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노인 1000만 시대’가 눈앞인 가운데 100세 ‘상수(上壽)’를 맞는 노인이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2일 ‘제27회 노인의 날’을 기념해 올해 100세를 맞는 노인들에게 전통적으로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는 ‘청려장(靑藜杖 장수 지팡이)’을 선물했다. 

올해 청려장을 받는 주인공은 모두 2623명으로 남자가 550명, 여자가 2073명이다. 주민등록상 100세인 노인은 물론, 주민등록 나이는 다르지만 실제 나이가 100세로 명확하게 확인된 노인들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파악한 수치다.

건강에 관심이 커지고 의료기술의 발달과 활력 넘치는 100세 청춘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펴옴으로써 100세를 넘기는 노인들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904명, 2011년 927명으로 1000명 미만이었으나 2012년 1201명으로 1000명을 넘긴 뒤 2013년에는 1264명, 작년에는 2398명이 청려장(靑藜杖)을 받았다. 고령화로 전체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장수 노인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인 2013년 1264과 올해 2623명을 비교하면 한 해 100세 생일을 맞는 노인은 10년 새 2.07배나 늘어났다. 주민등록상으로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전체 인구는 지난 8월 기준 남자 1526명, 여자 7403명으로 총 8929명이다. 작년 8월보다 460명이 늘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3’의 주요 분야별·지표별 세부내용을 분석해 7월25일 공표한 ‘보건의료수준 및 각 국가의 수준·현황’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 평균 80.3년보다 무려 3.3년이나 길었다. 

기대수명이 가장 긴 일본의 84.5년과 0.9년의 차이를 보였다. 그 외 국가의 경우 프랑스 82.4년, 독일 80.8년, 미국 76.4년, 멕시코 75.4년이었다. 우리나라 ‘회피 가능 사망률(질병의 예방과 치료로 막을 수 있는 사망률)’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5%씩 줄어드는 등 장기간 감소 추세를 보여왔으며,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42.0명으로 OECD 평균 239.1명보다 상당히 낮았다.

하지만 공무원 직종별 퇴직연금 수급자 중 소방관 출신이 가장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연금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자 직종별 사망자의 평균 사망 연령’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 중단 평균연령은 2020년 78세, 2021년 78.8세에 이어 작년 79.7세로, 해마다 높아가는 추세다. 

그런데 직종별로는 소방직이 타 직종에 비해 평균 5년 가량 일찍 사망해 연금 수급도 가장 빨리 종료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기준 ▷소방직 74.7세 ▷공안직 78.1세 ▷일반직 78.3세 ▷경찰직 78.8세 순으로 낮은 데 반해 ▷법관·검사 82.4세 ▷지도직 81.7세 ▷교육직 81.6세 순으로 높게 분석됐다. 

이는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자 중 소방관 출신은 일반직 공무원보다는 약 5년, 법관, 검사, 교육공무원 등에 비해선 8년 정도 일찍 사망해 연금 수급이 종료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퇴직연금 수급자가 사망한 시점의 연령을 평균 낸 값으로, 재직 중 사망하는 경우 등은 제외됐다. 

소방관 퇴직연금 수급자의 평균 사망 연령은 2020년 73세, 이듬해 72.6세, 작년에는 74.7세로 조사됐다. 경찰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자의 평균 사망 연령이 70세 후반에서 80세 초반인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수치이다. 소방직은 법관이나 검사에 비교해 7.7년, 전체 평균 79.7세와 비교해도 5년 일찍 사망했다. 

바로 앞 순위인 공안직과의 격차도 3.4년이나 되고 직무상 유사한 경찰과도 4.1년의 차이가 난다. ‘공무원연금법’ 상 연금 수령 당사자가 사망하면 상속자인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에게, 본래 받던 금액의 60%만 ‘유족연금’으로 지급된다. 배우자는 사망할 때까지, 자녀일 경우 만 18세까지만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소방직은 평균 수명도 짧고, 총연금도 상대적으로 더 적게 수령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생전의 예우와 보상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재난 현장에 지속 투입되는 소방관들의 근무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소방업무의 특성상 비상성, 긴급성, 위험성, 경계성의 원리가 작동되는 업무다. 어는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업무로 화재 현장에서 유독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소방관들이 접하는 소방현장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뒤 소방 방호복에 축적된 유해 물질을 분석한 2021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한국 대도시 소방관들의 유해물질 직접, 간접 노출과 질병유병률’에서 김수진 박사는 니켈·아크릴로니트릴·나프탈렌·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등이 검출됐는데, 이들은 모두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물질들이다. 

아울러 소량이라도 인체에 흡수되면 치명적인 바륨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발암성 물질인 안티몬, 폐수배출시설 적용 기준을 초과하는 물질인 구리 등도 검출됐다. 

일반적으로 화재 현장에서 철제나 나무, 플라스틱, 섬유 등이 연소하며 발생하는 유해 물질은 다량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일산화탄소, 모직 등이 탈 때 나오는 황화수소·시안화수소·질소산화물, 플라스틱이 타면서 나오는 염화수소·아크롤레인과 기타 유해 중금속(납·카드뮴) 등이 분출한다. 

연기 속에는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트라이클로로에틸렌, 포름알데하이드, 벤조피렌도 포함돼 있다. 이런 유해 물질들은 폐암,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방광암, 신장암, 중피종 등의 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 과거 유럽의 많은 ‘굴뚝 청소부’ 아이들이 암에 걸렸던 일이 증명된 것이 인류 최초의 직업병 산업재해 사례라고 하는데 이는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함유된 검댕 때문이었는데, 이런 것들이 소방관에게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추론이다. 

특히 일산화탄소는 ‘저(低) 산소증’에 의한 뇌 손상을 부르고, 이런 손상이 누적되면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는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계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도 인사혁신처의 자료에 의하면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질병으로 공상 신청한 소방관 779명 가운데 41.1%인 320명이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질병으로 인한 공상 승인율은 2019년 57.6%, 2020년 53.7%, 2021년 58.8%, 작년 64.4%로 매년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승인율에 견줘 크게 적다. 

이 기간 전체 공상 승인율은 89%였고, 사고로 인한 공상 승인율은 95.7%나 됐다. 소방관들이 공상 신청을 거부당한 이유는 ‘인과성’이나 ‘공무 연관성’이 없다는 사유로 불승인한 것이 35.4%인 28건이었고, 질병의 종류가 근골격계·신경계인 환자를 두고 ‘퇴행성 질환’이라며 노화에 따른 것이라는 사유가 19%인 15건이나 됐으며, ‘개인 질환’ 등 개인의 체질에 따른 질병이라는 사유가 16.4%인 13건이었고, 현장 업무 경력이 적다거나 자료 부족, 퇴직 후 시간이 지났다 등의 사유도 각각 3건씩이었다.

소방공무원은 입직할 때부터 건강 상태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뽑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내성이 다른 일반인에 비해 강한 데도 특정 질병에 대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소방업무가 그만큼 건강에 취약한 환경이라는 것과 소방관이 이러한 취약 환경에 많이 노출돼 있음의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희귀 질환에 걸리면 공상을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기존의 사례가 없으면 공상을 인정해주지 않는 경향 때문에 대처가 어렵다. 소방업무와 발병과의 인과관계를 명백히 규명해서 승인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유독물질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참혹한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교대근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작년 개정된 ‘공무원 재해보상법’에도 파킨슨병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공상추정법(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은 공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않아도 특정 직무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법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와 뉴욕주 등의 일부 주 정부에서는 소방관의 파킨슨병이 ‘공상추정법’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9월8일 인사혁신처는 파킨슨병이 소방업무와 관련이 있다며 공상을 인정했다. 

그러나 퇴직소방관의 건강을 위한 소방청 차원의 지원은 아예 없다. 재직자에게는 전문 심리상담을 제공하지만 퇴직자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당국은 퇴직자를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겠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어려운 상황임은 이해된다. 소방관들의 신체적 안전과 정신적 안정과 치유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하고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퇴직 이후에도 꾸준한 치료와 상담 등을 통한 실효적인 제도적 건강지원이 필요하다.

2023년 10월12일

박근종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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