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 발생 건수가 적은 여름철이라지만 화재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덥다고 해도 방화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무더운 날씨에 화재현장에 출동하는 소방대원들에게 화재진화작업은 몇 배로 힘들어지게 된다. 

게다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 대원들의 탈진 등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1. 여름철에 발생 빈도 증가

더워지면 화재의 발생빈도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더워지면 오히려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화재유형이 있는데, 재활용 폐기물 처리시설의 화재가 대표적이다.

그림 1 체코 재활용 폐기물 처리장 화재현장의 지면방수포, 수벽관창 활용 진압활동(출처 : iDnes)
그림 1 체코 재활용 폐기물 처리장 화재현장의 지면방수포, 수벽관창 활용 진압활동(출처 : iDnes)

재활용 폐기물 처리장은 넓은 공간에 많은 가연물이 쌓여 있어 화재 발생 시 연소확대가 빠르고 많은 인력과 장비, 막대한 양의 소화용수에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인명피해가 없고 화재 피해액이 상대적으로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넓은 공간에 막대한 양의 폐기물로 인해 화재진압 작업이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수일에서 수주까지 소요되기도 하고 여름철에 빈발하는 화재 특성상 소방대원들에게는 상당히 힘겨운 작업이 된다.

또한 화재 시 장시간 많은 유독가스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에게 건강상, 활동상의 위협이 되고 화염과 열기로 인해 인근 전력선이 손상되어 정전으로 인한 불편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화재진압활동에서 막대한 양의 소화용수가 뿌려지는데 이 물이 주변 토양이나 하천으로 유입되어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장의 화재는 선진국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불을 끄는 방법에 있어 특별히 빠르게 잘 끌 수 있는 진화기법이나 전술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외국의 소방관들에게도 대단히 힘겨운 장시간의 진화작업이 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 발생과 정전사태, 소화수에 의한 토양과 하천의 오염 우려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림 2 프랑스 재활용 쓰레기 처리장 화재(출처 : leprogres, radiolach)
그림 2 프랑스 재활용 쓰레기 처리장 화재(출처 : leprogres, radiolach)

독일과 네덜란드 등 몇몇 나라의 통계를 보면 이러한 재활용 폐기물 처리장 화재의 40~50%가 여름철에 발생한다고 한다. 

그림 2-1 스위스 재활용 쓰레기 처리장 화재(출처 : leprogres, radiolach)
그림 2-1 스위스 재활용 쓰레기 처리장 화재(출처 : leprogres, radiolach)

2. 2026년부터 급변하는 생활폐기물 처리 제도

재활용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가 소방대원들에게 힘겨운 화재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적, 물적 피해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 정도가 아니고, 현재의 수준에서 볼 때 소방에 골치 아픈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지속적으로 재활용 폐기물의 증가에 따라 화재의 발생빈도 역시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장 2026년에는 수도권, 203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생활폐기물의 매립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따라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의 폐기물이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어야 한다. 

소각장에 대해서는 주민 반대가 심하다지만 매립금지에 대비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처리시설을 신설하고 있고 시멘트 공장과 같이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시설에서는 비용절감, 환경친화적 경영 등의 이유로 재활용 쓰레기를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양을 크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재활용쓰레기가 더 많은 장소에서 보관처리 될 것이라서 향후 폐기물 처리시설의 화재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 화재의 예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활용 폐기물 처리장의 화재는 현재 어느 나라도 더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기술이나 전술이 없기 때문에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고 장시간에 걸쳐 화재진압작업을 해야 한다.

다만 고열과 유독가스가 체류하는 현장에서 장시간 진화작업하는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그림1, 그림3에서 보듯이 고열과 유해가스로부터 대원을 보호하고 체력부담을 덜기 위해 수벽관창, 지면방수포나 사다리차 무인방수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사다리차 바스켓에 탑승하거나 지상에서 부담없는 자세로 방수작업을 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림 3 독일 재활용 폐기물 야적장에서의 화재진압(출처 : ntv, aftenbladet)
그림 3 독일 재활용 폐기물 야적장에서의 화재진압(출처 : ntv, aftenbladet)

화재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것이 어렵다면 예방대책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재의 원인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그러나 온갖 잡다한 가연물이 쌓여 있던 화재현장에서 발화원인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림 3-1 노르웨이(우) 재활용 폐기물 야적장에서의 화재진압(출처 : ntv, aftenbladet)
그림 3-1 노르웨이(우) 재활용 폐기물 야적장에서의 화재진압(출처 : ntv, aftenbladet)

독일의 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발생했던 수년간의 재활용폐기물 화재의 원인 중 약 1/4이 자연발화에 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폐기물 더미에서 자연발화는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 이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에서 보고된 폐기물 화재의 자연발화 화재조사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1) 자연발화 화재조사 사례

여기서 소개되는 사례는 독일에서 사고조사 및 예방을 주제로 하는 잡지 Schadenprisma 2006년 2호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는 시멘트 공장의 대체연료로 사용되기 위해 파쇄된 폐플라스틱 수백톤을 보관 중이던 처리시설이었다. 폐기물이 있던 실내 홀은 가로 세로 30m×40m 크기였다. 

그림 4 화재현장의 폐기물 더미 심부의 탄화층(좌)과 화재진압 후에도 높은 열기 유지
그림 4 화재현장의 폐기물 더미 심부의 탄화층(좌)과 화재진압 후에도 높은 열기 유지

이른 아침 시설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출동한 소방대는 시설 보유 중장비로 폐기물을 옮기면서 물을 뿌리면서 수시간 동안의 작업을 통해 불을 끌 수 있었지만, 화세가 강해 열기로 천장의 강철빔이 주저앉았고 시설이 전소되면서 약 95만 유로(한화 약 1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보험사에서는 화재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IFS라는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였다. 화재진압 작업으로 인해 현장에 온전한 곳이 없어 보였지만 유일하게 보전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다.

조사팀이 측면에서 단면을 확인한 결과 표층부가 탔던 폐기물 더미 아래쪽에 구형으로 심하게 탄화된 부위가 있었고 수평으로 표층부까지 탄화가 확장된 경로가 발견되었다. 표층부에서 붙은 불이 아래로 확장되었을 가능성이 없고 심부에서 발화를 시킬 수 있는 그 어떠한 발화장치나 인위적 영향력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화재진압이 완료된 지 며칠이 지나 표층부가 이미 다 식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부의 온도는 73℃로 너무 뜨거워서 맨손으로 만질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림 5 실험용 오븐 및 가열에 따른 폐기물 내외부 온도변화
그림 5 실험용 오븐 및 가열에 따른 폐기물 내외부 온도변화

조사팀은 화재가 일어났던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화재현장에서 폐기물을 가져와 실험용 오븐내부에서 작은 철망에 넣고 오븐의 온도를 높이면서 폐기물 내부(짙은 녹색)와 외부(연두색)의 온도변화를 관찰하였다. 

가열 초반부에서는 오븐 안의 온도는 조금씩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폐기물의 온도는 그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였다. 

조사팀은 폐기물에서 휘발성 화합물이 증발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설명하였다. 이후 200분 경과 시점에서 약 100℃였던 오븐의 온도는 320분 지점에서 144℃를 일정하게 유지하였음도 불구하고 폐기물의 내부 온도는 320분 경과 시점부터 급격하게 상승하여 600℃를 돌파하였다.

이러한 실험과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사팀은 이 화재가 미생물에 의한 자연발화라고 결론을 내리며 그 과정을 설명하였다. 

폐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던 폐기물 더미는 불순물이 많아 재생 플라스틱 재료로 사용할 수 없어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잘게 파쇄된 상태로 쌓여 있었다. 폐기물은 온갖 오염물들이 묻어 있는 상태였다. 

보관시설의 온도가 상승하자 호열(好熱)성 미생물들이 이러한 오염물질을 영양분으로 왕성하게 번성하며 발열을 시켰다. 파쇄된 폐플라스틱 더미는 단열이 잘 되어 축열로 내부온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후 온도가 80℃를 넘으면 미생물이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지만, 이 온도 수준에서는 다른 발열과정을 활성화시키는 데, 바로 다중불포화지방산의 산화과정이다. 

주로 식물성 기름성분으로 플라스틱 용기에 잔류물로 있던 불포화지방산은 파쇄과정에서 넓게 펼쳐지며 표면적이 커져서 산화가 훨씬 용이해 진다.

이렇게 발열과정과 축열로 발화점에 도달하면서 탄화가 일어나고 수평으로 탄화가 확장되다가 표면에 다다르면 산소와 만나 마침내 발화되면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발화에 이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외부온도 상승 => 호열(好熱)성 미생물들의 활동으로 발열 => 축열로 섭씨 80도까지 상승 => 미생물 활동 중단 => 불포화지방산의 산화과정으로 발열 => 축열로 발화점에 도달 => 수평방향으로 탄화확장 => 표층부에서 산소를 만나 발화

참고로 미생물에 의한 자연발화가 잦은 건초더미 화재의 연소과정에 관한 독일의 보고서의 번역본을 첨부하였으니 미생물의 발열작용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화재의 예방적 조치

조사팀은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로 인한 발열과정은 파쇄를 하지 않은 폐플라스틱 더미에서는 표면적이 작아 산화작용이 약하고 폐기물 더미의 틈이 커서 단열기능이 낮기 때문에 발화점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파쇄된 연료용 플라스틱 더미의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내부에서 발열이 진행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온도체크를 주기적으로 할 것을 권고하였다. 폐기물 더미 내부의 온도체크를 위해서는 건초더미 화재예방에 사용되는 폐기물 더미 내부에 센서를 넣을 수 있는 온도계를 추천하였다.

그림 6 폐기물 더미의 소량화 및 방화구획 설치, 열화상카메라를 통한 온도측정(출처 : rtvoost)
그림 6 폐기물 더미의 소량화 및 방화구획 설치, 열화상카메라를 통한 온도측정(출처 : rtvoost)

만약 측정치가 섭씨 50도를 넘게 되면 측정 주기를 줄이고 지속적인 온도상승이 확인될 경우 폐기물 더미를 넓게 펼칠 것을 권고하였다. 꼭 미생물에 의한 발열이 아닌 발열이라도 예방적 차원의 온도체크는 화재의 위험성을 예측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연료용 폐기물 더미의 화재예방과 관련하여 네덜란드의 한 기업의 사례를 보면, 이 기업은 수차례의 폐기물 더미 화재를 겪고 나서 대대적으로 시설을 보완하고 예방활동을 강화하였다. 각 폐기물 더미는 소규모 단위로 나누어 구획하였고 다수의 고정식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폐기물 더미의 온도변화를 감시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직원들이 근접하여 폐기물 더미의 온도를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하고 있다.

그림 7-1 옥외 폐기물 더미가 구획되지 않은 경우 - 출처 : rtvoost)
그림 7-1 옥외 폐기물 더미가 구획되지 않은 경우 - 출처 : rtvoost)

노천에 보관하는 폐기물 더미의 경우에도 너무 높이 쌓지 않고 구획을 해서 화재발생 위험방지나 화재 발생 시 화재의 확산 방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너무 오래 보관할 경우 내부온도 상승에 의한 화재위험이 있으므로 오래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림 7-2 옥외 폐기물 더미가 구획된 경우(우) - 출처 : rtvoost)
그림 7-2 옥외 폐기물 더미가 구획된 경우(우) - 출처 : rtvoost)

더 나아가 화재 초기 시설에서 소화시설이 가동될 수 있거나 자체 화재진압팀을 구성해서 진화작업을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다면 화재의 조기진화와 시설피해 최소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림 8 화재 감지 시 자동소화가 가능한 시설을 갖춘 폐기물 처리시설(출처 : Rudolf Mark)
그림 8 화재 감지 시 자동소화가 가능한 시설을 갖춘 폐기물 처리시설(출처 : Rudolf Mark)

4. 결어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 실시와 시멘트 업계에서 친환경 대체연료로서의 사용량 증대를 계획되면서 소각처리될 생활폐기물의 양과 처리시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재활용 생활폐기물 처리장의 화재의 발생건수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효과적인 진화방법이 없기 때문에 길게는 수주까지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어 장시간의 고된 진화작업이 필요하여 소방대원들에게 무더운 여름철에 화재발생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의 증가는 우려스럽다.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더욱이, 내부 온도변화의 감시를 통한 예방적 조치와 소규모로 나뉘어 구획을 하거나 화재발생 시 초기 소화가 가능한 시설 등의 안전조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향후 소방대원들은 빈발하는 재활용 폐기물 처리장 화재현장에서 소모적인 장시간의 진화작업으로, 주민들은 유해가스와 정전, 심할 경우에는 쓰레기 수거 지연 등의 불편으로 힘겨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쓰레기를 버리는 국민 개개인도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소각처리되는 분량을 줄이도록 철저히 분리배출하여 재활용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기름이나 찌거기가 묻은 플라스틱 등은 최대한 씻어서 버리면 폐기물 처리장에서 자연발화 화재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8월12일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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