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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현장에서 외롭지 않아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2018년 02월 11일 (일) 14:13:14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예년에 비해 올해 추위가 유난히 매섭다. 추위도 추위지만 피해가 큰 대형화재도 많아 졌고 소방관에게 출동 현장이 올해 유난히 매서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한 현장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동료대원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 이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 사진 1 2015년 관광버스-탱크로리 추돌 대형교통사고 만프(MANV) 가동(사진, 라운하임 소방대)

오래 전 독일 슈투트가르트 소방서에서 관서실습을 하고 있을 때, 하루는 저녁 8시쯤 인근 안전센터 관할에서 다세대주택화재가 발생해 펌프차를 타고 2차 지원출동을 나가게 됐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많은 소방차량과 구급차량이 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소방대원들은 잔화정리 단계에 있었고 지역 응급의료의 주력을 담당하고 있던 적십자 소속의 많은 구급대원과 응급의사들이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카페에서 케익과 커피를 사먹고 있었다.

또 적십자의 지휘팀이 자체 지휘차량 주변에서 소방지휘관과 협의하며 현장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다수환자발생을 고려해 사전계획에 의거 출동했으나 사태가 크지 않자 구급대원들에게 대기하며 휴식을 취하게 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의 그다지 크지 않은 일반화재에 그렇게까지 많은 의료 인력과 차량에 응급의료 지휘팀까지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한 낯선 풍경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사실 독일의 다수 부상자발생시 작동하는 만프(MANV - Massenanfall von Verletzten)라는 응급의료대응시스템에 의한 것이었다. 보통 10명 이하부터 3~4단계로 환자의 규모를 구분해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적시에 동원하는 시스템으로 독일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일례로 200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소방서에서 작성한 자체 만프(MANV)계획을 보면 50명 이상 부상자 발생 시 응급의료 필수인원은 158명 이상을 기준으로 했다.

 

 

 

응급의사

구급대원

구급보조

환자집결관리

2

4

8

환자이송관리

-

-

40

관찰소(분류)

4

8

16

긴급(10명당)

8

16

16

중급(10명당)

2

8

8

비긴급(5명당)

2

4

8

사망

중증도 긴급환자와 공동관리

출구관리

1

1

2

시간대별 인력장비 동원소요시간
○ 4분 이내 : 응급의사차 2대
○ 20분 이내 : 구급차 8대
○ 30분 이내 : 구급차 4대
○ 60분 이내 : 민간 자원봉사 의료인력 및 구급차 3대

◆ 응급의사차 = 독일에서는 구급출동이 있을 때 대원 2명이 구급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대원 1명은 응급의사차를 타고 응급의료센터로 가서 근무하고 있는 당직 응급의사를 태우고 사고 현장으로 가서 먼저 와 있는 구급차와 합류하는 랑데부(Rendez-vous)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응급의사차는 귀소하고 응급의사와 구급대원들은 구급차를 타고 응급의료센터에 가서 환자와 응급의사를 내려주고 복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병원간 또는 병원과 가정간 구급이송의 경우를 제외하고 이 방식이 기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단지 의료인력과 구급차량들로만 다수 부상자 발생에 대비할 수는 없다. 응급의료소를 설치할 텐트와 관련 부속장비, 그리고 침대와 많은 의료기기가 필요하다. 이를 빠른 시간 내에 현장에 운반설치하려면 별도의 방법과 준비가 필요한데,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암롤콘테이너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 사진 3 만프 25명이상급 암롤컨테이너 – 울름 적십자 및 ASB 공용(사진, 독일적십자 울름지부)

   
▲ 사진 4 만프 25명이상급 응급의료소 설치사례 – 울름 적십자 및 ASB 공용(사진, 독일적십자 울름지부)

이러한 의료장비 외에도 대원들에게 식사제공을 위한 조리차량 등 많은 대형재난 대비 장비와 차량을 대기시키고 있다.

2004년도 연말에는 THW(테하베- Technisches Hilfswerk)라는 독일 기술지원단의 실기학교에서 1주일간 테하베 간부들과 초급지휘자과정을 이수한 적도 있었다.

테하베는 임시교량건설, 대규모의 배수작업이나 전력지원, 조명지원, 식수 및 하수처리 지원, 특수구조작업지원, 해외재난구조 등을 주임무로 하는 조직으로 이론학교와 실기학교 등 2개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시작하던 첫날 저녁 학교 전산실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당시 컴퓨터의 웹브라우저에 한글 인코딩이 없었고 인터넷설정 변경은 관리자 권한사항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옆 사무실에서 테하베 작업복을 입고 앉아 있던 사람들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문제를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그들은 왜 그런 문제를 자기들에게 얘기하냐며 짜증을 냈다.

나중에 학교 관계자를 통해 물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이 학교직원이 아니라 테하베의 신속한 재난대응출동을 위해 당직을 서고 있는 지역의 지휘팀이었다고 한다.

   
▲ 사진 5 독일 테하베의 임시교량 설치 훈련(사진, 테하베학교)

이처럼 앞서 언급한 적십자와 테하베 이외에도 독일의 대형사고 현장에는 응급의료와 재난현장심리안정(PSNV, Notfallseelsorge)을 지원하는 근로자사마리안 연합(ASB), 요하니터, 말티저, 그리고 특수인명구조를 지원하는 독일인명구조연합(DLRG) 등 많은 인력과 장비를 보유한 조직들이 출동하고 있다.

   
▲ 사진 6 화재로 집을 잃어 충격을 받은 거주자를 위로하는 PSNV(사진, 사르뷔르커 차이퉁)

그러나 우리가 재난현장에서 늘 경험하는 바이지만, 조직이 다양하고 인원과 장비가 많다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앞서 예를 든 바와 같이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독일에서 모든 재난 관련 기관과 조직 구성원은 절대다수가 자원봉사자이거나 비상근근무자임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상시 조직적인 출동대기가 돼 있고 자체 교육기관을 보유하고 체계적이고도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대원들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사고규모에 따라 필요인원과 장비, 그리고 지휘부를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필요한 시간 내에 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사진 7 독일 베저마쉬 지역 2012 종합재난훈련 참가자들의 기념촬영(사진, NWZ Oline)

   
▲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사진 7에서 보듯이 재난현장에 동원되는 대원들은 모두 현장에서 차량과 장비와 함께 동원되고, 안전복장을 착용하며 지휘체계를 갖추고 교육훈련을 통해 모두 자신들의 전문적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런 재난대응의 여건으로 인해 독일 등 유럽선진국의 대형사고 현장은 언제나 소방관들 외에도 많은 재난대응 지원 조직의 인력, 장비로 분주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선진국에서는 소방이 대형사고 현장에서 시간적으로 빠르고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면서도 다른 조직의 실질적이고도 충분한 지원을 받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지향해 가는데 있어 우리가 더 효과적인 현장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효과적인 선진 유럽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2월11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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