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업무영역이 확장되고 전문화되면서 점점 더 많은 장비와 특수차량을 필요로 하게 된다.

▲ 독일 졸링엔 소방대에서 보유하고 있는 암롤차량과 암롤콘테이너

▲ 네덜란드 펜로 소방서 차고 내 보관하고 있는 암롤콘테이너 2대(사진, 개인 촬영)
시간이 갈수록 소방에서는 새로운 기능과 목적을 가진 신규 특수차량의 지속적인 추가도입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소방청사에 새로운 차량들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이를 관리하고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기존의 소방청사에 차량들을 세워 둘 차고 공간이나 청사 부지가 넉넉지 않은 경우도 있고, 차량을 신규 구입하고 이를 관리하는데 있어 비용부담 역시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해외 소방의 사례를 들어 비교를 해보고자 한다.

▲ 네덜란드 펜로 소방서 차고 내 보관하고 있는 암롤콘테이너 2대(사진, 개인 촬영)
독일 소방서를 가보면 우리보다 비교적 많은 소방차량이 소방청사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차고 또는 차고 마당에 타이어 바퀴도 없이 덩그러니 붉은색의 콘테이너처럼 생긴 것들이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은 무엇일까?

독일 소방은 일반적인 소방활동에 필요한 장비 외에도 다수의 특수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의 소방청사라 하더라도 한정된 인력과 보유 공간에서 수십 대의 소방차량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 노이이젠부르크 - 특수소화약제 지원
독일 소방은 수난 구조 장비 차량, 대형 지휘 본부 차량, 붕괴 사고 구조 장비 차량, 화생 방사고 대응 차량, 호흡 보호 장비 현장 지원 차량, 전문 응급 의료 장비 차량, 대규모 소방호스 적재 차량, 배연 지원 차량, 하천 오염 방재 차량, 이산화탄소 소화약제 진압 차량, 분말 소화약제 진압 차량, 현장 폐기물 제거 차량, 빙판 염화칼슘 분사 차량, 대원 제독 샤워 부스 차량, 현장 쉼터 제공 차량, 현장 조리 차량 등 수없이 많은 종류의 특수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소방대마다 이 모든 차량을 모두 다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방대의 규모 및 소방활동의 필요에 따라 이러한 특수차량을 여러 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 노이이젠부르크 - 장비, 소형차량 등 운반
이러한 특수차량들을 보유하면서 얻게 되는 현장대응력의 강화라는 장점이 분명하지만 특수한 목적의 차량이다 보니 출동 빈도가 높지 않은데다가 많은 차량을 보유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리고 구입하고 관리를 하는데 있어 소요되는 많은 비용도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독일은 이러한 문제를 암롤컨테이너차량(Wechselader + Abrollbehälter)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길거리에 녹색의 큰 철제 컨테이너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쓰레기가 모이면 큰 청소차가 와서 고리를 연결해 등에 업듯이 탑재해 가져가고 대신 빈 컨테이너를 남겨둔다.

▲ 인겔하임 – 휴게 지원
독일의 암롤컨테이너차량 방식은 바로 이러한 청소차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목적에 맞게 용도별 장비를 모아서 적재공간으로 개조된 컨테이너에 모아 두거나, 아예 컨테이너 내부가 특정 용도를 목적으로 공간 구성이 돼 있는 컨테이너를 여러 개 만들어 두고 이를 한 두 대의 암롤트럭이 출동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컨테이너를 골라 등에 업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한 사람이 푸드트럭으로 하루는 학교 근처에서 분식을 팔고 다른 날에는 관광지에 가서 전문커피를 팔고 싶다면 원래는 차가 2대 있어야 한다.

▲ 슈투트가르트 – 취침, 간식, 휴식공간제공
하지만 독일 소방의 방식이라면 용도별 푸드트럭 컨테이너 2대를 두고 암롤트럭으로 필요에 따라 컨테이너를  바꿔가며 차에 얹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암롤컨테이너차량의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 출동 건수 = 각 용도별 컨테이너의 출동은 적지만 이를 선택적으로 골라서 탑재해 출동하는 암롤트럭만을 보면 차량의 전체적인 출동건수가 적지 않다.

▲ 슈바인푸르트 – 배연 지원
또 탑재가 가능하도록 기구를 만들어 수난구조보트 이동, 여러 종류의 장비운반 등으로 사용하면 여러 목적으로 더 많은 다양한 출동을 하게 된다.

◆ 비용 = 컨테이너의 수는 많지만 고정탑재공간이 제외된 암롤트럭의 수가 적어 구입이나 관리비용이 낮아진다.

또 연한이 경과하는 시점의 불용처분도 컨테이너와 차량이 일체가 아닌 별개로 하기 때문에 훨씬 비용적으로 유리하다.

▲ 스파이허스도르프 - 화생방 대응
◆ 다양한 특수차량 보유효과 – 대응력 증대 = 새로운 목적의 특수차량을 구입해야 할 때 기존의 암롤트럭을 이용할 것을 목적으로 추가로 컨테이너와 장비만 구입해 구성하면 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특수차량으로 보유하는 효과가 생겨 현장대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전혀 단점이 없지는 않다. 어떤 사고가 벌어져 어떤 컨테이너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상대적으로 출동에 많이 사용되는 컨테이너를 탑재시켰다가 다른 컨테이너가 필요하면 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 하이델베르크 – 구조보트 운반

▲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그러면 이러한 작업에 따르는 시간이 필요한데 전기연결 여부 등 사전점검과정도 필요해서 5 ~ 10분 정도의 출동시간이 지연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드물고 초기에 도착해야 하는 임무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이러한 특수차량들의 현장도착시간을 이를 감안해 별도로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특수목적차량의 도입을 통해 변화하는 소방활동 여건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에게 독일 소방의 사례는 한 번쯤은 검토해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2018년 1월29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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