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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지키는 까사세구라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2019년 07월 25일 (목) 00:03:12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스위스 베른 시의 구시가지인 Altstadt(Old City) 지구는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건물들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관광명소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 건물들의 구조자체가 화재에 취약하고 도로가 협소하며 건물들이 밀집돼 소방활동의 장애로 대형화재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랜 고민과 시도 끝에 스위스 베른은 이 지역에 역사적 건물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대형화재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책을 시행하고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곳에는 까사세구라(CasaSegura)라는 화재방어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베른의 구시가지를 대형화재로부터 효과적으로 구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베른과 인근지역의 주택소유자 협회(HEVB) 및 베른 건물보험(GVB) 등 강력한 협력 파트너들로 구성된 연합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CasaSegura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서 Casa(집) segura(안전하다) 두 단어를 합친 것으로 ‘안전한 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 스위스 베른의 구시가지 Altstadt – 출처 : Switzerland Tourism

스위스의 공용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시책명을 만들었다는 것이 의아할 수 있겠지만 아래에서 언급됐듯 이전에 낙서 없는 깨끗한 집을 만들자는 CasaBlanca 운동에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어가 기억하기 쉽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계기가 됐던 것은 1997년 1월30일 베른 구시가지의 융컨가세 41구역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이 화재는 빨리 발견되지 못해 크게 번졌고 다섯 가구가 화재피해를 입었는데 한 명의 사망자와 여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983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구역에 대해 이 1997년 화재를 계기로 스위스의 전국적 화재방어개념을 적용해 보려는 여러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복잡한 건물 구조와 주택소유주의 이해관계에 부딪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최신의 기술로 만들어진 무선통신연기감지기가 간단한 방법으로 이곳에서 화재를 방어하고 안전을 책임지게 됐다.

   
▲ CasaSegura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건물의 최근 화재 – 출처 : Berner Zeitung

◆ 혁신적인 화재방어 개념 = 이 혁신적인 화재방어 개념은 강력한 협력파트너들로 새롭게 창설된 CasaSegura 협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베른 건물보험에서 발의를 했고 추진을 위해 베른 및 인근지역 주택소유자협회와 함께 강력한 협력파트너를 찾아내 드디어 2017년 6월15일 CasaSegura 협회를 창설했다. 현재도 협력파트너는 추가로 계속 찾고 있는 중이다.

CasaSegura는 CasaBlanca Bern이 성공했던 선례를 보고 만든 것이다. 까사블랑까(백색의 집)는 2004년 베른 시, 베른도시공사, 구 베른 시연합(현 BERNcity), 베른 건물보험, 베른 및 주변지역 주택소유자 협회가 함께 건물 벽에 스프레이 페인팅과 그라피티를 없애기 위해 창설한 것이었다.

한 건물 전체의 화재를 방어한다는 개념은 스위스에서 아주 신선한 것이었다. CasaSegura는 무선으로 연결되는 연기감지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단순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화재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CasaSegura는 베른 구시가지에 있는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쉽고 저렴한 방법을 통해 대형화재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 개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성공요인으로 구성돼 있다.

세 가지의 성공요인은 ▲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기술 ▲ 저렴한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 ▲ 강력한 후원자로서 협회의 뒷받침이다.

◆ 인명과 재산에 대한 위험 = 화재로 인한 피해는 기본적으로 의무 가입돼 있는 건물보험으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화재는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재산과 소중한 기억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데 특히 역사적 건축물들로 구성된 베른의 구시가지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역에서 간단하면서도 안전을 확보하는 지능적인 화재방어개념인 CasaSegura가 필요했던 것이다.

화재방어개념 CasaSegura는 현재 베른 구시가지에서 Zytglogge부터 Nydegge까지의 구역에만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곳이 특히 화재의 위험이 높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건물의 구성도 복잡하고 도로가 협소해 소방대가 출동하는데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 건물의 개별 구성 = 하나의 CasaSegura 시스템은 항상 하나의 건물을 대상으로 구성된다. 베른의 구시가지 구역에서는 대부분의 건물이 앞집과 뒷집이 결합된 형태로 돼 있다. 주택소유자들은 각각의 주택에 대해서 CasaSegura 시스템을 도입할 것인지 협회와 상의해 결정하게 된다.

그러면 협회는 일괄적으로 설치업체와 계약해 숙련된 기술팀이 가성비가 좋은 시스템을 제공하도록 한다. CasaSegura는 각 주택소유자들의 설치의사를 전제로 하는 자발적인 연기감지시스템만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2019년 6월말 현재 CasaSegura 시스템이 들어간 주택은 60채에 불과하고 현재 20채 이상의 추가설치가 계획 중이라고 한다.

◆ 베른 건물보험이 비용의 25%를 부담한다 = CasaSegura는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이 저렴하다. 각 주택별로 설치되는 비용은 필수적인 장비와 부속품, 그리고 작업시간을 기초로 산정된다. 일반적인 주택의 경우 설치비는 7000 ~ 9000프랑(한화 840만원 ~ 1080만원) 정도 들어간다. 이 설치비용 중 베른 건물보험에서 25%를 부담(자부담 630만원~810만원)한다.

연기감지경보시스템의 유지비용이 적다.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고작해야 화재속보장치에 들어가는 유심카드 요금을 연 1회 내는 정도이다. 연간 운영비는 약 150 프랑(한화 18만원) 정도 된다. 연기감지기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수명이 7~10년인데 이에 따라 연기감지기를 교체해 줘야 한다.

CasaSegura가 감시하는 구역은 계단실, 지하실, 복도, 기술적 공간 등의 공용 공간 및 다락방으로 천장에 연기감지기를 설치해 화재를 감시하고 있다. 다른 공간에 대해서는 현재 화재감시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거주자가 자신의 방에 개별적으로 음성경보 연기감지기를 설치할 수는 있다.

CasaSegura 시스템에서도 경보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 오작동이 발생하면 실수나 고의로 인한 것이 아닌 이상 CasaSegura 베른 협회에서 처리를 하게 된다. 이렇게 CasaSegura에 참여하는 주택에 대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료이다.

   
▲ CasSegura 시스템의 구성도 – 출처 : casasegura.ch

◆ CasaSegura의 작동원리 = CasaSegura는 기술적으로 완성된 시스템으로서 무선통신연기감지기들이 무선통신망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이 시스템에서는 화재속보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소방대에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하나의 CasaSegura 시스템은 항상 하나의 건물만을 담당한다. 계단실과 공용공간에 무선통신연기감지기가 설치된다. 연결 케이블이 필요없기 때문에 설치가 간편하고 빠르다. 연기감지기 하나 당 나사못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 문화재 보호대상 건물은 손상이 돼서는 안된다.

설치되는 무선통신연기감지기의 수는 개개의 건물에 따라 다른데, 층별로 1~2개를 기본으로 하고 공용공간이나 기술적 공간이 있을 경우 추가 설치된다. 1층에 설치되는 화재속보장치는 화재 시 모바일통신기술(GSM)을 이용해 소방대에 자동으로 신고를 하게 된다. 그러면 신고를 받은 소방대는 10분 내로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1층 건물출입구에는 건물열쇠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 소방열쇠함이 설치돼 있어 출동한 소방대가 문을 부수거나 건물을 손상하지 않고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민감한 감지기로 인한 오작동 및 소방대에 화재신고가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 있다. 최소한 2개 이상의 연기감지기가 화재를 감지해야만 소방대에 자동으로 신고가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화재경보는 연기감지기에서 연기감지기로 무선 연동해 1층에 있는 화재속보장치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벽이 두껍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또한 건물 내 개별 거주공간에 대해서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대신 CasaSegura 시스템에서는 계단실로 새어나온 연기를 감지해 화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CasaSegura의 장점

CasaSegura 시스탬의 구성

신뢰할 수 있고 복잡하지 않은 무선통신기술

저렴한 설치비용(베른건물보험 25% 부담)

간단한 설치

저렴한 유지비용

숙련된 기술팀

협회를 통한 강력한 후원

1. 무선통신연기감지기

- 층별 1~2

- 공용공간 및 기술적 공간에 추가 설치

2. 1층에 화재속보장치

3. 소방열쇠함

4. 연기경보시스템의 기능에 대한 거주자 교육

   
▲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 적은 비용, 간단한 시스템으로 사각지대 안전 확보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asaSegura 시스템은 현재까지 약 60개의 건물에만 설치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른 소방서에서는 CasaSegura 시스템의 작동으로 인한 여러 차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을 했다고 한다. 당초 기대했던 대로 화재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 베른의 CasaSegura는 오래된 역사적 가치를 지닌 한 마을의 다주택건물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독특하긴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간단한 시스템을 설치해 대형화재에 취약한 사각지대의 안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우리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2019년 7월25일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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