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에게 대단히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화재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보면 건물이나 주차장, 타이어 더미 등이 불길에 휩싸인 상태인 경우가 많다.

▲ 사진 1. 독일 수벽형성관창(우리나라 기존 장비인 수막형성관창과의 혼돈을 피하기 위해 ‘수벽형성관창’으로 표시했다. 개인 촬영 사진)

이런 경우 대부분은 다량의 가연물에서 연소로 인해 뿜어대는 강한 복사열로 인해 현장접근이 곤란해 인명구조는 물론 화재진압 작전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 사진 2. 스위스 호흐도르프 소방대 훈련장면(출처, Hochdorf 소방대 홈페이지)

드물기는 하지만 복사열로 인해 소방차가 불에 타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 사진 3. 독일 도르트문트 건초저장창고 대형화재(출처, 도르트문트 소방서)

다량의 복사열과 화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물을 뿌려 냉각효과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소규모의 인원과 차량으로 지역에 소방출동대가 분산 배치돼 있는 현재 시스템에서 초기에 많은 화재진압차량들이 현장에 도착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사진 4. 오스트리아 골링 소방대 주택화재(출처, Fire World 인터넷 언론)

또 소방차량의 물탱크에 있는 물을 한 번에 통째로 끼얹는 것이 아니라 호스를 통해 탱크의 물을 가압해 약 5~10분의 시간동안 뿌릴 수밖에 때문에 초기에 많은 진압차량이 도착할 수 없는 현실에서 대규모 화염과 복사열은 제압하기 힘들고 이로 인해 소방활동 전반에 큰 어려움을 안게 된다.

▲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한 가지 대안으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독일 소방관서 실습기간에 뉘른베르크 소방서에서 이 특이한 장비를 접하게 됐는데 장비의 모습은 사진 1과 같다.

장비의 구조는 단순해 보인다. 커플링에 호스를 연결해 바닥에 놓아서 사용하는 것으로 방수구 쪽의 상부 절반이 절단, 개방돼 있고 그 앞에는 반원판을 댔다. 소방차량이나 소화전에서 가압된 물을 이 관창으로 보내면 방수구에서 나온 물은 반원판을 타고 반원형의 수막을 형성하게 된다.

장비의 구경과 송수되는 물의 압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높이 5m 이상 폭 10m 이상의 얇은 수막이 형성된다. 복사열이 강한 화염의 정면에 이 수막을 형성시키면 복사열과 화염을 방어해 대원과 소방차량, 그리고 연소확대 우려가 있는 인접건물도 보호할 수 있고 수막을 통과하는 방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복사열의 방해 없이도 대원의 근접 화재진압 방수가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구조대원의 활동을 보호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공장 화재처럼 도착한 소규모 소방력에 비해 화세가 너무 강한 경우에는 이 장비를 활용한 연소확대 저지에 주력해 지원 소방력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어적 진압활동을 하는데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운영을 하는데 있어 미리 호스를 연결해 두면 현장 도착 후 적정위치의 바닥에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인력이 필요 없어서 도착초기 인력 운영이 효율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 화재현장에서 사용한 사례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다음의 사진 3, 4와 같다.

수벽형성관창은 독일과 인근 국가에서만 사용하는 장비는 아니다. 물론 빈도가 높지는 않겠지만 ‘Water Curtain Nozzle’ 이름의 장비로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여하튼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사용되지 않는 장비인 것은 같다. 여러 이유로 인해 소규모의 소방력으로 대형화재를 접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실정에서 한 번쯤을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2018년 1월23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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