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사고현장의 기억

2005년 2월 필자가 독일 프라이부르크 소방서에 있을 때 참혹한 사고현장에서 경험했던 일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고 있는데 방송으로 청소트럭에 사람이 깔렸다는 지령이 들렸다. 대충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고 헬맷과 장비를 착용하면서 소방차에 탑승하여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본 광경은 정말로 참혹했다.

그림 1. 자료사진(독일 청소트럭이 노인을 친 교통사고현장) - 출처 : OP Online
그림 1. 자료사진(독일 청소트럭이 노인을 친 교통사고현장) - 출처 : OP Online

대형 청소트럭이 서 있었는데 아마도 노인을 치면서 넘어진 노인의 몸이 앞바퀴를 지나 뒤바퀴에 걸린 것 같았다.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다리 쪽은 크게 손상되어 피가 흐르고 머리쪽은 검게 멍이 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사망한 상태로 보였지만 그 와중에 적십자 구급대원들은 심실제세동기로 살려보려 하고 있었다.

현장지휘관에게 전해 듣기로는 청소차가 잠시 정차하여 작업을 한 뒤 다시 출발할 때 차 바로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운전석이 높아서 노인을 보지 못해 치었고 육중한 차량이라 사고를 빨리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끌고 간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런 끔찍한 사고 현장에서 필자가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끔직한 사고 장면만은 아니었다. 사고수습을 위해 현장에 나온 경찰의 행동이었다. 청소트럭 운전자를 소방지휘차로 데리고 오더니, 차안에 앉히고 담배를 권하며 자신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참혹한 사고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그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경찰이 크게 야단치며 나무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은 대기하다가 바로 복귀했지만, 얼마 뒤 다시 현장으로 출동하는 지령이 내려졌는데, 이유는 현장 수습 후 바닥에 널린 훼손된 신체구성물을 물을 뿌려 하수구로 쓸어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출동하는 대원들은 소방관으로 가장 하기 싫을 해야 했고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현장에 출동 나온 사람 중에는 산업안전과 관련하여 나왔다며 필자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며칠 뒤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가 심리지원에 관한 일을 담당하였기에 사후 지원일정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심리적인 문제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다시 만날 일은 없었다.

“괜찮아?”

그렇게 모든 활동을 마치고 청사로 복귀하였고 필자는 아침에 머리감다가 출동을 나가면서 젖은 머리카락이 헬멧에 계속 눌려 있었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머리를 감기 위해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동료 소방대원이 내게 와서 괜찮냐고 물었다. 필자는 영문을 몰라 무슨 얘기인지 물었더니 참혹한 현장을 봤기 때문에 구역질이 난 것인지 궁금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단순한 오해였겠지만 그의 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참혹한 현장이었기에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힘들어 했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 동료대원의 상태를 물어본 것이었기 때문이다. 

1. 독일의 소방대원 심리지원

독일소방에서 참혹한 사고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에 대응하는 시스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은 심리사회적 응급처치, 즉 PSNV(페에스앤파우 : Psycho-Soziale Notfall-Versorgung)이다. 심리사회적이라는 표현이 좀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대원 개인의 심리적 상태가 주변 환경의 사회적 영향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소방대원들의 심리적 문제에 대응하여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우리와 다른 점도 많다. 

독일의 PSNV는 예방의 단계부터 문제발생 이후 중장기적 치료에 이르는 장기요양 단계까지 포괄적이지만 특히 현장에서 조기에 감지하고 문제발생 즉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기본적으로 심리사회적 처치가 가능한 전문인력이 화재와 구조 등 소방활동 현장에서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호출하여 출동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호출을 받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방대원들의 출동 현장에 미리 나와서 예방적 조치를 하거나 문제가 있을 만한 대원을 조기에 찾아내 악화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는 소방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독일의 많은 소방서에서도 대원들이 현장에서 사고대응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사회적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심리지원팀(PSU)을 운영해오고 있고, 필요시 비상연락을 통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비상근 자원봉사 전문인력(Krisenintervention, Seelsorge, PSNV) 동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림 2. 버스사고 구조현장에 나와 활동하는 PSNV 전문가 – 출처 : UKH
그림 2. 버스사고 구조현장에 나와 활동하는 PSNV 전문가 – 출처 : UKH

이들은 모두 전문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한 전문가들이지만 대다수가 소방기관 소속이 아니며 경찰, 적십자, 연방군 등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모든 조직의 대원들과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 피해자, 가족, 목격자 등에게도 심리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소방대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른 소방의 요청에 의해 현장에 나오게 되면 대응의 신속성이 떨어지고 예방과 위험징후에 따른 선제적 대응조치를 위해서는 소방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가급적이면 출동하는 소방대원 중에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있다면 훨씬 성과가 좋을 것이다. 그러한 필요성에 대해 인식이 높아지면서 소방대 자체적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운용하는 추세이지만, 이를 위한 장기간의 전문자격자 양성과 인력운용을 위한 투자가 필요해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림 3. 도르트문트 PSNV 출동팀 – 출처 : nordstadtblogger
그림 3. 도르트문트 PSNV 출동팀 – 출처 : nordstadtblogger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2월 독일의 도르트문트 소방서에 최초로 24시간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응급처치(PSNV)팀이 창설되었다. 이 소방서에서는 1999년부터 심리지원팀 운영을 목적으로 소방대원 13명을 선발하여 전문교육훈련을 시킨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대원선발과 교육을 통해 소방서와 의용소방대에 각각 24명과 20명으로 구성된 심리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도르트문트 소방서의 공식 통계자로에 따르면 PSNV팀 활동건수는 창설초기 500여건에서 2024년에는 600여건으로 20% 증가하였다. PSNV는 구성인력의 전문교육 수준 및 처치능력에 따라 I, II, III으로 상향하는데 세부적인 활동내역을 보면 이중에서 현장에 출동하거나 소방청사에서 직접 피해자, 대원들을 만나 심리사회적 문제발생에 대해 지원조치(PSNV II, PSNV III, PSU )를 한 것은 41%였다고 한다.

그림 4. 연도별 PSNV 활동 건수 및 세부내역 – 출처 : 도르트문트 소방서
그림 4. 연도별 PSNV 활동 건수 및 세부내역 – 출처 : 도르트문트 소방서

동료대원 상담사(peer)

도르트문트 소방서와 같이 같은 소방대의 동료대원이 PSNV 전문교육훈련을 이수한 상담사로서 역할을 한다면 같은 소방대에 익숙하고 현장활동경험을 이용해 현장활동으로 인해 심적 어려움을 가진 소방대원에게 더 잘 다가가고 더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 소방의 사례는 우리의 소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우선 독일의 소방서에서는 우리와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입사 후 소방서를 옮기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한하고 절대 다수는 입사한 소방서에서 퇴직을 할 때까지 오랜 기간 근무를 하게 된다. 동료대원들이 보통 10년 이상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하고 같은 현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동료대원 상담사가 동료로서의 친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인사이동이 잦고 내·외근 등 직무변경에 진급의 차이 발생 등 같은 현장에서 같이 활동하는 동료로서의 위치를 가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료대원상담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 일에 적합한 대원을 선발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독일소방에서 제시하는 평가기준을 보면, 기본적으로 친화력과 소통능력이 있어야 하고 과도한 반응에도 위축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대처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며 오만하지 않아야 한다. 공감능력도 필요하고 훌륭한 지적능력에 신중함과 신뢰성도 필요하다. 동료상담사라는 위치에 대해 마치 구원자처럼 행동하지 않고 장소를 가려 침묵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림 5. 독일 지역 소방대의 동료대원상담사로 구성된 팀 – 출처 해당소방대
그림 5. 독일 지역 소방대의 동료대원상담사로 구성된 팀 – 출처 해당소방대

2. 프랑스의 사례

프랑스 소방은 각 소광역소방본부(SDIS)에 의사, 약사, 수의사, 간호사, 영양사, 조산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로 구성된 보건 및 의료구조서비스팀(SSSM-Le Service de Santé et de Secours Médical)를 보유하고 있다. 이 팀의 구성원들 가운데 심리학자와 의사, 간호사가 심리지원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실시하는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소방에서 현장의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 부담에 대한 대응조치에 대해 심리사회적 응급처치(PSNV)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것은 프랑스 소방에서의 심리적 예방 및 지원시스템(SPSP : la Structure de Prévention et de Soutien Psychologique)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그림 6. 지난 6년간 프랑스 소방관 자살 및 자살시도 추이 – 출처 : radiofrance
그림 6. 지난 6년간 프랑스 소방관 자살 및 자살시도 추이 – 출처 : radiofrance

최근 프랑스 소방에서는 소방대원들의 자살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을 해서 사망을 했거나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소방대원의 수가 247명에 이른다. 전체적으로도 지나치게 많은 숫자라는 점도 문제지만, 특정 지역의 소방본부에서는 4년간 무려 14건의 자살사건이 있었다고 하여 큰 논란이 되었다. 이렇게 소방대원들의 자살사건이 많은 이유는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이라고 한다. 외근은 출동건수 대비 한정된 인력이 과도한 근무에 시달리고 있고, 내근 역시 의용소방대원을 괴롭혔다는 등 각종 민원과 고소고발에, 상관의 갑질까지 시달리면서 힘든 근무를 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림 7. 다수 소방관의 자살이 문제가 된 소방본부를 비난하는 노조의 시위 – 출처 : franceinfo
그림 7. 다수 소방관의 자살이 문제가 된 소방본부를 비난하는 노조의 시위 – 출처 : franceinfo

그렇게 소방대원들의 자살사건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소방에서도 소방대원들의 심리지원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 등 투자도 많이 하고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3. 소방대원의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 발생의 예방

심리적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여 신속하게 도움을 준다면 문제발생을 차단하거나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독일소방과 프랑스 소방에서 몇 가지 제시하는 내용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1) 과도한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는 사고상황에 주의

먼저 심리적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발생시킬 우려가 높은 사고상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아동 또는 지인의 사망이나 중상, 아주 힘들고 오랜 시간의 작업, 대원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경우 등이다. 

(2) 대원의 의심증상에 주의

또한 대원들이 다음과 같은 증상을 나타낼 경우 심리적 문제발생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 물리적(신체적) : 심박수 및 호흡의 증가,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증가. 얼굴색의 변화, 심하게 땀흘림, 목소리의 변화, 발음장애, 몸 움직임의 통제력 상실, 근육경련, 메스꺼움, 복통, 탈진, 수면장애, 악몽 등

- 정서적(감정적) : 사고에 대한 슬픔과 과도한 연민, 죄책감, 상황에 대한 공격적 태도, 무기력감, ,우울, 불안 등

- 인지적(관념적) : 명확하고 무의미한 것에 대해 위협적으로 파헤치듯 의미를 질문, 인간 및 자신의 취약성과 유한성에 대한 갑작스런 인식, 마음의 꺼짐(로봇과 같은 느낌), 과도하게 무리한 맹목적 요구, 이전에 가졌던 신념과 가치관의 상실 등.

- 행동관련(행위) : 자신 및 타인에게 과도하게 냉혹, 어린애 같은 행동으로 퇴보, 타인에 대한 기대감, 위험에 대한 인식 상실, 소비행동의 변화, 병적 중독의 발생, 사회적 접촉의 경시, 자살 위험 등.

(3) 예방교육

출동하는 현장에서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 부담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러한 경우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런 경우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전에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것은 신규 임용자들의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4) 철저한 안전장비의 준비와 신뢰

사고현장에 출동하는 대원들이 안전장비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대원들의 사고를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프랑스 소방에서는 이것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개인안전장비를 확인하면서 자신을 안심시키고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이 정신적으로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5) 호흡과 이완

프랑스 소방에서 소방대원의 멘탈 강화를 위해 조절된 호흡과 이완, 충분한 휴식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상황실에서 신고전화를 받을 때, 지령을 받고 장비를 착용할 때 깊은 호흡을 한 번 하고 행동을 진행하고 활동 종료 후에도 조절된 호흡으로 정신을 안정시키고 이완하면 정신건강에 좋다며 장려하고 있다.

그림 8. 시위현장 배치 대원들의 심리지원을 위해 현장에 나온 PSNV 전문인력
그림 8. 시위현장 배치 대원들의 심리지원을 위해 현장에 나온 PSNV 전문인력

4. 결어 

우리 소방에서도 심리상담전문가들을 배치하여 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방관들을 위한 심리지원을 제도적으로 정착시켰고 소방관들도 예전과 달리 좀 더 부담없이 이러한 심리상담전문가들을 통한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현장활동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방서를 통해서 또는 개인적으로 철저한 비밀을 보장받으면서 전문인력의 도움은 물론 필요 시 의료적인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춘 독일에서도 여전히 심리지원 요청을 주저하는 대원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움을 외면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경험한 것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지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질 저하, 사회적 관계의 단절, 심한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심리지원 제도 이용을 주저하는 주된 이유는 현장에서 심적 어려움을 경험한 것이 강인한 영웅의 소방관이라는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인식이라고 독일에서 얘기하는데,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사건이 하나 있어 언급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조현국 춘천소방서 대응총괄과장
조현국 춘천소방서 대응총괄과장

2009년 어느 농촌에 작은 안전센터에서 안전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일이었다. 오전에 시골 도로에서 1톤 트럭이 농수로로 전복되었다는 지령을 듣고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은 너무나 참혹했다. 탑승자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 창문이 열려 있어 콘크리트 농수로 벽에 부딪히면서 안면부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사고처리 후 복귀를 하니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이전과 달리 식사를 하는 동안 모두 말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한 명이 식사를 도저히 못하겠다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자신만 이상한가 의아해하며 자리를 떴다. 사실 필자를 포함해서 당시 동료들 모두 심리적으로 힘들었어도 그렇게 말하기를 꺼려했던 것 같다. 필자가 독일 소방서에서 머리를 감고 있을 때 참혹한 사고현장 때문에 힘들었냐고 물어보았던 동료대원처럼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개인적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025년 11월9일

조현국 춘천소방서 대응총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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