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이사장 김광준)은 재난 참사와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알리고 국가의 책무를 묻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주식회사 클콩과 함께 제작을 했다.

다큐멘터리 방송은 오는 4월9일 일요일, SBS <일요특선다큐멘터리>에서 “생존자의 기억법”이라는 이름으로 오전 8시5분에서 8시55분까지 방영한다. 방영 이후 네이버 영상 플랫폼 시리즈온과 OTT 서비스인 웨이브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최근 이태원 참사를 포함해 그동안의 한국의 재난 참사는 잊어야 하는 기억으로 치부되며, 재난 참사 피해자는 수혜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그 과정에서 재난 피해자의 권리는 존중받지 못했다. 다큐멘터리는 이에 주목해 재난 피해자의 권리 보장의 필요성을 묻고 피해자가 참사를 기억하고 권리를 위한 활동을 하는 내용을 담았다.

◆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들 = 매년 12월15일, 서귀포에서는 대한민국 최악의 해양 참사, 남영호 침몰 사고 조난자를 위한 추모제가 열린다.

50년 전, 제주를 떠나 부산으로 향하던 남영호가 침몰하면서 343명 중 12명만이 생존, 300명이 넘는 사람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해 실종자로 남아 있다.

하지만 군사정권은 유가족의 입을 막고 한 달 만에 사건을 마무리해 버렸고 생존자와 남은 가족들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맺힌 절규를 하고 있다. 선체를 인양해 가족을 찾아달라고….

◆ 피해자가 피해자를 치유하는 슬픈 릴레이 = 2013년,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3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피해를 받았다.

그런데 병원에 누워 고통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 세계의 참사 피해자들이 찾아와 보스턴 테러의 피해자들을 위로해 준 것이다.

이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다시 연대해서 피해자를 위한 단체를 만들고 세계 여러 나라의 피해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참사 피해자의 마음은 피해자가 가장 잘 알기에, 그들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치유의 릴레이를 시작했다.

◆ 30년 동안 1만 명의 피해자를 도운 ‘슬픈 사람들의 연대’, <펜박> = 1980년에서 1990년대 사이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참사의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민간단체 펜박.

펜박은 ‘슬픈 사람들의 연대’라는 뜻으로, 피해자들이 모여 또 다른 피해자를 돕는 일을 시작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참사가 일어나는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한다.

심리치료를 비롯해 진상규명, 법적 분쟁까지 피해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도움을 주는 펜박은 이제 정부 지원을 받을 정도로 참사의 피해자를 위한 강력한 집단이 됐다.

펜박 덕분에 프랑스 내에서 피해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었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도 바뀌게 됐다.

◆ 세월호 유가족들이 바꿔 가는 세상 = 국내에서도 재난 피해자를 돕기 위한 활동이 준비 중이다. 작년 재난과 참사의 경험을 가진 피해자가 전문지식을 쌓아, 다른 피해자를 돕는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이 만들어졌는데, 세월호 유가족 10여 명이 이 교육과정에 지원했다.

1년간의 교육과정이 끝나면 참사 현장으로 투입돼 다른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세월호 봉사단을 조직해 연탄봉사, 김장봉사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참사의 피해자들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기억을 끄집어내고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이렇게 애쓰는 이유는,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나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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