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나는 독일에서 소방관서 실습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는 생각에 그동안 독일소방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같이 지냈던 소방관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휴가를 내고 독일로 다시 가보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내가 처음 관서실습을 했던 슈투트가르트 소방서 제2안전센터를 방문했을 때 10년이 지났어도 청사와 차량들이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림 1 – 주택화재현장에서 대기 중인 동료구출조(출처 : 사브뤼켄소방)
그림 1 – 주택화재현장에서 대기 중인 동료구출조(출처 : 사브뤼켄소방)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독일은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는 각 안전센터가 자체 지휘차를 선두로 해 펌프차 2대와 사다리차 1대가 기본 화재진압대로 활동했다. 다른 안전센터에서 차량이 출동하면 지휘단계가 상향돼 본서에서 지휘차가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거기서 1박을 하는 동안 여러 번의 출동지령이 있었는데, 2펌프차가 계속 혼자 출동을 나갔다가 돌아오고 있었다. 10년 전 2펌프차가 단독으로 출동하는 것은 쓰레기통 화재나 낙엽화재처럼 지휘가 필요 없는 단순 소규모 화재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출동을 갔다가 돌아온 대원들에게서는 화재진압활동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림 2 – 화재속보설비 작동 출동 지령서(2안전센터 관할에 출동한 1안전센터 2펌프차)
그림 2 – 화재속보설비 작동 출동 지령서(2안전센터 관할에 출동한 1안전센터 2펌프차)

근무조장실에 가보니 이전에 출력된 출동지령서가 몇 장이 남아있었는데, 지령서에 인접 안전센터 2펌프차가 홀로 지원을 나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내가 그곳을 떠날 때 받았던 소방출동계획을 보고서야 풀릴 수 있었다. 계획서에 따르면 1펌프차의 2인 1조가 건물내부에 진입해 화재진압과 인명검색을 할 때 2펌프차의 2인 1조가 교대 및 조난사고 시 구조를 할 수 있도록 대기를 해야 하는데, 사다리 전개 구조 등 추가활동을 맡아야 한다면 이들의 교대 및 조난사고를 대비해서 대기할 2인 1조가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 참고로 각 펌프차에는 진압 2인 1조와 지휘자, 운전원 4명이 탑승한다.

그림 3 – 슈투트가르트 소방서 화재진압출동대의 기본 편성
그림 3 – 슈투트가르트 소방서 화재진압출동대의 기본 편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출동체계를 변경해 인접 안전센터에서 2펌프차가 지원출동을 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렇게 현장에서 대기만 하다가 왔기 때문에 출동갔다 온 2펌프차 대원들에게서 화재진압활동 흔적을 찾을 수 없던 것이다.

이렇게 인접안전센터에서 지원출동하는 대원들의 임무에 대해 안전조(Sicherheitstrupp)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안전조는 내부에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진입한 임무조에게 조난이 발생하면 구출을 하는 동료구출조의 의미가 있다. 미국의 신속동료구조팀(RIT)과 구분하기 위해 동료구출조라는 명칭을 부여해 보았다.

그림 4 – 구조대상자 발생 주택화재현장에서의 소방력 운영체계(슈투트가르트 소방서)
그림 4 – 구조대상자 발생 주택화재현장에서의 소방력 운영체계(슈투트가르트 소방서)

1. 독일 동료구출조(Sicherheitstrupp)

현재 독일소방에서는 동료구출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 내가 실습할 때는 소방학교 지휘교육이나 화재현장에서 명확하게 동료구출조가 운영되는 것을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세이프투데이를 통해 공유한 2005년 12월 독일 화재진압대원 순직사고보고서에서도 처음부터 동료구출조가 아니라 교대를 위해 대기하는 대원들이 사고 발생 후 임무를 동료구출조로 전환시킨 내용이 나와 있듯이 기존에는 다들 이런 방식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림 5 – 동료구출조가 대기하고 있던 실제 화재현장(출처 : 사브뤼켄 소방)
그림 5 – 동료구출조가 대기하고 있던 실제 화재현장(출처 : 사브뤼켄 소방)

메인 사진(그림 1)은 2020년 주택화재현장에서 화재현장을 바라보며 중무장을 한 채 앉아서 쉬고 있는 2명의 대원들이 보인다. 43명의 소방관들이 열심히 화재진압하고 있는 현장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바로 동료구출조이다. 동료구출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임무를 부여받을 수 없고 장비를 갖추고 봄베공기와 체력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조난발생을 대비해야 한다

동료구출조는 실제 화재현장은 물론, 훈련현장에서도 대기해야 하며, 대원구조 시 필요한 들것, 호흡장비, 열화상카메라 등의 구조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특히 화재현장에 들어가는 만큼 언제든 방수가 가능한 여분의 호스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림 6 – 동료구출조의 훈련현장 대기 및 휴대장비(출처: ff berlin, gutefrage)
그림 6 – 동료구출조의 훈련현장 대기 및 휴대장비(출처: ff berlin, gutefrage)

보통은 2인 1조로 동료구출팀을 구성하고 있는데, 다수의 소규모 출동대가 협력하는 체계로 운영되는 베를린 소방서의 경우 6명으로 구성된 전문동료구조팀을 출동시키고 있다. 이들은 ANTS(Atemschutz-Notfall-Trainierte-Staffel)으로 공기호흡기 착용대원 사고 전문훈련을 받은 출동팀이라고 하며, 다른 대원들에게 동료구출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독일소방은 역사적인 이유로 각 지역별로 운영방식이 많이 다르다. 주별로는 어느 정도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각 소방관서나 운영시스템에 차이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합의된 기본적인 공통 지침이 있는데 바로 소방대복무규정(FwDV)이라는 것이다. 소방대원의 훈련과 장비, 현장활동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규정을 하고 있는데 7권인 호흡보호장비 규정에서 동료구출팀의 운영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부를 발췌해 번역해 첨부했다.

그림 7 – 베를린소방서 ANTS팀(출처 : 베를린 소방서)
그림 7 – 베를린소방서 ANTS팀(출처 : 베를린 소방서)

2. 오스트리아 동료구출조(Rettungstrupp)

같은 개념이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Retttungstrupp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활동 현장에서 전통적인 전술적 편성에 들어있는 일반적인 임무조의 명칭과 동일하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독일에서도 일부 소방에서는 동료구출조의 명칭으로 Rettungstrupp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림 8 – 동료구출훈련 중인 오스트리아 소방대원들(출처 : ff riezlern)
그림 8 – 동료구출훈련 중인 오스트리아 소방대원들(출처 : ff riezlern)

3. 프랑스 자가구조 및 동료구조기술 TASSS

프랑스에서는 2010년 대형창고화재를 계기로 조난 시 스스로 탈출하거나 다른 동료를 구조하는 기술의 교육훈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소방의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나 동료구조와 자가구조를 통합한 TASSS(techniques d'auto-sauvetage et sauvetage de sauveteur)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림 9 – 모듈활용 TASSS 훈련을 하고 있는 프랑스소방대원들(출처 : sdis35, xcom)
그림 9 – 모듈활용 TASSS 훈련을 하고 있는 프랑스소방대원들(출처 : sdis35, xcom)

프랑스 소방의 경우 각 소방본부별로 훈련을 위한 여러 훈련 모듈을 확보해 훈련의 내실화를 기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종종 장애물 통과하는 훈련을 기술경연이벤트로 실시하는 경우가 있다.

4. 안전을 확보하는 다른 방법

(1) 3인 1조, 4인 1조

화재현장에서는 호스를 끌고 내부에 진입해서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검색하고 구조하는 임무를 2인 1조로 수행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돼 있는 것 같다. 예외적인 사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5년 내가 잘츠부르크 소방협회 총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소방전술메뉴얼 CD제작완료 발표회가 있었다. 그런데 전술편성에 대한 부분에서 3인으로 편성된 화재진압조가 등장했다. 너무 낯설어서 관련해서 물어보니 2명으로 구조대상자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3명으로 편성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에서도 의용소방대에서 3인 1조로 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독일소방에서 화재진압조를 기존의 2명에서 4명으로 편성하는 새로운 시도가 있다고 한다.

그림 10 – 3인1조, 4인1조로 편성된 화재진압조(출처 : ffoberzell, feuerwehrmagazin)
그림 10 – 3인1조, 4인1조로 편성된 화재진압조(출처 : ffoberzell, feuerwehrmagazin)

해당 소방대에서는 화재현장 내부에서 2명의 대원이 불 끄고 인명검색에 구조까지 하는 것이 대단히 힘들기 때문에 아예 2개의 조를 하나로 묶어서 화재진압과 인명검색을 같이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3명(조장+조원2) 또는 4명(조장+조원3)이 함께 작업하면 작업부담을 덜 수 있어 사고의 예방 도움이 되고, 일부 대원이 조난을 당했을 때 자체적인 구조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 공기호흡기 착용조의 자동원격감시

화재현장 내부에서 작업하는 임무조의 공기호흡기의 잔압을 착용자와 외부 담당자가 감시를 한다지만 누락되는 경우가 있고 정확성이 떨어질 수가 있다. 서로 무전으로 압력체크를 하지 않아도 공기호흡기와 원격감시장치가 서로 통신하며 자동으로 압력을 체크하고 위험성을 사전에 알려주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례도 독일 등 유럽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조난의 사전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2015년 프랑크푸르트 소방서를 방문했을 때 벌써 소방차에 이러한 기능을 가진 감시장치가 적재돼 있었다.

그림 11 – 소방차에 적재된 공기호흡기 착용조 자동원격감시 장치
그림 11 – 소방차에 적재된 공기호흡기 착용조 자동원격감시 장치

5. 통계 바로 보기 - 세계 소방대원 순직자 현황

우리나라의 연간 소방대원 순직자 수는 통계를 내는 기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 4~5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화재진압 외에도 헬기사고, 기술적 구조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도 적지 않다. 그러면 다른 나라의 순직소방대원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소방당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CTIF에서는 해마다 회원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화재통계연보를 발행하고 있다. 회원국의 책임있는 소방당국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2023년 최신판 CTIF 화재통계연보에 따르면 순직소방대원 현황은 다음과 같다.

표 1 – CTIF 세계화재통계연보 상의 최근 5년간 순직소방대원 현황
표 1 – CTIF 세계화재통계연보 상의 최근 5년간 순직소방대원 현황

이 보고서에 나온 국가별 소방대원의 수를 잠깐 만명 단위(반올림)로 보자면 미국 104만(의소대 67만), 일본 95만(의소대 78만), 프랑스 25만(의소대 20만), 폴란드 54만(의소대 50만), 대한민국 16만(의소대 10만) 등이다.

참고로 독일은 이 항목의 통계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소방대원의 임무범위가 나라마다 다르고 의용소방대의 역할에 따라 소방청사로 소집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등 사고의 유형도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화된 숫자의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보는 것 같다.

여하튼 유일하게 확인된 독일의 순직소방대원 통계는 2000년대 상반기 몇 년간의 수치였는데 한 해에 14~18명 정도였다. 참고로 독일의 소방대원 수는 미국과 비슷한 104만(의소대 100만)이었다.

얼마 전 한 언론보도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통계를 근거로 특정 국가가 우리보다 순직소방대원 수가 적다며 본받아야 할 점을 언급했다. CTIF의 공식 통계를 보면서 그 언론보도를 보려니 정말 어리둥절해진다, 오히려 그처럼 많은 순직사고가 발생하는 나라라면 오히려 순직대원이 훨씬 적은 일본이나 독일을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6. 2가지 질문 그러나 하나의 답

최근 순직사고를 계기로 동료대원을 잃는 불행한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많은 소방관들이 같이 고민하고 개선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다시 2005년 독일 화재진압대원 순직사고보고서를 거론해 보고자 한다. 당시 사고조사위원회는 순직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다음의 2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보고서를 작성했다.

1) 사고발생 자체를 막을 수 없었는가?

2) 사고발생을 막을 수 없었다면 대원을 살려서 데리고 나올 수는 없었는가?

최근 언론을 통해 접하는 관련 보도에서 우리가 2번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는데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가 1번 질문 대해서도 답을 찾고 2번 질문에 대한 또 다른 답들을 찾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2024년 2월15일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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