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국회의원
코로나19와 수해가 휩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적으로 개 7만2080마리, 고양이 2만5796마리가 유기‧유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인명‧재산피해 못지 않게 동물들의 피해도 크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행정안전위원회)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2017년 포항 지진, 2019년 고성 산불, 2020년 수해‧코로나19 등 주요 자연‧사회재난 당시 반려동물 유실‧유기 현황 집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7년 경북 포항 지진(2017년 11월15일 ~ 11월30일) 당시 36마리의 동물(개 19마리, 고양이 17마리)이 유기되거나 유실됐다고 10월7일 밝혔다.

2019년 강원 고성·양양 산불(2019년 4월1일 ~ 4월30일) 당시에도 총 31마리의 개(30마리)와 고양이(1마리)가 주인을 잃었다.

지역

재해발생 기간

유실‧유기동물 발생 현황

고양이

기타

경북 포항

17.11.15~

17.11.30

36

19

17

-

강원 고성

19.04.01~

19.04.30

15

14

1

-

강원 양양

16

16

-

-

전국

20.01.01~

20.09.23

100,015

72,080

25,796

1,239

해당 기간 지역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동물만 집계됐다는 점에서, 지진·화재 당시 목줄에 묶여 도망치지 못해 죽거나 도망쳐서 사라져버린 동물까지 합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진, 산불, 수해, 코로나19까지 최근 몇 년간 예측 불가능한 자연·사회재난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591만 가구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까지 고려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해재난 시 반려동물 안전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국민(사람)만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어, 반려동물의 안전 문제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아니다.    

행안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이 나와 있지만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해재난시 반려동물 안전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초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 ‘재난에 대비한 반려동물 대피시설 지정’과 ‘반려동물 대피 가이드라인 개발’ 계획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재난 시 반려동물 대피 가이드라인 제작에 대한 연구용역은 10월에야 착수할 예정이며, 반려동물 대피 시설 지정 논의는 관계 부처인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들과 의견 교환만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는 재해‧재난시 반려동물 안전대책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60만 마리의 동물이 죽자 이듬해 반려동물의 대피 및 구조법(Pets Evacuation and Transportation Standards Act, PETS Act)을 마련했다.

재난 발생 시 동물을 구조해야 한다는 내용은 물론, 동물과 함께 대피·피난할 때 주의할 점과 필요한 점 등이 담겨 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지원을 요청하는 주에서는 재난에 직면한 주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에 반려동물과 장애인 보조동물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PETS Act는 FEMA로 하여금 재난이나 비상사태를 겪고 있는 동물을 위해 구조·관리·피난처와 필수적인 수요를 제공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PETS Act 제정 이후 지방정부는 재난대응계획에 동물을 포함시켜야 하며, 실제 30개 주 이상의 주 정부가 재난발생시 동물의 대피·구조·보호 및 회복을 제공하는 법을 마련했다.

또 다양한 재해‧재난에 대비한 매뉴얼을 알려주는 홈페이지 ‘Ready’(www.ready.gov)에서는 ‘Pets and Animals’ 카테고리를 통해 비상상태시 반려동물을 포함한 가축에 대한 대피요령 및 사전준비 방법까지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재해대책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방재기본계획을 세우면 각 부처는 방재업무계획을, 47개 도도부현은 지역방재계획을 수립한다.

환경성의 방재업무계획에는 도도부현의 반려동물관련 지역방재계획에 작성 기준이 돼야 할 ‘사람과 반려동물의 재해대책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평상시 재해대비 방안과 재해발생시 반려인들의 행동규칙 등을 꼼꼼히 안내한다. 각 도도부현은 이를 참조해 자체적인 매뉴얼과 대책을 수립한다. 

싱가포르에서는 2016년 10월부터 반려동물 관련 산업체가 지켜야 할 동물복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반려동물산업체가 갖춰야 할 시설과 동물 관리 방식의 최소 기준, 동물복지 차원에서 권장하는 우수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

법 규정 중 동물 대피와 관련해 “권한없는 자의 출입을 방지하고 동물이 위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며 동물의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화재 및 기타 비상사태시 동물의 안전하고 적절한 대피를 위한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장 내에서 동물을 키우는 경우, 동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은주 의원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600만 가구를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는 재해재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어 대피를 포기하는 반려인들도 적지 않고, 유기‧유실된 동물들에 의한 물림 사고 발생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안전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재해재난 시 반려동물 안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에 나서겠다”며 “법 개정 전이라도 사람과 반려동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는 재난 시 반려동물 대피 가이드라인과 대피시설 지정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와 안전문화활동, 그 밖에 재난 및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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