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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한수원과 무능 정부”
김겸훈 한남대학교 교수
2012년 03월 26일 (월) 14:55:55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우리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안전하고 투명하다”며 입버릇처럼 자랑해왔다. 이런 한수원의 말과는 달리 그동안 원전의 안전관리나 위기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다뤄져왔고 정부의 관리감독 또한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져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고가 발생했다.

   
▲ 김겸훈 한남대 교수
그것은 바로 지난 2월9일 고리 원자력발전 1호기에서 전원공급이 12분간이나 끊기는 아찔한 사고였다.

그간 드러난 사실들을 바탕으로 사고처리 과정 자체만을 재구성 해보면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 일처럼 보인다. 고리 원전 1호기에 외부 전원공급 중단사태가 발생해 가동을 멈추자 발전소 당국은 대응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인명이나 설비 피해 없이 12분만에 전원이 재공급돼 마무리 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전을 가동하면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일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신속히 수습한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보인다.

원자력발전은 핵분열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로 증기를 발생시켜 발전하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냉각수 순환체계가 안전한 원전가동의 핵심이다. 비상전원마저도 끊기는 블랙아웃 상황이 장시간 지속되면 원자로는 고열에 의해 노심까지 녹아 폭발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작년에 한반도까지 위협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4호기 폭발의 직접적 원인도 바로 이 냉각수 공급중단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고리 원전 1호기 사고를 꼼꼼히 뜯어보니 놀라울 뿐이다. 그리 가벼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 엄중한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결단의 계기가 돼야 한다.

첫째, 발전소 당국이 스스로 중대한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했다. 우리 원전은 블랙아웃 방지를 위해 2대의 비상디젤발전기가 모두 정상으로 작동할 수 있을 때만 가동토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소 당국은 사고 당시에 한 대의 비상디젤발전기가 정비를 위해 해체돼 작동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가동한 것이다.

둘째, 발전소장은 사고발생 15분 안에 발동하도록 돼 있는 위기경보인 ‘백색 비상발령’을 발동하지 않았다. 고리 원전 1호기를 중심으로 반경 30㎞ 이내에 300만 명의 인구가 밀집돼 있다. 사고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았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사태가 빚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발전소 측은 사고발생시 위기경보시스템을 작동시켜 신속한 정보공유와 유관기관 간의 협력적 대응을 준비했어야 했다.

셋째, 발전소 당국은 위기상황에서 매뉴얼에 따라 조치를 이행하지도 않았다. 국내 원전에는 블랙아웃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정전시 순차적으로 대체전기가 공급될 수 있는 자체 발전기가 3중구조이다.

1,2단계는 비상디젤발전기 2대가 담당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일본 원전에는 없는 대체교류디젤발전기(AAC)가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블랙아웃 상황에서는 위기관리매뉴얼에 따라 곧바로 3단계조치인 ACC를 가동했어야 했다.

조사결과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무모하게도 당시에는 불확실성이 훨씬 높았던 외부전력으로 복구했다.

넷째, 발전소는 블랙아웃 상황에 이르렀던 일련의 사고내용에 대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당시 고리원전본부 제1발전소장이던 문병위 소장 주도 하에 관련 간부들이 공모해 은폐를 결정하고 직상급자인 고리원자력본부장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조차 이행치 않았다. 더욱 놀라운 일은 사고당일 원전운전일지에까지 ‘1호기가 정상가동 됐다’고한 거짓 기록을 남김으로써 다음 근무교대자도 눈치 채지 못했다.

실제로 김종신 한수원 사장도 사고발생시점에서 한 달이 훨씬 지난 3월11일에서야 관련 보고를 접했고 다음날 정부 당국에 정식 보고되기에 이른다. 우리 원전운영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더욱 억장이 무너질 일은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당사자인 문병위 당시 고리원전 제1발전소장이 본원 위기관리실장에 임명된 한수원의 인사 시스템이다. 이 자리는 원전사고를 비롯해 한수원내 모든 위기상황에 대응하고 관련내용을 정부 부처에 전파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중요 자리이다.

만약 이 사고가 그대로 묻혔다면 이후 한수원의 위기관리가 어찌됐겠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섯째, 원전관리감독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가외성(redundancy)이다. 활동 내용과 영역을 중첩적으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조기 발견 및 진단해 사고나 위기를 예방하고 신속 조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우에는 그런 기능을 못했다.

사건 당일 현장에는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했고 외부감독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주재관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주재원이 상주했지만 눈치채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보고라인의 최정점인 정부도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기 직전까지 사태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까막눈에 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의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근거로 국내 원전건설 확대와 원전수출을 강조한다. 시급한 국내 전력수급문제와 우리 원전기술력의 우수성, 가경경쟁력 및 녹색에너지인 점을 당위적 근거로 꼽았다.

반면 국민들이 제기하는 원전의 불안정성과 사고위험성 같은 정단한 비판에 대해서 관련정보를 공개해 설득하는 합리적 방법보다는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 호도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원전건설이 세계적 추세인양 왜곡하는 거짓도 서슴치 않는다.

이번 고리 원전1호기 전원공급 중단사고를 근거로 미뤄 추측해 보건데 정부는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21기의 원전조차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원전건설의 당위성을 주창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원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2012년 3월26일
김겸훈 한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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