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화재 진압 중 방수로 인한 지붕 낙하물이 인접 주차 차량에 떨어져 파손됐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작년 독일에서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결이 있었다.

작년 10월 코블렌츠 지방법원은 소방대가 화재 진압 현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피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코블렌츠 법원은 소방대가 소속된 지방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해 차량의 차주인 원고가 주장한 중과실과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 화재 건물 주변의 주차차량들(출처 feuerwehr.de)

◆ 사건의 내용 = 연기가 강하게 분출하는 주택화재가 승용차의 주인인 원고가 소유한 부지에 바로 인접해 있는 경계지점에서 발생됐다.

화재조사 결과 방화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원고의 차량은 화재발생 주택에 인접한 원고의 소유 부지 내에 있었다. 출동한 소방대는 화재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곧바로 100mm 호스를 차량에서부터 전개해 조심스럽게 원고의 차를 지나 화재현장으로 끌고 갔다.

소방대는 화재로 인한 인접피해를 우려해 원고의 승용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차주인 원고와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할 수 없이 대원 한 명이 원고의 승용차를 보호덮개로 덮었다.

화재진압이 시작되면서 뜨거워진 지붕의 타일에 소방대원들이 방수하는 차가운 물이 닿으면서 타일 조각이 떨어졌고 원고의 차량을 파손하게 됐다.

이 때문에 원고는 소방대가 소속돼 있는 지방정부에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 작업을 하기 전에 차주인 자신을 불러 차량을 이동시키도록 하지 않았다는 것과 보호덮개가 차량을 파손을 막기에는 너무나도 불충분했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였다.

코블렌츠 지방법원은 원고의 소를 기각했다. 그 이유는 법원이 독일민법(BGB) 제839조 제1항에 의거 해당 의용소방대의 공무상 직무의무위반에 대한 요건들을 검토한 결과 의용소방대의 행위는 동법 680조에 따른 면책사유가 적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독일 민법전(BGB - Bürgerliches Gesetzbuch)
제839조 공무원의 직무의무위반 책임
1항.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제3자에 대한 직무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공무원은 배상해야 한다. 공무원에게 과실에 대한 책임만 있는 경우 피해를 본 당사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으면 공무원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제680조 경영진의 위험회피행위
경영진이 기업주에게 당면한 급박한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고의와 중과실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

▲ 코블렌츠 지방법원의 주재판정(출처 SWR)

◆ 중과실은 없다(판례 번호 1 O 45/18(2018년 10월 18일) =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활동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을 경우에만 책임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 법원은 확인된 사건 정황을 볼 때 고의로 인한 책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특별히 중대한 의무위반이 있고 요구되는 주의를 크게 소홀히 한 경우에만 중과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했다.

▲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또한 자발적으로 소방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의용소방대원들에게 있어서 임무수행에서 발생하는 공무상의 의무는 과도해서는 안된다고 했으며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보호가치가 있는 재산인 화재 주택에 주된 관심을 뒀다는 것과 원고의 차량을 우선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다고 해 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이 승용차를 옮기기 위해 2~3분을 소모한다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의용소방대원이 보호덮개를 이용해 원고의 승용차를 보호하려고 노력했으나 나중에 보니 이러한 방식의 보호조치가 불충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 이것을 중대한 과실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고도 했다.

따라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시간적 압박 속에서 결정을 내리고 이를 토대로 조치를 취한 당시의 상황에 대한 판단이라는 것이었다.

먼 나라의 지역 재판부 판결이고 법적 근거나 소방여건이 우리와 다른 면은 있더라도 유사한 상황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한 번 참고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2019년 2월19일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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