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 시도의 소방관에게서 독일 등 유럽 소방관서 방문에 관한 문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도움을 주고도 보람을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의 누적으로 더 이상 이런 문의에 응하지는 않고 있다.
예전보다는 아주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문의 전화가 오고 있어서 이번에 유럽 소방관서 방문을 계획하는 소방관들이 참고할 만한 것들을 세이프투데이를 통해 알려 보고자 한다.
다음에 언급하는 내용은 유럽 여러 나라의 소방대원들과 교류하고 기관을 방문했던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한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며, 단기 유럽 소방관서의 방문 준비에 있어 참고할 정보로만 기억해 주면 좋겠다.
1. 방문 목적에 따른 방문 국가의 선정
낚시 여행을 계획할 때 제대로 조과를 올리고자 한다면 대상 어종을 선택한 뒤 그 물고기가 잘 잡히는 장소를 찾아 목적지로 정할 것이다. 성격은 다르겠지만 공무상의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해외여행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종종 방문할 나라를 정해놓고 어디를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례를 접하곤 한다.
한 번은 스위스 방문과 관련하여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 왜 스위스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의용소방대의 수범사례를 보려 한다며 적절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이에 필자는 스위스는 민병제 시스템이라 의용소방대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여 방문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줬다.
또 한 번은 예방분야의 민원제도를 알아보기 위해 스위스를 가겠다는 경우도 있었는데, 스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는 예방분야 민원업무가 거의 없어서 방문대상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해 주었다.
많은 소방관들이 유럽의 소방관서를 방문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우리보다 앞서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통망이 잘 되어 있고 치안상태가 양호하고 풍부한 여행 정보 접근성 등 여행 인프라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지역으로 가더라도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 방문 목적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탐구와 학습을 해야 한다. 현지 언어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전 정보를 구할 수 있을까?
구글 웹사이트에서 번역기능을 이용해 탐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기관의 홈페이지가 있다면 이를 활용해도 좋고 페이스북과 같은 기관의 공식 SNS을 통해 게재되는 사진과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매년 소방서 연감을 공개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도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많은 경우 기회를 부여받기 위해 짧은 마감시한을 앞두고 방문 준비를 시작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세이프투데이와 같은 국내 소방언론에 소개된 해외소방정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독일을 방문대상국으로 선택하고 필자에게 전화 문의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라면 내년이나 내후년을 바라보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2. 쉽게 봐서는 안 되는 언어소통
유럽 국가를 여행하는 데 있어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면 프랑스어를 못해도 프랑스를 여행하는 데 문제없고 독일어를 못해도 독일을 여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핸드폰의 번역기능으로도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이 쉬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 언어를 못 하는 것이 여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지는 몰라도, 현지의 소방을 배우는 데 있어서는 그 깊이를 얕아지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가볍지 않다.
일단 현지 언어를 모르면 방문 전 해당 소방관서에 대한 정보 습득이 어렵다. 그렇게 되면 결국 방문을 했을 때 한정된 귀중한 시간에 홈페이지에 공개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물어보며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방문 후에도 받아 온 각종 홍보자료 등을 이해할 수 없고 연관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다른 동료들에게 전파할 정보의 양과 질은 현지 언어를 아는 사람이 방문한 경우에 비교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현지에서 한국인 통역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다를까?
통역의 도움은 방문을 용이하게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소방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니듯, 독일어를 잘한다고 해서 독일 소방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나본 한 독일 거주 파독 간호사 출신 여성은 자신의 딸이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딸의 소방대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한국 소방과 독일 소방 둘 다 잘 모르는 사람이 통역을 하게 되면 질문과 답변의 취지를 잘못 이해할 수 있고, 방문 소방관들 입장에서는 그를 통해 깊이 있는 전문적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기가 힘들게 된다. 이것이 경우에 따라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1990년 후반, 독일에 갔다 온 몇몇 사람에 의해 엉뚱한 정보가 전파된 일이 있었다. 독일의 소방차에는 물탱크가 없고, 그 이유는 소화전이 많아 물탱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독일에서 물을 싣지 않는 소방차는 일부 의용소방대에서 보유하고 있는 아주 오래된 차종으로 동력소방펌프만 탑재한 경우가 있을 뿐이었고 그나마도 소화전이 아닌 하천이나 저수지의 물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당시 방문의 대상인 관설소방서에는 모두 물탱크가 있는 소방차만 있었다.
왜 물탱크가 있는 소방차를 보고 와서 물탱크가 없다고 했을까? 독일 소방차의 물탱크는 용량이 작고 수많은 적재장비의 수납공간 안쪽에 있어서 밖에서 보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물탱크가 안 보였다면 정말 없는 것이 맞는지 물어봤어야 하지만, 스스로 추측을 하고 이를 소화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오해까지 한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언어의 문제였다고 본다.
통역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동시통역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 소방관과 한국 소방관들 간의 의사전달을 하는 과정이 시간적으로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건 한정된 방문시간에서 정보를 얻는 데 있어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단순한 소방기관 시찰이 아니고 소방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뭔가를 배우고자 한다면 언어소통을 중요시해야 한다. 방문대상을 현지 언어로 소통이 가능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자료를 읽고 이해하는 정도라도 가능한 곳으로 선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럽 국가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그래서 방문 팀을 구성할 때 독일어나 프랑스어 등의 현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원을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이 좋다. 또한 나머지 구성원도 최소한 영어로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
3. 여러 나라의 방문
유럽 소방관서를 방문하는 경우, 대부분 3~4개 국가를 방문하는 것 같다. 방문기간이 10일 남짓 되는 것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아 보일 수 있고, 이왕 먼 외국에 갈 바에는 한 나라의 사례만 보는 것보다 여러 나라의 사례를 보아야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방식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다. 다른 나라에 가서 이전에 접해 보지 못한 소방분야의 배울 점을 찾아 이를 우리나라 소방에 접목시키려면 깊이 있는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짧은 기간 여러 나라를 방문하려면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방문 국가마다 1~2 개 정도의 관서를 방문하면서 짧은 시간을 배정할 수밖에 없게 되어 깊이 있는 정보를 얻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예전에 이런 사례가 있었다. 프랑스의 파리소방서를 방문하고 온 사람이 프랑스의 소방관은 모두 군인 신분이라는 정보를 국내에 전파했다. 파리소방서는 나폴레옹이 악몽 같은 화재의 경험에서 군대와 같이 엄격한 규율에 의해 작동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역사적 이유로 인해 마르세이유 소방서와 함께 대원들이 모두 군인 신분이다.
이 두 소방서만 프랑스에서 특이한 것인데, 파리소방서가 프랑스 소방을 대표하는 시스템으로 잘못 알고 온 것이다. 프랑스의 다른 지역을 가봤다면 이러한 오해는 없었을 것이다.
4. 여러 명의 방문그룹
낯설고 먼 곳을 가는 데 있어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심적으로나 물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행이 아닌 소방관서와 같은 전문기관을 방문하는 여정에서 여러 사람이 같이 다니는 것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구성원의 개별 언어소통 능력에 차이가 많거나 방문기간 중 주된 관심을 갖는 것이 다르다면 방문으로 얻는 성과가 저하될 우려가 높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무상의 여행에서 훌륭한 팀웍으로 좋은 성과를 얻는 방문팀 구성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어 홀로 기관을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5. 의용소방대 방문은 신중해야
의용소방대 운영 사례를 보기 위해 독일을 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의용소방대를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주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인구 2만을 넘는 지역부터 상주하며 장비관리 등을 맡는 주간 근무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소속 의용소방대원이 아닌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날 수는 있어도 의용소방대 운영 전반에 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의용소방대원들은 각자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퇴근 후 또는 휴일에, 그것도 교육훈련이나 행사가 있는 시간에 맞춰 나온다. 의용소방대장들의 경우에는 소방대 운영과 관련하여 기획과 관리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몇 번 정도는 야간에 청사에 나와 행정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의용소방대를 방문하려면 사전에 해당 소방대의 홈페이지에서 훈련이나 행사, 또는 소방대장이 업무를 보러 나오는 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기 전에는 게시된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의해야 한다.
6.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어느 소방서에서나 배워볼 만한 다양한 아이템들이 있다. 청사와 장비에서부터 피복, 위생, 문서관리, 교육훈련, 보험, 상황실의 지령과 관제, 정보통신, 정비창, 채용, 복지, 노조, 여성대원, 체력검정, 소방의사, 아이디어 창출, 내외근의 조화, 소방간부후보생, 교대근무, 인센티브, 안전, 재난현장심리지원, 동물구조 등등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독일 소방서를 방문하면 안전센터의 당일 근무자 중에 대원 한 명이 일과에서 제외되어 안내를 맡게 된다. 홍보팀이나 교육훈련팀에서 내근근무자가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하지만 대체로 안전센터 대원이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안내자는 청사와 차량 등을 보여주고 소방서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근 업무분야에 있어 깊이 있는 얘기를 해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려면 해당 업무 담당자와 별도의 인터뷰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건 결코 쉽지 않다.
필자는 독일 소방서에서 관서실습을 할 때 교육훈련팀에게 내가 알고 싶어하는 분야를 얘기하여 담당자를 확인하고, 담당자를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가능한 시간을 예약한 뒤 그 날짜와 시간에 맞춰 그를 다시 찾아와 인터뷰를 했다.
그의 얘기를 기록하고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복사하거나 촬영하여 챙겨 나왔다. 나중에 이런 풍부해진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썼고 세이프투데이에 기고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그 방문 소방서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방문 전에 업무 담당자를 찾아 별도의 시간예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7. 어떤 경로로 문의를 해야 하나?
많은 경우 여행사를 통해 소방서에 문의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좀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방문하는 당사자가 직접 문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가졌다면 전화로 문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시차가 크고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일단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메일 연락처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주소가 몇 개 나와 있을 경우는, 보통 전담 담당자와 서장과 부서장의 이메일 주소인데 같은 내용으로 다 보내면 결국은 담당자에게 이첩되기 때문에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메일을 보낸다고 답변이 바로 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메일 주소는 모두 근무 중에만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주말이나 휴일 또는 자리에 없을 때에도 확인이 되지 않아 답변이 늦어지게 된다. 종종 며칠간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에는 부재를 알리는 자동메시지로 답변이 오기도 한다.
이메일 문의에 답변이 계속 늦어진다면 해당 관서의 페이스북과 같은 공식 SNS를 통해 문의 글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메시지를 보는 대원들이 많아지고 어떤 경로로든 담당자가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8. 외국 소방관 방문을 꼭 반겨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소방대원에게 호의적인 유럽의 소방대원들이라고 해도 낯선 이방인이 찾아온다는 것을 항상 반기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근무자 중에 누군가 한 명은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고 외부인을 안내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되기도 하고, 외국의 낯선 방문객들이라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소방기관을 방문한 경험을 가진 필자도 항상 방문 관련 문의를 할 때 호의적인 답변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현지에 있는 소방대원들을 경유해서 관서에 문의하면서 방문협의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보내거나 아예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2005년에는 아주 드라마틱한 상황반전도 있었다.
베를린 소방서에서 1박2일 실습을 하고자 했던 필자는 교류를 해왔던 현지 안전센터 근무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일이라며 소방서장에게 직접 편지를 써보라고 했고 그의 조언대로 서장에게 구구절절한 이메일을 보냈다.
소방서장은 홍보팀에 이것을 이첩했고, 홍보팀에서는 당일 관서 방문 외에는 실습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답변을 보내왔다. 재차 실습 기회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심지어 베를린의 어느 기차역에서 만나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방문예정일에 무작정 기차를 타고 베를린 중앙역에 내려서 출구로 나가는데 현장에 마중 나와 있던 홍보팀에서 나를 발견하고 자신들의 차에 태워 소방서로 데려갔다. 그러면서 서에서 실습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을 변경했다고 했다. 홍보팀은 어떻게 역으로 마중을 나왔고 절대 안 된다던 실습을 허용했을까? 홍보팀은 놀라운 얘기를 했다.
필자는 독일 가기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소방서 홈페이지도 몇 개 되지 않던 시절에 소방을 주제로 한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했고 외국 소방관들에게 한국 소방을 알리기 위해 영어와 독일어로 글을 올렸다.
그리고 독일에서 관서실습을 시작하고 나서는 실습을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고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사진과 함께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게재했다. 홍보팀은 필자의 홈페이지를 눈여겨 보았고 실습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홈페이지 대신 요즘에는 대부분의 소방관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개인 SNS를 갖고 있고 꾸준하고 왕성하게 글을 게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방문 문의를 할 때 이렇게 소방관임을 알 수 있고 활동이 왕성한 SNS 링크를 상대방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SNS를 통해 유럽의 소방관들과 친구를 맺고 신뢰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온라인상의 교류를 하는 것도 사전에 방문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9. 좋은 기억을 남기기
소방기관을 방문하고 나서는 보통 안내를 해준 소방대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가져간 기념품이나 선물이 있으면 건네주고 떠나게 된다. 필자도 짧은 방문 후에는 준비한 선물을 전달한다. 보통은 그에 앞서 1시간 이상 안내를 하느라 힘들었을 소방대원과 구내식당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얘기를 나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독일의 소방청사 먹는 음료와 간식은 대원들의 사비를 모아 운영하기 때문에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손님에게는 돈을 받지 않지만 먼저 커피값을 내주는 것이 좋다. 아니면 커피 담당자를 찾아 당일 근무조의 커피 재료값을 내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하다 보면 더 편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의용소방대를 방문했을 경우에는 대체로 예산사정이 어려운 유소년소방대의 운영기금으로 10~20유로를 기부하는 것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방문하는 곳마다 항상 준비해 간 기념품을 전달했다. 주로 준비했던 것이 소방의 넥타이핀, 티셔츠, 패치 등이었고 119청소년단의 모자와 티셔츠를 사가기도 했다. 떠날 때 안내해 줘서 고맙다고 표시는 했겠지만, 이왕이면 귀국해서도 정리가 마무리되면 다시 한 번 이메일 등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 좋다.
짧은 시간이지만 방문한 소방기관에서 시설과 안내 대원이 방문자에게 남기는 기억만큼 방문자가 현지 소방대원들에게 남기는 기억과 이미지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것은 나중에 우리 소방관들이 방문하려고 할 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 소방청사에서 1박
필자는 유럽을 갈 때 일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현지 소방대원의 집이나 소방청사에서 숙식을 한다. 독일의 소방서는 승진교육훈련 과정의 일환으로 보통 수개월간 실습을 위해 타서에서 온 소방관들이 머물 수 있는 손님방을 청사에 두고 있다. 실습생이 없는 경우에는 여행을 하는 소방대원들도 예약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숙박을 할 수 있다. 그림4와 같이 신뢰도가 높으면 침실이 없는 의용소방대에서도 창고에 간이침대를 펼쳐서 1박을 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외국 소방관이 그것도 여러 명이 숙박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을 쉽게 해주지는 않을 것 같다. 여하튼 소방청사에서 야간에 머물게 되면 구내식당이나 휴게실에서 자연스럽게 대원들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누거나 스포츠를 함께 하면서 사귈 수도 있고 장비와 시설을 더 여유 있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본다. 다만, 소방서에서 외부 여성이 야간에 청사에 머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11. 방문 국가별 선택해 볼 만한 주제들
독일 이외에 유럽 각 나라별로 어떤 것들이 가서 보고 배울 만한 주제가 될 수 있는지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 보았다.
(1) 핀란드 : 안전센터의 이중 인력풀, 호수의 자연수리, 의용소방대 예산, 청사 보안, 내근 근무여건, 교육홍보, 구급지휘, 동절기 차량 및 소화전 관리 등
(2) 오스트리아 : 유소년소방대, 산불지상진화, 소방보트, 고성(古城) 소방대책, 험지소방차
(3) 스위스 : 민병제소방대, 소방차 색상, 소방차 부서공간, 정비창, 공항소방대, 취리히-칼스루에 소방서와 대원근무교환, 출동대 전술편성, 기본화재진압전술, 자연환경보호구역 고산지대 소방차
(4) 네덜란드 : 소방용수, 대용량 물탱크차 운영, 의용소방대 양성, 대형재난 지휘본부 운영, 소방박물관
(5) 프랑스 : 소방청사 디자인, 피복, 의용소방대 교육훈련, 본부 특수 구조대, 계절근로소방관, 소방차, 소방수의사, 소방약사, 소방의사, 동물구조
(6) 벨기에 : 하천오염 관리, 브뤼셀 소방훈련센터
(7) 룩셈부르크 : 의용소방대와 소방공무원의 역할 구분
(8) 체코 : 전투차량의 소방차 개조 활용, 소방관 채용, 소방마이스터고등학교
(9) 이탈리아 : 산불대응, 볼차노 소방서의 독일 옥토버 페스트 지원
(10) 크로아티아 : 소방학교, 소방청, 하계 남부대형산불 소방력 집결, 국경넘어 산불화재진압 협약
12. 결어
지금까지 유럽 소방관서 방문을 준비하는 소방관들에게 도움 주고자 여러 가지를 언급해 보았다. 필자 개인적으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소방을 통해 보고 배운 것이 소방관으로서 성장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우리나라 소방에서 독일과 유럽소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어서도 기여했다.
그래서 유럽의 소방관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것을 배워서 오길 기대하고 있다. 유럽방문을 통해 가져오는 견문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활용의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정보수집과 언어능력을 갖춘 소수정예의 팀원 구성이 필요하고 귀국 후에는 추가적인 정보의 수집과 정리로 정제된 정보를 널리 공유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지난해부터 세이프투데이를 통해 유럽소방관서 관한 견문을 정리한 독일소방이야기를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유럽의 소방관서 방문을 준비한다면 도움이 될 만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으니 참고해 볼 것을 권한다.
http://www.safetoday.kr/news/articleView.html?idxno=75877
2024년 5월3일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