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지난번에는 저수위 하천에서 물막이 장치를 이용해 흡수가 원활하도록 효과적으로 물을 흡수하는 해외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에는 특수 흡수스트레이너를 이용해 수심과 폭이 아주 작은 실개천에서도 효과적으로 소방용수를 흡수하는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유럽의 소방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흡수 스트레이너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유럽소방에서 사용하는 흡수 스트레이너는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물에 떠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과를 하는 부분까지 모두 금속재질로 돼 있고 이물질을 걸러주는 여과망은 장치 하단부에 넓은 원으로 돼 있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기 배수펌프의 모양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낯설다는 느낌을 주지도 아니다. 또 여기에 덧씌우는 외부 여과망은 스트레이너 주변을 넓게 감싸는 금속망사로 돼 있다.

▲ 사진 1 얕은 실개천 물을 흡수하는 특수 흡수장치(사진 인터슈츠 2015)

압력은 단위면적당 받는 힘이기 때문에 물이 빨려 들어가는 흡수구 주변에 넓은 면적으로 망을 본체에서 거리를 띄워 2중으로 만들면 여과망에 미치는 압력이 분산돼 이물질이 쉽게 섞여 들어오거나 망에 걸려 막히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흡수해야 할 곳이 수심이 지나치게 얕거나 바닥이 콘크리트 재질로 돼 있는 등의 이유로 물막이로 수심조절을 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이러한 일반적인 흡수스트레이너를 사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도록 개발해 사용하는 특수 장비가 있다.

▲ 사진 2 유럽에서 사용하는 흡수 스트레이너와 여과망(사진 독일 슈코이디츠 소방대)

앞에 나온 사진 1를 보게 되면 거의 수심이 없는 실개천 바닥에서 흡수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 하천수의 분당 사용 가능한 유량을 계산해 보면 가용한 유량은 결코 적지 않다.

바닥면이 불규칙해 보이기는 하지만 대원의 신발크기와 비교해 개천의 폭이 최소 50cm로 고르게 정리가 됐다고 가상할 때 수심을 최소 3cm로, 사진으로 판단해야 하는 한계는 있겠지만 유속은 부유물이 10초에 최소 7m는 떠내려 갈 수 있을 정도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분당 유량을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0.03m×0.5m×6m)×6/분×1000리터/㎥ = 540리터

▲ 사진 3 유럽의 일반 흡수스트레이너와 특수 흡수장치(사진 Willmars, Feuerschwarz 소방대)

▲ 사진 4 급류와 저수지에서 흡수장비 사용 예(사진 feuerwehr.de)
대략적으로는 5분 내 물탱크의 물을 소진하는 것을 가정할 때 펌프차가 분당 600리터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이 터무니없이 작아만 보이는 실개천의 유량은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

또 소방에서 사용하는 전기식 양수펌프가 대체로 분당 250리터를 흡수해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으니 더욱 그렇다. 다만 기존의 일반적인 흡수스트레이너로 흡수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은 문제다. 여기서 물막이를 설치해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업량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진에서는 특수 흡수스트레이너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3에서 보듯이 일반적인 유럽소방의 흡수스트레이너와 달리 이 특수 흡수장치는 바닥을 향하는 한쪽 면에만 흡수구와 여과망이 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는 위쪽의 재질로 인해 물 위에서 부력에 의해 뜨게 돼 있으면서도 아래쪽 방향을 향해 물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흡수구가 뒤집어지거나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게 했다.

낮은 수심의 바닥에 근접해 접촉해 사용하기 때문에 여과망이 조밀하면서도 쉽게 막히지 않도록 면적을 넓게 했다. 따라서 동일 크기 커플링의 일반 스트레이너에 비해 여과망의 면적이 넓다.

이 장비는 구경에 따라 두 가지 모델이 있으며 사양은 다음과 같다.

 

 

 

중량

크기(mm)

커플링구경(mm)

여과망구멍(mm)

S50

7kg

570 x 380 x 200

110

5

S20

3kg

410 x 260 x 150

75, 52

5

이 특수 흡수스트레이너는 수심이 아주 낮은 곳에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수심이나 폭이 충분한 경우라도 물위에 띄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흡수작업에도 사용 가능하다.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저수지나 연못 등 물이 고여 있는 경우 아래쪽에 퇴적물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부유형 흡수장비로 상층부의 물을 흡수하는 것이 유리하고 유속이 빠른 경우에도 일반 흡수장비보다 이 장비가 더 사용이 용이하다.

부유형 흡수장치의 사용에 있어 또 한 가지 유리한 것은 계절적 조건의 극복이다. 사진 5는 얼마 전 오스트리아 산간마을의 주택에서 영하 16도까지 내려가는 추위로 용수인입배관이 얼어 긴급생활용수 지원요청을 받은 소방대원들이 300m 밖 하천에서 물을 흡수해 주택의 물탱크로 보내는 작업을 하는 장면이다.

▲ 사진 5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하천 흡수작업(사진 오스트리아 힌터슈토터 소방대)
하지만 하천의 수심이 아주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수심확보를 위해 물막이 장치를 사용할 경우 소방대원들이 물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혹한의 날씨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반면 부유형 흡수장치는 수심에 상관없이 하천변에서 물로 밀어 넣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작업이 쉽고 빠르게 된다.

이상으로 하천의 소방용수 확보에 있어 낮은 수심을 극복하는 물막이와 특수 흡수장치의 해외 기술을 소개했다. 이러한 기술은 소방에서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용수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소개한 것이지만 갈수기에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를 취수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외떨어진 산간지역에 홀로 집을 짓고 사는 경우 자체적인 초기 화재진압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도 활용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3월12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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