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아파트 등 건물 화재로 위급 상황에서 사람이 지상으로 피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법정 피난기구가 있다. 피난기구로는 완강기, 구조대, 간이완강기, 피난사다리, 승강식피난기, 다수인피난장비 등이다.

이중 완강기는 사용자의 몸무게에 의해 자동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기구 중 사용자가 교대해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속도조절기, 속도조절기의 연결부, 로프, 연결금속구, 벨트로 구성돼 있다.

간이완강기기는 사용자의 몸무게에 의해 자동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기구 중 사용자가 교대해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는 일회용 기구이다.

완강기나 간이완강기 제조 기업들은 12월12일 현재까지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에서 승인해준 대부분의 완강기 형식승인 최대 로프 길이가 45m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KFI가 작년 8월23일 로프 길이를 60m로 형식승인해 준 것을 알고 불법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잘못 승인해 준 형식승인 제품의 형식을 취소시켜야 하는 것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국민신문고 질의 답변 = 문재인 정부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에서 12월12일 현재 ‘완강기’를 검색하면 총 190건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검색된 질의 중 지난 6월20일 게시된 ‘완강기 10층 53m 설치 문의’ 내용을 보면 “건물 3층에서 10층까지 완강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지상 8층 46m, 지상 9층 50m, 지상 10층의 높이가 53m일 경우 완강기 설치를 어떻게 해야되는 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소방청 소방정책국 화재예방과는 “귀하의 질의대로 현재 완강기의 형식승인은 최고 45m입니다. 따라서 완강기의 형식승인 길이보다 길어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 다른 피난기구를 설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추가로 검토가 가능하도록 귀하의 건축물의 입면도 등을 첨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했다.  

또 관련 법령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하는 소방시설의 유지 관리 등’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KFI는 작년 8월23일 S모 회사의 간이완강기 제품에 대해 최대 로프 길이 60m 형식승인(치차식, 최대 사용 하중 1500N, 최대 로프 길이 60m)해 줬다.

◆ 관련 법률 시행령 =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설치유지법)’ 별표2에서는 소방대상물 10층 이하의 건물에는 피난기구를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구’ 별표1에서는 설치장소별 피난기구의 적응성에 대해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완강기는 노유자시설, 의료시설 등에 적용할 경우 완강기 적응성이 떨어져 부적합한 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완강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이하 기술기준)’에서는 완강기의 제품검사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대한 하자로 인한 부분을 망각하고 제품을 승인하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상위 법인 설치유지법에서 11층 이상의 층에는 완강기를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이유는 완강기 등은 건축물 외벽에 설치해 사용해야 함으로 완강기 작동 시 빌딩풍으로 심한 흔들림, 피난 동일선상의 충돌 등으로 안전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속도조절기의 과열로 인한 로프의 인장강도 약화 또는 절단의 위험이 있고, 사용자로 하여금 고도의 공포심을 일으킴으로 완강기 설치를 10층에 한정해 설치토록 했다.

이러한 완강기(30m 이상)는 상위 법인 설치유지법의 범위를 이탈해 형식승인을 발급해 준 것으로 당연 무효에 해당되는 행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전성이 확보되고 적응성이 있다면 안전에 이롭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위 법을 벗어난 형식승인은 당연히 무효에 해당되는 행위라는 주장이 보편적 평가이다.

또 하나의 중대한 결점은 ‘완강기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 제12조(강하속도)에서는 로프의 최대길이를 15m로 시험기준을 삼고 있다는 것이다.

60m 간이완강기에 대한 기술기준은 하강 길이가 길어지면 중력에 의한 가속도, 풍력, 흔들림 등을 감안해 속도를 측정해야 하는데 15m 높이에서 하강속도를 측정하는 것은 치명적인 오류를 동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한 소방 전문가는 “완강기에서 요구되는 ‘침수 후 강하속도’, ‘저고온 강하속도’ 시험을 보다 위험성 및 안전도를 요구하는 60m 간이완강기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큰 문제”라며 “과거에는 10층 이상 층에 적용되는 피난설비가 개발되지 않아 최대 층을 10층에 한정돼 설치토록 했으나 현재는 10층 이상 층에 적용되는 안전한 피난설비가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을 무시한 엉터리 소방제품 생산을 즉각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FI 담당자는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에서는 피난기구의 피난안전성, 유용성 및 국민부담 등을 고려해 10층 이하의 층에 대해 설치토록 하고 있고 11층 이상의 층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며 “‘완강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 기술기준(이하 기술기준)’에서는 완강기(간이 완강기 포함)의 강하속도 등 제품성능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완강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는 신청자가 제출하는 시료에 대해 기술기준에 따라 제품성능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행령에서 정하는 설치 층의 제한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술기준에서는 완강기의 길이를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고 시행령과 일치여부도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행령에서 정한 층 이외의 층에 설치는 사용자(관계자)가 선택 사용”이라며 “피난기구 설치 의무 대상 층이 아닌 11층 이상에도 자발적으로 완강기(또는 간이완강기) 설치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에 적합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고 오히려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를 거부할 경우 국민의 안전과 선택할 권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 대해 소방 전문가는 “설치유지법에서는 최고 사용높이를 10층까지 한정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10층 이상 층에 완강기를 사용한 전례가 없음을 볼 때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국정감사 시 10층 이상 층에 피난기구 설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있을 때마다 소방청의 답변은 완강기는 10층 이상 층에 적응성이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유보하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 “적응성이 있는 새로운 피난기구가 개발되면 설치하겠다는 것이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며 “소방청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법령의 범위를 벗어난 형식승인에 대해서는 속히 시정조치해 건전한 소방산업 육성에 기여하고 올바른 곳으로 방향타를 고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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