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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핀란드 성탄절 화재
조현국 양구소방서 소방행정과장
2021년 12월 27일 (월) 08:23:39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우리나라 성탄절에 발생한 가장 끔찍했던 화재 참사로 1971년에 발생했던 대연각 호텔 화재를 들 수 있다. 이 화재로 163명의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역대 단일화재에서 발생한 최대 인명피해로 기록되고 있다.

좀 먼 나라 얘기지만 핀란드에서는 15년 전 성탄절에 발생했던 아파트 화재가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명으로 대형인명피해는 아니었지만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드러났고 특히 13세 어린 소녀가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 신문에 보도된 화재사진 – 출처 : ess

◆ 화재의 발생과 초기 상황 = 1996년 12월26일, 성탄절 자정을 넘긴 새벽 1시3분, 핀란드 헬싱키 북쪽에 있는 라흐티(Lahti) 소방상황실에 화재신고가 들어왔다. 어린 소녀가 자신이 있는 방에서 작은 불이 났다고 한 것이다.

이 13세 소녀가 사는 곳은 8층짜리 아파트의 최상층이었고 부모님과 10살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화재 직후 소방당국에서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화재는 12월26일 오전 0시58분 경 시작됐을 것으로 보았다. 그 방에서는 13살 소녀가 탁자 위에 촛불 서너 개를 켜 놓고 책을 읽곤 했는데 아마도 켜둔 촛불 중 하나가 다 녹아내리거나 잠결에 무의식적인 소녀의 움직임에 의해 초가 쓰러지면서 침대로 불이 옮겨붙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 당시 화재현장에서 촬영된 사진 - 출처 : pelastustieto

딸 아이의 소리를 듣고 잠이 깬 엄마가 방 밖에서 물건을 던지며 불을 꺼보려 했지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사이 다른 가족들도 잠에서 깨었고 연기와 화염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계단을 통해 탈출하면서 13살 딸이 탈출할 때 도움이 되라고 문을 열어 뒀다.

그러나 그러한 바람과는 정반대로 열린 방문을 통해 공기가 유입되면서 화염은 거세졌고 13세 소녀는 방에서 발코니로 대피해야 했다.

   
▲ 화재현장에서 파손된 사다리차

◆ 구조작업의 지연 = 신고를 받고 소방대가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신고자 위치파악이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초 도착해 자리를 잡은 사다리차가 구조위치를 수정해 다시 이동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목적지로 이동하는 경로에 주차된 승용차들이 있었고 현장의 상황이 다급했던 사다리차는 이 차들을 밀어내며 이동하려 했다. 그러나 주차 차량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사다리차의 에어라인이 파손돼 브레이크가 잡혀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방의 현장지휘관은 구조팀을 직접 건물의 계단을 통해 7층의 발코니를 통해 소녀를 구조하도록 지시했다. 그렇게 구조대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지만 빠르게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계단을 통해 대피하려는 거주민들이 한꺼번에 내려왔기 때문에 이들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8층의 13세 소녀는 거센 불길을 피해 발코니의 난간에 매달려야 했고 건물 아래쪽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던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구조가 지연되면서 손에 힘이 풀려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아스팔트 바닥에 추락하고 말았다.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 핀란드 소방의 에어매트 장비 훈련 – 출처 : twstalker

◆ 추가 사망자와 생존자 = 계단을 통해 진입한 구조대원들은 건물 곳곳에서 인명검색을 실시하고 마스터키를 이용해 모든 방의 문을 열어 남아 있던 생존자를 구조했다.

인명검색 작업에서 추가 사망자도 발견됐다. 50세 여성이 무리하게 연기가 차 있는 계단을 통해 대피하다가 쓰러져 질식 사망한 상태로 발견이 된 것이다. 소방당국에서는 상층에 거주하던 주민 중 4명만(사망자 1명 포함)이 대피했는데 나머지 16명이 무리하게 대피하지 않으면서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생존자 중에는 9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다음날까지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 범퍼가드가 설치된 사다리차 – 출처 : vastavalo

◆ 사다리차 범퍼가드 등장 = 당시 화재로 인해 사망자 2명이 발생한 것에 대한 원인으로 정확하지 않은 현장의 정보, 소방차 통행의 장애와 사다리차의 고장, 무선통신장애, 복도의 제연설비 고장 등이 지적됐다.

핀란드 소방에서는 이번 화재처럼 사다리차의 파손에 따른 이동불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고층건물 구조대상자의 인명구조용 에어매트 구조장비를 보강했고 주차 차량을 추돌해도 사다리차의 파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전면 범퍼가드를 설치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2021년 12월 현재,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서 전면에 차량추돌에 대비한 범퍼가드를 설치한 소방사다리차는 핀란드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6년에 발생한 이 화재사건은 현재까지 핀란드에서 성탄절에 발생한 화재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 12월27일
조현국 양구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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