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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차량 ‘양보 아닌 의무’로 인식해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2017년 12월 05일 (화) 13:38:16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지난 10월19일부터 독일에서는 새로 바뀐 법에 따라 소방차 등 긴급차량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은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벌금이 기존 20유로에서 최대 200유로로 대폭 상향됐다.

여기에 1개월간 면허정지처분이 가능토록 했고 추가적으로 끼어들기와 같은 통행방해, 위험행위, 대물손상행위가 있을 경우 벌금은 최대 320유로까지 증가할 수 있다.

우리는 TV나 인터넷 등의 영상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일제히 길을 비켜주는 장면을 보고 감동하게 된다. 그렇게 길을 비켜주는 과정을 ‘양보’라고 표현하고 그 결과를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감동적인 소방차 길 비켜주기의 모범이 되는 국가로 인식하는 독일에서는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는 행동에 대해 ‘양보’나 ‘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독일에서 이번 소방차 길 비켜주기 위반자에 대한 벌금액 대폭상향에 계기가 된 것은 지난 7월 초 독일 뉘른베르크 인근 고속도로에서 있었던 대형 교통사고였다. 당시 관광버스가 화물차와 부딪힌 후 발생한 화재로 인해 18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있었다.

피해가 컸던 이유가 탑승자들이 노인들이라서 자력탈출이 쉽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당시 운전자들이 길을 제대로 비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대가 현장에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독일 국민의 큰 공분을 사게 됐다.

길을 비켜주지 않는 운전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벌금액 상향에 대한 개정안이 7월에 마련됐는데 연방교통부에서 구조대원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에 대한 처벌 금액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다시 벌금액을 크게 상향시키는 개정안으로 변경해 연방의회에 제출돼 통과됐던 것이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량이 현장에 원활하게 도착하도록 돕지 않는 것을 구조활동의 방해로 인식하고 있다.

독일에서 긴급차량 우선통행에 대한 의무관련 법조항은 ‘길 비켜주기’가 아니라 긴급차 통행로인 ‘레퉁스가세(Rettungsgasse)의 형성’으로 표현돼 있다. 가장 왼쪽 차로의 차량들은 왼쪽으로 붙이고 나머지 오른쪽 차로의 차량들은 모두 오른쪽으로 붙여서 1차로 2차로 사이에 별도 공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것은 몇몇 운전자들이 특정 차로를 비워주는 것이 아니고 모든 차량운전자들이 같이 협력해 새로이 만들어야 하는 법적인 임시차로이기 때문에 영상으로는 항상 모든 차량들이 일제히 길을 벌려주는 현상으로 보이게 돼 있다.

이것이 우리에겐 성숙한 시민의식에 의한 기적과 양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일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의무를 무겁게 느끼는 운전자들의 의식에서도 비롯된다. 위반 시 협력하지 않은 운전자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는 운전자들의 의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도로를 빠르게 달려 온 소방차를 통한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길 비켜주기에 있어 기적이나 양보라는 개념보다 당연히 해야 할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법적, 그리고 사회적 의무라는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7년 12월5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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