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었던 2005년 12월17일 새벽에 독일의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튀빙엔 시에서 건물화재가 발생했고 건물 내부에서 화재진압활동을 하던 소방대원 2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있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소방당국에서는 7개월간의 조사작업을 마치고 49쪽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2022년 초에서야 뒤늦게 보고서의 존재를 알고 입수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사고가 있기 전 이 지역의 소방서와 의용소방대, THW, 소방학교에서 수개월간 현장활동 실습을 했었기에 이때의 경험과 배웠던 것을 토대로 보고서를 분석하고 번역해 동료들과 공유해 오고 있다.

먼 남의 나라에서 발생한 사고였지만 사고의 원인과 방지대책이 국내에서도 활용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이번에 세이프투데이를 통해 더 많은 대원들이 내용을 접하고 더 안전한 현장활동에 참고할 수 있도록 공유해 보고자 한다.

분량은 비록 49쪽에 불과하지만 출동 소방력, 사용장비, 무선통신, 전술 등에 대한 제반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서 별도로 제작한 해설집을 추가로 제공한다. 

보고서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사고의 개요와 주요 착안사항, 그리고 이후 사고예방을 위해 개선된 부분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해 본다.

사진 1. 사고사례에 대한 현장대원들과의 검토
사진 1. 사고사례에 대한 현장대원들과의 검토
사진 2. 사고건물의 외관 및 현장도착 시 최초 화재장면
사진 2. 사고건물의 외관 및 현장도착 시 최초 화재장면

◆ 사고의 개요 = 12월17일 새벽 3시 경에 3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건물은 자전거 수리점, 공방, 창고로 사용되는 비주거용 건물로 마당이 넓었고 1층은 화물 상하차에 용이하도록 바닥이 올라가 있었고 주 출입은 옆에 딸려 있는 작은 창고를 경유해서 들어가는 형태였다. 전체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재질로 구획이 어지럽게 돼 있었고 3층은 큰 다락방 형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차량 4대에 22명의 대원까지 소방력은 충분했고 화재는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호흡보호장비를 착용한 2인 1조 3개 팀은 아래 그림과 같이 각각 사다리차 바스켓을 타고 화재진압(B조), 1층 상하차 대문을 통해 내부진입(A조), 딸린 창고건물을 통해 1층 진입(C조)했다.

사진 2. 사고건물의 외관 및 현장도착 시 최초 화재장면
사진 2. 사고건물의 외관 및 현장도착 시 최초 화재장면

1층에서 화재진압활동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C조는 A조에게 자신들이 윗층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하고 올라가면서 화재진압 활동을 펼쳤다. 지휘부에서는 작업교대를 해줄 D조 2명을 건물로 이동시켰다. 추정하기로는 그 시점에서 C조는 3층으로 이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D조가 교대를 위해 2층으로 오르려고 할 때 갑작스런 재발화가 발생해 올라가지 못했다. 지휘부에서는 사다리차와 펌프차를 추가로 출동시켰다. 그런데 3층에서 작업 중이던 C조의 호스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공기잔압도 바닥이라 C조는 철수를 시작한다. 그러나 내려가던 중 2층에서 파열된 호스에서 압축공기포가 솟구쳐 나오고 화염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3층으로 올라왔다. C조는 다급하게 무전으로 호스가 파열됐고 퇴로가 차단됐다며 짤막한 긴급구조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무전응대가 없었다. 나중에 녹음된 무전 내용을 분석했을 때 공기잔량부족 경고음도 들리지 않았던 것을 보면 공기봄베는 텅 비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휘부는 즉시 지역에 남아있는 모든 소방력을 출동시켰고 대원구출조 2명(E조)를 투입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간 E조는 1층에서 교대를 하러 먼저 들어갔었던 D조를 만났는데 두 조의 조장들이 상황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서 조장끼리만 한 팀을 만들어 구조작업을 하기로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화재진압도 하면서 이동해야 했고 복잡한 내부구조에다가 정확한 사고지점을 알 수 없어 구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던 중 3층 계단 근처에서 도끼를 발견한 뒤 주변에서 C조의 조난대원 1명을 발견했는데 이미 구조요청무전 후 27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조난대원을 아래로 데리고 내려와 구급대에 인계한 후 상황의 긴박성을 느낀 대원구조팀의 1명이 무리하게 혼자 나머지 조난대원을 구조하겠다고 올라갔으나 봄베잔압 경고등이 울리면서 본인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창문을 통해 감시하던 사다리차에 바스켓 탑승대원에게 발견돼 탈출할 수 있었다. 이후 봄베를 새것으로 교체해 다시 3층에 올라가서 두 번째 조난대원을 발견한 것은 구조요청무전 후 39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C조의 두 대원 모두 사망판정을 받았다. 

사진 3. 출동대의 화재진압활동 개요도
사진 3. 출동대의 화재진압활동 개요도

◆ 주요 착안 사항 = 3층에서 작업 중 조난을 당한 C조 대원들은 봄베잔압을 고려해 충분한 탈출시간을 확보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가 호스파열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계산방법도 있고 교육도 되고 있지만, 화재건물의 규모가 작고 화세에 비해 출동소방력이 많았던 것에 안도하고 무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 진입한 대원들의 안전관리에 있어 각 출동차량의 선탑지휘관 외에 별도의 통합안전관리자가 공동관리하면서 임무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 상황관리에 혼선이 생겼고 결국 C조의 위험에 대한 파악이 미흡했다. 

또 무전으로 잔압보고를 받았음에도 시간을 체크하지 않아 사전 조난의 예측이나 인지가 불가능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원구출팀이 조난대원을 구조하기 위해 진입하려 했으나 내부화염으로 인해 별도의 호스를 전개하는 등의 준비작업이 필요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화재의 재발화 원인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나 압축공기포가 틈새로 침투하지 못해 잔불이 살아났을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호스파열의 원인은 압축공기포 호스가 2층에서 재발화된 화재로 인한 고열에 노출돼 파열된 것으로 보았고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압축공기포가 고온에 노출될 때 폼이 파괴되면서 내부에 생긴 공기층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결론냈다.

사진 4. 재발화 후 화염에 휩싸인 화재건물의 모습
사진 4. 재발화 후 화염에 휩싸인 화재건물의 모습

◆ 주요 개선대책 = 기존에는 화재현장에서 선착대가 내부진입을 하면 후착대가 와서 대원구출팀을 준비시키는 방식이었으나, 사고 이후 대원구출팀을 우선적으로 준비시킨 상태에서 화재건물의 내부진입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변경했고 대원구출팀은 별도의 방수가능한 호스를 갖추고 있도록 했다.

내부진입 대원의 관리에 있어 통합안전관리자의 임무를 명확하게 해 각 차량의 선탑지휘관들과 상황파악에 있어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압축공기포의 호스는 고온에 노출될 경우 파열될 위험이 있으니 화염이 있는 공간, 또는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공간을 지나서 전개하지 않도록 권장했다.

긴급구조요청 무전 시 필수적인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면서 대원구조가 힘들었기 때문에, 긴급상황에서 상황, 위치 등을 포함한 내용이 전달되도록 구조요청 무전요령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부진입대원의 공기봄베 잔압관리에 있어 시간을 체크하는 시계를 갖추는 등 효율적인 전용 장비를 갖추도록 했다.

2023년 12월6일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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