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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병원 화재 시 대피와 구조’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2018년 02월 01일 (목) 14:57:04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지난 2005년 초 독일 남서부 뮐하임 지역에 파견 교육 실습 중 그곳에 새로운 병원이 준공됐다. 개원 전 1층 로비에서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게 됐는데 본격적인 시설 가동 전이라 유사시 안전조치를 위해 의용소방대원들과 함께 병원에 배치돼 각종 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다.

   
▲ ◆ 사진 1 - 병원 대피훈련 - 방화 구획된 넓은 복도실이 환자집결 및 치료장소(사진 : 오스트리아 적십자)
 

그 때 나를 안내하던 대원이 복도의 큰 미닫이문을 닫으면서 그 방화문의 역할에 대해 “병원에 불이 나면 환자들이 바깥으로 대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구역에서 대피해 오는 환자들을 안전하게 수용하는 것을 감안해 설치된 문”이라고 설명해 줬다.

이처럼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에서는 대부분 다층 구조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됐을 때 인명 구조와 대피라는 개념이 “빠른 시간 내에 건물 밖으로 탈출해야만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 ◆ 사진 2 - 화재발생 후 시간경과에 따른 조치 및 시설내화한계(www.nofaevaku.org)

독일의 원칙과 동일하지만 오스트리아 그라츠 소방서의 ‘다층 구조 병원에서 화재 발생 시 대피 원칙(2014년 안내문 8호)’은 다음과 같이 정리돼 있다.

 1단계 : 있던 방에 그대로 대기한다.
 2단계 : 연기 또는 방화구획으로 수평(같은 층) 이동한다.
 3단계 : 다른 층으로 수직 이동한다.
 4단계 : 옥외로 대피한다.

물론 이러한 원칙을 정하는데 있어 전제 조건이 있다. 병원의 소방시설이 어느 정도까지는 역할을 해주고 병원 자체의 직원과 의료 인력의 도움이 일정시간을 지탱해 준다는 것이다.

   
▲ ◆ 사진 3 - 병원의 구조구획의 설정과 활용 예시(Nofaevaku 볼프강 하그 교수)

또 소방대가 대피장소에 진입해 구조 도움을 주는 시간을 화재발생 후 대략 15분으로 예상하고 있는 데 화재발생에 따라 각 방화시설이 화염과 연기로부터 버텨줄 수 있는 시간과 이를 근거로 병원직원과 소방대가 구조와 대피에 참고해야 하는 타임라인은 사진 2와 같다.

따라서 불이 쉽게 번져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 병원이 불길에 휩싸이고 사방에 연기가 퍼져 있는 상태의 경우에서는 전혀 적용하기 어려운 대피 개념이다.

   
▲ ◆ 사진 4 - 병원 건물 내 대피집결장소 사례(www.nofaevaku.org)

독일의 병원에서 방화구획을 정하고 구획간에 사람들이 수평 또는 수직 이동하는 것에 대해 예시 사진 3과 4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병원의 각 병실은 인접 병실에서 몰려드는 환자나 침대를 추가로 들여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대피해 유입되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병실에 추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방화구획 안에서 넓은 공간이 있는 곳을 환자집결지로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 사진 5 - 대피 마스크를 착용시켜 다수의 요구조자 구조(독일 인터넷 언론 NNN)

사진 1에서 볼 수 있듯이 환자 등 대피하는 사람들의 거동능력을 기준으로 복수의 방화구획 내에 유사시 집결장소를 지정했다.

   
▲ ◆ 사진 7 - 병상 침대 매트리스를 이용한 수직대피(EVTEX 사)
큰 병원의 경우 식당이나 세미나 실 등이 있긴 하지만 모든 방화구획에 이렇게 넓은 장소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로비 또는 병실이 줄지어 있는 복도 자체를 집결지로 지정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각 구획 내에서 병원 직원과 의료 인력이 환자를 돌보고 상황에 대한 대응을 하겠지만 병원시설 전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피나 인력과 장비의 보강조치, 구조기관들과의 협력을 총괄 담당하는 곳으로 자체적인 지휘본부장소(KEL)를 지정해 둔 것을 볼 수 있다.

방화구획을 연결하는 통로는 보통 연기와 화염에 30분 정도 견디는 대형 방화문이 설치되는데 독일의 여러 소방서 검사팀과 호텔, 학교 등에 정기 또는 준공검사를 다녀보면 복도 중간 중간에 방화구획을 위한 방화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은 복도를 대피장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등 서유럽에서는 화재를 대비해 소방 등 구조 관련 기관과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입원 환자를 훈련에 동원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의 직원 및 의료 인력들과 환자역할을 해주는 의용소방대원, 적십자 자원봉사 대원들이 실제 상황과 동일한 형태와 진지함으로 진행된다.

   
▲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환자를 아래층으로 이동시키는 구조의 경우, 누워 있는 많은 환자를 침대에 눕힌 상태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증환자를 제외하고는 침대 매트리스에 별도 구조장치를 부착해 매트리스만 끌어 계단을 통해 이동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 다수 요구조자의 호흡을 보호하고 활동성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보조호흡기를 사용하지 않고 요구조자에게 화재대피 마스크를 착용시켜 구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병원 소방시설과 대피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 관련 법령인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병원 및 요양원 건축 규정(BbgKPBauV)을 개인적으로 번역해 강원소방본부 홈페이지(외국소방이야기 코너 61번 자료)에 게재했다.

다소 미흡한 점이 있겠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병원과 요양원 등 취약시설이 더 나은 시설기준과 대피시스템을 갖춰 화재로 인한 피해가 크게 저감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18년 2월1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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