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최근 소방차량의 신속한 화재현장 도착을 방해하는 차량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속한 화재현장도착을 위한 방안에 있어 우리가 아직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선진국의 시스템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2004년에 수개월간 독일의 여러 소방관서에서 그곳의 소방관들과 생활하며 200여건의 현장활동을 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가 우리에 비해 화재출동이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화재출동의 절반 가까이가 건물의 화재감지기가 작동해 소방서에 자동으로 신고되는 이른바 ‘자동화재속보설비 작동’에 따른 출동이었고 그중 절대 다수가 오작동이었다. 관련된 최근 통계를 인용하자면, 2016년도 독일 함부르크 소방서의 전체 화재출동 1만1702건 중에 감지기 오작동의 자동신고 출동은 3730건으로 약 32%에 달할 정도였다.

오작동의 원인은 지하주차장의 누수로 인한 낙수에 물이 튀기면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거나, 요양원에서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워서 또는 평일 주간에 식당에서 감지기 작동을 일시 차단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특정한 대상과 일정한 규모의 건물에만 이러한 자동화재속보시스템이 적용되지만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소방대상물에 자동화재속보시스템이 적용되는데 규모가 작은 건물들의 경우 주변에 있는 큰 건물의 방재실을 통해 소방서에 연결돼 있다.

또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의 소방대상물 내 거의 모든 감지기가 연기감지기로 돼 있어 화재초기 연기가 소량 발생하는 단계에서 자동신고가 들어간다.

이렇게 연기감지기가 화재초기 작동해 소방서에 자동신고가 들어가 소방차들이 출동할 수 있다면 목격자가 없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알고 출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화세가 작아 소규모의 인력과 장비로도 화재진압을 수월하게 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소방서는 이러한 자동화재속보시스템에 의한 초동화재대응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이 자동시스템의 유지관리에 대해 수익자인 소방대상물 소유주들에게서 수수료를 받는데 이것은 소방서의 재정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감지기는 전기적인 문제 외에도 습기, 먼지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담배, 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 사용자의 부주의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불필요한 화재출동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고, 오작동에 따른 대피소동과 소방 과태료의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이러한 불편함을 초기에 화재진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있어 기꺼이 감당해야할 투자이자 과도기적 부담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 경험에서도 독일에서 수많은 화재오인출동을 했지만 결국 1건은 실제 화재로 초기에 연기만 발생한 상태에서 도착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독일의 얘기는 우리의 실정에서 아주 먼 나라의 얘기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도  뒤늦은 부정확한 신고에 거센 불길을 눈앞에 두고 현장에 도착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선진국 수준의 화재안전으로 다가가는 것을 앞당기기 위해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한 번쯤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사례로 제안하고 싶다.

2018년 1월12일
강원도 철원소방서 조현국 소방행정과장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