로 정해진 깊이까지 지반을 천공하고 철근망을 삽입후 콘크리트를 타설하여 형성하는 말뚝
▷ 희생강관 : 현장타설말뚝 시공시 지반을 굴착하는 동안, 지반이 연약한 경우 공벽이 무너지게 되므로 공벽을 형성하기 위해서 강관케이싱을 넣게되며, 이 강관케이싱은 지반 속에 묻혀 회수가 불가능하여 재활용이 안되므로 희생강관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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