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소재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31일 오후 7시47분 경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내 우진푸드(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현장에 출동해 화재진압과 구조 활동에 투입됐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는 인명 수색 중 고립됐고 8시간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신고접수 8분 만에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건물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국민 영웅 두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은 ‘죽음까지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자세를 새삼 일깨워 주며 모든 이의 귀감과 표상이 되고 있다. 

두 소방관은 모두 미혼으로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로 소방관으로 책임감과 사명감이 남달랐다고 한다. 

2019년 7월8일 임용돼 올해 6년 차인 김수광 소방교는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는 데 솔선수범해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고 한다. 작년 인명구조사 자격증까지 따내며 화재 대응 역량을 키워온 소방의 참 일꾼이었다. 

박수훈 소방사도 특전사 근무 중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며 구조 분야 경력직 채용에 지원해 2022년 2월3일 임용됐다. 두 소방관은 작년 7월 경북 집중호우 때도 68일간 수색 활동을 벌이기도 한 모범 소방공무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1일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와 박수훈 소방사를 소방장과 소방교로 1계급 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고 소방청도 7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2월3일 있을 영결식까지 조기를 게양한다. 

경상북도는 하늘의 별이 된 순직 소방관의 장례를 ‘경북도청장(葬)’으로 치르기로 하고,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맡고, 집행위원장은 박근오 경북소방본부장이 맡는다.

경상북도는 2월1일 고인들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문경시 문경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고 고인들의 고향인 경북 구미소방서, 상주소방서를 비롯해 문경소방서, 경북도청 동락관 등 4곳에 2월2일부터 2월5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 

발인은 오는 2월3일 오전 7시로 예정돼 있다. 영결식은 장소를 옮겨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2월3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유족과 협의가 이뤄졌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1계급 특진과 훈장 추서, 영결사, 조사, 고인께 올리는 글 낭독 순으로 진행되며 영결식이 끝난 후에는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동해 안장된다. 

경상북도는 고인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장례 기간 모든 직원에게 근조 리본을 패용하고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 동안 어느 한순간도 가슴밖에 둘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안전이며, 이토록 소중한 가치인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초개와 같이 산화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대한 국민 영웅으로 부른다. 남을 위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사조(不死鳥)라고 어벤저스 대신 ‘화(火)벤저스’라고도 했다. 우리는 반드시 “살려서 돌아오라”했고 “살아서 돌아오라”했다. 

고 김수광 소방장
고 김수광 소방장

하지만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는 끝내 우리 곁에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순직하셨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꽃다운 스물일곱, 서른다섯 일기로 ‘안전’을 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치로 부각시킨 두 소방관의 헌신과 희생을 잊지 말고 ‘안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재조명해야 할 것이다.

소방청이 작년 7월 발간한 ‘2023 소방청 통계연보’의 ‘연도별 소방공무원 순직 공상자 현황(2012~2022)’에 의하면 최근 11년간 47명이 순직했고 5235명이 공상을 당해 무려 7282명이나 숨지거나 다쳤다. 

그뿐만 아니라 소방공무원 10명 중 7명이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 소방공무원은 매년 의무검진으로 건강 이상을 확인하지만 정밀검진까지 받는 경우는 건강이상자의 약 6%에 지나지 않았다. 

고 박수훈 소방교
고 박수훈 소방교

해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소방관은 쌓여가고 있지만 제때 질환을 확인하는 경우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정받는 소방이 아니라 동경 받는 소방’이 돼야 함에도 출동 벨이 울리기만 하면 용수철처럼 뛰어나가 소방차를 타고 긴급출동해 화마와 싸우다 보니 죽거나 다치거나 병들어 심지어 생명 단축에까지 이르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자 직종별 사망자의 평균 사망 연령’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 중단 평균연령은 2020년 78세, 2021년 78.8세에 이어 작년 79.7세로, 해마다 높아가는 추세다. 그런데 직종별로는 소방직이 타 직종에 비해 평균 5년가량 일찍 사망해 연금 수급도 가장 빨리 종료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기준 ▷소방직 74.7세, ▷공안직 78.1세, ▷일반직 78.3세, ▷경찰직 78.8세 순으로 낮은 데 반해 ▷법관ㆍ검사 82.4세, ▷지도직 81.7세, ▷교육직 81.6세 순으로 높게 분석됐다.

소방공무원에 건강과 후생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소방관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봉사하기 때문에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로 꼽힌다지만, 그저 마음뿐이지 그것으로 끝이다.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더 희생되지 않도록 더 깊은 고민과 더 슬기로운 지혜가 절실하다. 

정부는 소방청이 스스로 숙원사업으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소방청을 믿고 화재 안전 대응 지침과 조직 구조 및 지휘 체계 등을 점검해 제대로 된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불요불급한 간섭이나 참견 대신 소방의 전문성과 그 특수성을 인정하고 더 지원하고 더 격려하고 더 응원해야 한다는 간곡한 충언이다. 

소방관의 처우와 작업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더 올리는 것도 당면한 현안으로 화급하다. 

인명 검색 로봇과 드론, 열화상 카메라 등 소방관의 현장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 장비부터 서둘러 확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임무 수행 중 목숨을 바친 소방관과 유족에게는 합당하고 충분한 예우와 지원을 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오늘도 화재와 재난 현장에 출동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소방관을 응원하며 두 소방 영웅의 고결하고 숭고한 희생에 삼가 명복을 빌며 진심 담긴 애도와 경의를 표하며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도 눈물 담은 가슴 속 언어로 위로를 드린다.

2024년 2월2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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