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김병석, 이하 건설연)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휴먼에러를 방지할 수 있는 ‘비접촉식 말뚝 관입량 측정 장치(KICT Pile driving Monitor, 이하 KPM)’를 개발했다고 9월19일 밝혔다.

말뚝은 상부구조물의 하중과 외력을 하부 지반에 전달하는 구조재를 말한다. 말뚝 기초는 땅 표면의 지지력이 상부 구조물의 하중을 지지하기에 부족한 경우 사용된다. 하중과 외력을 견디기 위해 땅 속 깊이 관입하며, 아파트, 교량 등 다양한 구조물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안전한 구조물 건설을 위해서는 충분한 말뚝의 지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말뚝 시공 현장에서 지지력을 파악하는 방식은 전체 말뚝의 1∼3%는 동재하시험(항타 시 말뚝의 응력과 가속도를 측정하는 시험)이나 정재하시험(말뚝에 실제 하중을 가해 지지력을 측정하는 시험)을 수행하고, 나머지 97~99% 말뚝은 시간과 비용 문제로 항타 관입량을 통해 수행한다. 

말뚝이 충분한 지지력을 갖추게 되면 항타 시 관입되는 양이 줄어들게 된다. 즉, 단단한 지반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입량이 작게 나타난다. 이 값을 통해 말뚝이 충분한 지지력을 확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97~99%의 말뚝에 행해지는 지지력 파악을 위한 항타 시험 방식은 수기로 이뤄진다. 수기 방식이란 작업자가 말뚝에 종이와 펜을 대고, 말뚝을 때릴 때(항타), 말뚝이 땅속으로 얼마나 꿰뚫고 들어가는지 직접 손으로 그려 측정하는 방식이다. 지진계가 진도를 측정하는 방식과 유사한 원리를 활용해 말뚝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기 방식에는 두 가지 큰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로는 항타기(무거운 쇠달구를 말뚝 머리에 떨어뜨려 그 힘으로 말뚝을 땅에 박는 토목 기계) 아래에서의 수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업자의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평균 2건의 사상자가 항타기 관련으로 발생한다고 보고됐다. 두 번째 문제로는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점 때문에 휴먼에러(실수) 발생의 문제가 있다.

건설연 지반연구본부 연구팀(팀장 김주형 선임연구위원)은 KPM을 개발했다. KPM이란 발광다이오드 센서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관입량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다.

KPM을 활용하면, 원거리에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항타기 아래에서 직접 작업할 필요가 없어,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도가 현저히 낮아진다.

또 기존의 수기 측정방식과 비교해 정밀한 기기를 사용해 측정하기 때문에 관입량과 리바운드 측정값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KPM은 20m 거리에서도 오차범위가 0.1% 미만의 높은 정밀도를 갖추고 있다.

더불어 연구팀은 ‘비접촉식 말뚝 관입량 측정 장치’를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 실시간으로 말뚝의 성능 및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김병석 건설연 원장은 “매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국내 건설 환경에서 비접촉식 관입량 측정기의 개발은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말뚝 시공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건설연 주요사업 ‘지반분야 재난재해 대응과 미래 건설산업 신성장을 위한 지반 기술 연구(2021~2023)’ 과제를 통해 개발됐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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