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범 소방장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공무원 임용 직후부터 수년간 해외에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위해 남몰래 선행을 베풀고 있는 소방공무원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용인소방서 소속 김승범(34) 소방장과 베트남 꼬마 숙녀 린 투이 트란(11)과의 인연은 어찌보면 조금 평범하다.

지난 2014년 꿈에 그리던 소방공무원의 길에 들어선 김 소방장은 소방학교 입교 때부터 뜻깊은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한 국제구호단체에서 해외 아동 1대 1 후원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당시 베트남에 거주하는 4살 꼬마 숙녀 린 투이 트란에게 후원을 시작한 인연이 12월8일 현재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 조부모와 함께 시골마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녀의 모습은 오랜기간 군 생활 뒤 육군 중사로 전역한 사나이의 마음을 울렸다. 김 소방장은 매달 정기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떼어내 후원금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소녀도 고마운 마음에 화답하듯 그에게 그림을 그린 감사 편지를 여러차례 전해왔다.

둘은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마음 속 깊이만은 친 오누이처럼 돈독해져 갔다. 그의 사무실 책상 한켠에는 린 투이 뜨란의 얼굴이 담긴 액자가 놓여있을 정도다.

어느덧 4살 소녀는 어엿한 초등학생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 속에 학용품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김 소방장의 귀에 들어왔다.

너무나 각별했던걸까? 그길로 김 소방장은 여름 휴가를 내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비를 털어 책가방과 스케치북 등 각종 학용품을 한가득 안고서였다. 통역을 위해 통역사까지 대동했다.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성사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까지 성사된 둘은 비록 단 하루 짧은 시간었지만 소녀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 준비한 선물도 전달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새겼다.

부푼 기대를 안고 소녀를 처음 만난 순간 김 소방장은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사진 속 모습과 달리 소녀는 영양부족 탓에 야위고 군데군데 피부병까지 앓고 있었기 때문.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후원을 이어나가야겠다는 결심이 선 순간이었다.

얼마후면 중학생이 되는 소녀에게 선물을 한보따리 들고가 직접 전해주고 싶다며 코로나19 종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김 소방장. 나아가 더 많은 이들에게 기부를 통해 사랑 나눔 실천을 하고 싶다는 포부까지 밝힌다.

김 소방장은 “처음엔 매달 후원금을 보내는 정도로 후원을 시작했지만, 차츰 성장하고 변화하는 소녀를 보며 어느새 베트남까지 직접 다녀오게 됐다”며 “나눔이란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면서 오히려 나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마법 같은 일이다. 앞으로 사랑 나눔의 메신져가 되겠다”고 수줍어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