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화재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개인적으로는 화재를 좀 더 일찍 알고 대처할 수 있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연기 감지기에 대한 인식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는 생각에서 외국에서 연기감지기의 보급과 인식의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는 실용사례를 모아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사진 1 : 독일 칼스루에 소방서 - 방문객에 대한 교육실시(사진 : 개인촬영)

◆ 연기감지기에 대한 교육 = 독일 소방서에서는 어린이 소방안전교육을 소방관의 학교 방문 교육과 어린이들의 소방서 방문 교육을 하나의 세트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소방서에 방문하는 어린이들의 안전교육에 있어 많이 사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스모크하우스(Rauchhaus)이다.

레고 인형을 주된 재료로 해 다세대 주택을 구성한 것으로 각 방의 천장에는 실제 연기감지기를 설치하고 불이 났을 때 연기가 발생해서 각 주택으로 확산되는 것을 투명한 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사진 2 : 독일 뷔케부르크 소방대의 2017 연기감지기의 날 행사(사진 : 인터넷 신문 뷔케부르크)

연기가 방안에 찼을 때 연기감지가 작동되는 것을 보는 어린이들에게 연기감지기의 작동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그 기능의 중요성을 깊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 소방관 인형과 모형 자동차도 같이 배치해 실감을 더해주도록 했고 차가운 훈련용 연기가 상승하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층의 바닥에는 열선을 깔아 연기가 가열돼 상승할 수 있도록 하는 트릭도 가미했다.

이 장치는 손재주가 좋은 소방대원들이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상품화돼 판매되는 것도 많다.

이와 같은 독일의 소방안전교육 기자재 구입에는 보험 회사들이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소방안전교육으로 예방이 강화돼 피해가 줄어들면 자신들이 혜택을 본다고 생각 때문이다.

▲ 사진 3 : ‘연기감지기의 날’ 포스터 ‘불나면 둘 중 누가 날 깨워줄까’
▲ 사진 4 : ‘13일의 금요일’ 수호천사 포스터
◆ 연기 감지기의 날 = 독일에서는 해마다 13일의 금요일을 ‘연기감지기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행사는 2006년 에센 안전박람회 기간 중 13일의 금요일에 ‘오늘 연기감지기를 구입해서 설치하면 13일의 금요일이 행운의 날이 된다’는 모토로 시작된 것이 계기가 됐고 이어진 많은 소방안전기관들의 요구를 받아 2009년 독일의 전국소방협회에서 이것을 독일 전체의 기념일로 지정하게 됐다.

연기감지기의 날에는 소방대원들이 주로 길거리에 홍보 부스를 차려놓고 행인을 상대로 연기감지기의 기능과 중요성을 홍보하고 무료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 사진 5 : 마그네틱을 이용한 연기감지기 설치(사진 : CSmagnet)
◆ 연기감지기 정보 포털 사이트 = 소방서나 소방안전기관에서도 연기감지기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좀 더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전담기구에서 종합적이고도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를 개설해 별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구는 ‘Rauchmelder Retten Leben(연기감지기가 생명을 살립니다)’라는 모토로 포털사이트(www.rauchmelder-lebensretter.de)를 통해 연기감지기 설치의 필요성 및 법적 의무, 구입방법, 설치방법, 점검요령을 비롯해 많은 관련 정보제공과 상담을 해주고 있다.

또 홍보에 사용될 포스터를 제작하고 보급하고 있는데 연기감지기의 날을 맞이해 포스터를 공모하기도 한다. 사진 3과 4는 이와 관련 포스터이다.

▲ 사진 6 : 다세대 주택 무선 연기감지기 수신반(사진 : 개인촬영)
◆ 손쉬운 설치 = 보통의 연기감지기는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드라이버로 나사못을 두꺼운 천장에 박아서 설치하기 때문에 성인 남성에게는 다소 쉬울 수 있지만 여성이나 노인에게는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자석과 철판을 천장과 연기감지기에 붙여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마그네틱 접착세트를 별도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방식은 탈착도 용이하기 때문에 오작동 대처나 점검이 편리하다.

사진 5는 마그네틱을 이용한 연기감지기 설치 장면이다.

◆ 무선 연기감지기 이용 = 2015년 독일의 소방대원의 집을 찾아갔을 때 다세대 주택에 사는 그의 집 거실에 사진과 같은 장치가 놓여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이 장비는 각 층과 방에 설치된 가정용 연기감지기 신호를 무선으로 수신하는 장치로 불이 나서 연기감지기가 작동하면 이 수신장치에 경보가 울리고 위치가 표시되도록 돼 있다. 이 장치는 가정집뿐만 아니라 소규모 관공서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종합 수신반이 없더라도 연기감지기들이 서로 무선으로 연동돼 최대 30m 이내에서 하나의 연기감지기가 작동하면 다른 연기감지기들도 같이 울리도록 한 것인데, 같은 층이라도 화재 시 어린 아이들의 방의 감지기가 작동하더라도 대처가 안 되기 때문에 부모의 방에 있는 감지기와 연동시켜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설치된다.

◆ 강력한 처벌 = 독일의 대부분의 주에서 연기감지기의 법적 의무설치 기한이 지났다.

현실적으로 개인의 주택을 방문해 설치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임대의 경우 세입자의 신고가 있을 시 최대 5만유로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돼 있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시 연기감지기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이 확인되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 연기감지기 홍보 인형 =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감지기 홍보 행사에 사용되는 것으로 연기감지기 모양대로 둥근 원형으로 허리까지 착용되도록 제작됐다. 인형의 코가 되는 부분은 작동점검 시 누르는 버튼으로 직접 눌러보게 하는 등의 체험기능을 하게 된다.

▲ 사진 7 : 연기감지기 홍보인형 - 영국 찰스 황세자의 런던소방 150주년 기념행사 방문(사진 : 영국 BT.com)

◆ 미국의 사례 = 지난 2월1일자 Clarksville Online 보도는 테네시 주 소방당국에서 2012년부터 실시한 ‘Get Alarmed’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5년간 208명이 목숨을 구했다는 발표를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추운 겨울에 2개월여 간 주택화재가 급증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연기감지기를 설치하고 화재대피계획을 수립하도록 홍보하는 시책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방관서와 지역 협력기관에서 보급한 연기감지기의 수가 5만 개에 달했다고 한다.

▲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예전에 미국에서는 자신이 실수로 낸 사고로 인해 가족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알리려고 노력하는 활동이 많이 방송을 탔다.

후방카메라가 없던 시절, 자신의 집에서 차 뒤에 있는 자녀를 보지 못하고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후회해 이웃들에게 차 뒤를 반드시 확인한 뒤 후진하라는 캠페인과 더불어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방송 중 하나가 화재로 집과 가족을 잃은 여성이 이웃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반드시 연기감지기를 설치하라고 했던 장면이다.

해외 선진국에서 연기감지기의 보급과 인식을 개선하는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사례를 소개해 보았다.

향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기감지기에 대한 인식과 보급이 확산돼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뒤늦게 발견된 주택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연기감지기가 있었으면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을 누구나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날이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2018년 2월6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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