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독일에서 시작된 장출혈성대장균(EHEC)이 불거지면서 유럽 전역이 공포에 떨고 있다. 현재 유럽 11개국에서 1670여명의 EHEC 환자가 보고됐고 이미 20여명이 사망했다. 장출혈성대장균은 식품을 통해 인체에 침투해 장속에 독소를 퍼뜨려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유럽 여행객이 많은 우리나라도 장출혈성대장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럽발 슈퍼박테리아 발병을 계기로 식중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름의 문턱에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의 여러 증상과 예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식중독 사고 6월 급증 = 통상 식중독이라고 하면 7~8월 여름철을 지목하기 쉽다. 그러나 식중독 환자의 경우 한여름보다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에 따르면 2분기(4~6월) 식중독 환자의 경우 지난 2008년 2634명(35.2%), 2009년 3259명(54%), 2010년 3002명(41.6%)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식약청은 4~6월에 단체관광 및 야외수련활동 등이 많아지면서 상온에서 음식을 보관하고 또 관광지 주변 요식업소에서 식품을 섭취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4~6월은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8월에 비해 식품위생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한 원인이다.
 
식약청 발표 ‘식중독 지수’에 따르면 전국 평균기온 30℃로 때 이른 무더위가 시작된 6월8일 오후 3시 현재 식중독 지수는 서울 46, 대전 53, 전주 56, 광주 53, 부산 51, 춘천 48 등으로 ‘경고’ 단계에 다달았다. 식중독지수 85 이상이면 ‘위험’ 단계로 상온에서 3~4시간 내 부패가 가능해 식중독 위험이 매우 높으며 요즘 같은 50~85점은 4~6시간 내 부패 가능하므로 경고단계로 분류된다.

식중독지수란 기온과 습도의 변화에 따라 음식물 등의 부패, 변질 가능성을 수치화한 것으로 특정 식중독균(대장균)이 특정한 기온에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양으로 증식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산출할 수 있도록 수치다.

식중독은 음식물 가운데 함유된 유독 물질을 섭취해 생기는 급성 소화기 질환으로 이와 같은 증상이 2명 이상의 환자에게 72시간 내 같은 음식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때를 말한다. 식중독은 주로 병원성 세균이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물, 음식을 먹고 짧은 시간 내에 구토,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다.

우리 몸은 정상적으로 사는 유산균과 대장균 등 정상세균과 위산 장운동 등을 통해 음식물 섭취에 의해 장내로 들어온 해로운 물질들에 대한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식중독의 유해세균의 경우 방어기전을 넘어서면 식중독에 걸리게 된다.

◆ 복통 구토 설사 대표적 증상 = 식중독은 크게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 생기는 세균성 식중독과 독버섯, 복어알 등에 의한 자연독 식중독, 그리고 농약·중금속 등 화학물질에 오염된 음식으로 인한 화학성 식중독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성 장염을 따로 구분해 추가되기도 한다.

세균성 식중독은 세균자체에 의한 감염이나 세균에서 생산된 독소에 의해 증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것으로 장염비브리오와 살모넬라식중독이 있다. 자연독 식중독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성 혹은 식물성 독소에 의한 식중독이다.

흔히 감자의 싹이나 독버섯 등을 잘 못 먹었을 때 일으킨다. 화학성 식중독은 인공적인 화학물에 의한 식중독으로 볼 수 있으며 식품에 첨가되는 유해물질이나 농약을 흡입하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공기나 물 등에 의한 경로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장염(수인성 식중독)이 있는데 노로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를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식중독은 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균 순이다. 이들 3가지가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대부분 세균은 보통 40∼60℃에서 증식하므로 식품의 저장은 4℃ 이하에서 조리와 가열은 60℃ 이상에서 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이러한 세균들은 대부분 열에 약하므로 가능한 음식을 끓여 먹고 채소와 과일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포도상구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소는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아 이미 독소가 생성된 음식물은 끓여도 식중독을 일으키게 되므로 미심쩍은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식약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최근 유럽지역에서 장출혈성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사고가 빈발하고 있으므로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가능한 74℃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서 섭취하고 야채 등은 흐르는 물로 3회 이상 철저하게 세척 또는 소독해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출혈성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은 가열 조리가 충분치 않은 식육, 샐러드 등 비가열식품 섭취와 손씻기가 불충분할 경우 사람 간에도 전파가 가능하므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야채류의 생식에 주의하시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잘 준수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 식중독 치료 및 예방법 = 대부분 식중독에 의한 급성 설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 없어지며 탈수를 예방하기 위한 수분보충 등이 이뤄진다. 식중독에 걸렸다고 해서 반드시 금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물 1ℓ와 설탕 4 큰 스푼, 소금 1 작은 스푼을 섞어 먹는 것이 탈수를 예방하는데 좋다.

번거로울 경우 꿀물이나 보리차, 이온음료도 수분과 칼로리 보충이 도움이 되며, 고기나 패스트푸드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미음이나 죽을 먹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식중독균은 실온상태(10~40℃)에서 급속히 증식하므로 냉장. 냉동보관 상품은 반드시 상품에 표기된 적정보관온도를 준수해야 한다. 또 쇠고기 등을 해동시킬 때도 물에 담가두는 것보다 전자레인지나 냉장실에 넣어 해동시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여름철 날씨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됨에 따라 야외 활동시 자동차 트렁크에 보관한 식품은 2시간 이내에 섭취하여야만 식중독으로부터 안전하다.

참고로 식약청이 외부온도에 따른 자동차 트렁크 및 식품의 온도변화를 조사한 결과, 미생물 성장예측모델을 이용해 자동차 트렁크에 보관된 김밥의 황색포도상구균 미생물 증식정도를 평가한 결과에서는 1g당 100마리가 10만마리(식중독 일으키는 균수)에 도달하는 시간이 저온인 10℃에서는 15일이 걸렸다. 반면 36℃에서는 6시간으로 급격히 단축됐고 섭취시 안전한 최대 오염수준인 1만 마리까지 도달하는데 2시간이 소요돼 2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안산 한사랑병원 박현정 내과 전문의는 “식중독은 경미할 경우 보통 한두끼 무리한 식사를 자제하고 수분과 칼로리를 보충해 주면 2~3일 정도면 자연 회복되나 심한 구토나 설사, 탈수, 발진의 경우에는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문의는 또 “식중독 예방 3대수칙인 ‘손씻기, 익혀먹기, 끓여먹기’만 지켜도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하며, 식도나 도마, 행주 등도 주기적으로 삶거나 바짝 말려서 사용해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이프투데이 이성하 기자(sriver57@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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