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지만 아직까지 산불을 빠르고 쉽게 끌 수 있는 방법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불은 연소가 잘되는 막대한 양의 가연물이 밀집해 있고 이어져 있는 산림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또는 소규모의 화재인 경우가 아니라면 질식소화를 할 수도 없고 방화선 구축과 같은 제거소화 방법도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효과적인 유일한 소화방법은 냉각소화이며 이것은 많은 양의 물을 퍼부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수원지(예: 저수지, 하천, 소화전 등)로부터 화점까지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빠르게 이동시키는가가 산불진화의 성패를 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소방차와 진화용 항공기가 필요하다. 

그림 1. 군집 산불진화드론의 가상그림 – 출처 : 독일 총리실
그림 1. 군집 산불진화드론의 가상그림 – 출처 : 독일 총리실

그러나 산불현장에 많은 소방차와 진화용 항공기를 동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본적으로 각 소방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화재진압용 소화용수를 적재하고 있는 펌프차와 물탱크차의 수량에 여유가 거의 없다. 그래서 대형화재 시 인접지역의 소방차량의 지원을 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대형 산불발생 시에도 마찬가지로 타 지역에서 소방차량을 지원해야 하는데, 보유수량에 여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서 다수의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지역에서 보유 소방차량을 지원해야 한다.

그림 2. 프랑스 산불진화훈련에 동원된 산불진화차와 진화항공기 – 출처 : sdis35
그림 2. 프랑스 산불진화훈련에 동원된 산불진화차와 진화항공기 – 출처 : sdis35

앞서 세이프투데이에 게재했던 필자의 기고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장이나 수리, 또는 대형재난에 동원하기 위해 내용연수가 지난 차량을 자체 정비창의 관리 하에 바로 불용처리하지 않고 일정기간 보유하여 상당수의 여유차량을 보유 – 물론 인력도 그에 따라가야 하지만 - 하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유럽소방과 비교해서 우리의 사정이 많이 다른 것이다. 

또한 수많은 산불진화 전용 소방차를 전국에 분산하여 배치하였다가 산불기간에 남부지방으로 집결시키는 프랑스와도 많은 차이가 있다.

또 소방차량이 현장에 동원이 되더라도 우리나라의 산악지형의 특성상 소방차량이 직접 산불에 접근하거나 호스/호스릴을 전개하여 진압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제약이 많다.

헬기 등의 진화용 항공기는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수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산불의 발생이 동시다발적인 경우가 많아 장비가 분산되고 강풍 등 기상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헬기 진화에 있어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야간진화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인 것 같다.

그림 3. 대형산불현장에서 드론을 이용한 통제조정 프로젝트(ALARM) 구상도 – 출처 : 펠리칸
그림 3. 대형산불현장에서 드론을 이용한 통제조정 프로젝트(ALARM) 구상도 – 출처 : 펠리칸

1. 일반적인 산불드론의 역할

현재까지 산불현장에 동원되는 대부분의 드론은 정찰활동을 통해 화재발생위험이나 초기 화재발생을 포착하고, 산불의 진행상황 및 화재진압활동, 기상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수집하여 지휘부에 전송하는 역할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림 4. 직접분사방식의 산불진화드론 – 출처 : dr1
그림 4. 직접분사방식의 산불진화드론 – 출처 : dr1

최근에는 일부 드론이 소화약제를 탑재하여 현장에 가서 자동 폭발 캡슐을 투하하거나 약제를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직접 진화작업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아직 드론의 직접적인 진화작업은 실험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림 5. 다수의 약제캡슐 투하방식의 산불진화드론 – 출처 : madoors
그림 5. 다수의 약제캡슐 투하방식의 산불진화드론 – 출처 : madoors

드론이 작아서 적재할 수 있는 양이 적고 배터리 동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길지 못하다는 한계 때문에 산불진화드론의 개발은 쉽지 않아 보인다.

2. 주목해 봐야 할 독일의 드론개발프로젝트

그런데, 이러한 우려와는 반대로, 기존의 산불진화드론의 한계를 넘어서 산불진화용 항공기 수준으로 진화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진행 중인 드론 개발 프로젝트가 있다. 관련 프로젝트 2개가 현재 독일에서 학계, 산업계, 소방 등 다수의 관련기관이 참여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조만간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어 우리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 AIDER 프로젝트

이것은 뮌헨공대에서 주도하고 항공사 등 산업계와 연구기관, 소방, 경찰 항공자문단 등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로서 바이에른 주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개발하고 있는 무인항공기는 배터리를 장착한 일반적인 드론과 달리 내연기관에서 동력을 얻는 소형 헬기 형태이다. 정확하게는 CoAX 600이라는 기존의 미니 헬기를 개조하여 탑승칸을 제거하는 대신 물탱크를 탑재하는 무인헬기로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국의 대형 산불이었다. 점점 더 거세지고 잦아지는 대형 산불현장에서 공중에서 작업하는 진화용 항공기도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하여, 근본적으로 안전하고도 효율적으로 산불진화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림 6. CoAX 600 소형헬기 – 출처 : idw
그림 6. CoAX 600 소형헬기 – 출처 : idw

그래서 작은 헬기를 무인 물탱크 탑재 헬기로 개조하고 부족한 탑재량은 여러 대로 편대를 구성하여 보완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지상통제를 통해 자동화되고 효과적으로 산불진화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헬기는 길이 7.2미터, 높이 2.8미터 크기로 상당히 작은 편이고 연료통 용량은 70리터이다. 물탱크는 200리터 용량으로 탑재하고 전체 12대로 비행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12대는 다시 3대씩 4개의 팀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소수의 인원으로 지상에서 통제를 방식으로 가동되며, 각각의 무인헬기는 지상의 자동화 기지에서 급유와 물충수를 무인으로 지원받고 인공지능의 분석으로 설정된 정확한 지점에 물을 투하하고 다시 기지로 돌아오는 순환방식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계획은 2026년도에 시제품이 완성되고 가상의 제어센터를 통해 군집 활동을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2) 펠리칸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2018년 독일 빌다우(Wildau)공대에서 시작한 것으로 이미 2022년에 시제품이 완성되었고, 현재는 테스트 비행을 실시하면서 보완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 연방 연구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고 학계, 산업계, 소방 등 많은 파트너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드론운용관련 정보통신, 인공지능 등의 프로젝트를 여기에 적용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그림 7. 불발탄 위험으로 진화작업에 동원된 장갑차와 개조된 전차소방차 – 출처 : magirus
그림 7. 불발탄 위험으로 진화작업에 동원된 장갑차와 개조된 전차소방차 – 출처 : magirus

펠리칸 프로젝트가 추진된 데에는 지역적인 문제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2차 대전 후 브란덴부르크 지역의 산림에는 수많은 불발탄이 묻혀 있는데, 이 지역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불발탄으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로 수백 미터에 달하는 안전거리를 이격해야 해서 산불진화가 지상과 공중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예방적 차원의 간벌, 임도개설 등의 산림정리작업도 불가능해서 산림이 계속 울창해지다 보니 갈수록 산불이 빈발하고 규모가 커지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림 8. 산불현장과 지상기지를 순환하며 진화작업하는 드론무리 – 출처 : avidere
그림 8. 산불현장과 지상기지를 순환하며 진화작업하는 드론무리 – 출처 : avidere

따라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폭발로 인한 위험부담없이 일반적인 산불진화 소방력과 동일한 수준으로 진화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고 그 결과 물탱크를 적재한 드론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필자는 처음에 프로젝트의 홍보 타이틀에서 시간 당 14만 리터 이상의 물을 뿌릴 수 있다고 하여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되었다. 물 14만 리터라면 3,000리터의 물이 실리는 소방펌프차 46대에 맞먹고, 6,000리터의 소방물탱크차 23대에 맞먹는 것이니 정말로 어마어마한 물의 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들여다 보면서 드론에 탑재되는 물탱크의 용량이 50리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서는 큰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떻게 물 적재량이 겨우 50리터에 불과한 드론이 시간당 14만 리터의 물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일까? 프로젝트의 구상은 정말로 놀라웠다.

그림 9. 지상기지에서 배터리 교환 및 물충수하는 펠리칸 드론 – 출처 : avidere
그림 9. 지상기지에서 배터리 교환 및 물충수하는 펠리칸 드론 – 출처 : avidere

그 해답은 그림 8과 9에 나와 있다. 다수의 드론이 암롤특장 특수컨테이너에 실려 진화작업이 필요한 산불현장의 인근 5km 이내(왕복10km) 지역으로 간다. 현장에 도착하면 컨테이너가 지상의 기지형태로 전개가 되면 준비가 된 드론들이 차례로 이륙하여 수집한 정보를 받은 통제센터에서는 인공지능분석을 통해 프로그램에 정보가 입력되면 이에 따라 드론들이 화점에 물을 뿌리고 기지로 복귀한다.

복귀를 하면 기지에서는 마치 공장의 자동화 생산라인처럼 무인자동화시스템으로 빠르게 배터리가 교체되고 물을 충수하여 15초 만에 다시 이륙을 한다. 비행거리를 고려하여 최대 40대로 구성된 드론 무리는 시간당 14만 리터 이상의 물을 실어 나르고 화점에 퍼부을 수 있다.

이 드론은 기상에 의한 문제만 없다면 야간에도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도록 구성할 계획이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구상처럼 1일 24시간 중단없이 작업을 한다면, 1일 최대 336만 리터 이상의 물을 퍼붓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다.

- 기대효과/장점 -

이 두 프로젝트가 목표로 했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 독일에서 향후 산불진화작업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불진화의 양상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야간에도 진화작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지상과 공중에서 진화작업에 동원되는 인원과 장비의 작업부담과 안전사고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10. 펠리칸 드론의 시험비행현장 – 출처 : 펠리칸
그림 10. 펠리칸 드론의 시험비행현장 – 출처 : 펠리칸

또한, 상대적으로 1회 투하량은 상당히 적은 양이지만 지속적인 투하로 누적되는 물의 양이 적지 않고 화점에 저고도로 접근하여 정확한 물투하가 가능하고 드론의 물 투하의 간격이 짧아서 불이 되살아날 시간적 여유를 줄일 수 있어 화재진압의 효율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에서 드론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정책적 배경에 대한 현지의 일부 언론보도에서는 다수의 헬기를 구입하고 유지관리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다수의 소형 무인항공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눈을 돌리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개개의 단일 장비로 산불진화 능력을 비교할 때 헬기와 소형 무인항공기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겠지만, 헬기와 다수의 드론무리를 비교할 때는 상당히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 선결조건/단점 -

① 물충수

시간당 드론무리가 투하하는 물의 양이 14만 리터라고 하는데, 이것은 대단히 많은 양이고 산불진화작업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펌프차 46대, 또는 물탱크차 23대가 적재하는 양이다. 그런데 지상기지의 저수조에 지속적으로 시간당 14만 리터의 물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할까?

1시간 동안 이 드론무리를 위해 펌프차 46대 분량 또는 물탱크차 23대 분량의 물을 실어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원지에서 소방차에 물을 채우고 현장으로 이동하고 저수조에다가 물을 채우면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림 11. 독일소방의 릴레이식 소방용수 이동전술 – 출처 : FM
그림 11. 독일소방의 릴레이식 소방용수 이동전술 – 출처 : FM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고 전술적으로도 대단히 복잡하고 힘든 일이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물을 실어나르는데 수많은 소방차가 동원된다면 프로젝트의 의미가 무색해 질 수 있다.

가장 합리적인 지상기지의 저수조 충수방법은 인근의 하천이나 저수지 등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이다. 시간당 14만 리터라면 1분당 2,300리터의 물을 끌어와 공급해야 한다. 이 정도의 물을 공급할 만큼 충분한 유량을 가진 수원지를 근거리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자연하천이 많고 수킬로미터에 분당 수천 리터를 공급할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 전술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② 배터리 교체

지상기지에서 여분의 배터리가 있어 자동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지만 장시간의 작업은 다수의 교체 배터리를 필요로 할 것이다. 현장 충전을 하거나 추가 교체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할 것이지만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③ 강풍/복사열

야간에 작업을 할 수 있다지만 크기가 작아서 헬기에 비해 바람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을 것이다. 또한 저고도 물투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복사열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3. 결어

드론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오고 있고 최근에는 소방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높은 공중에서 지상을 모니터링하며 소방활동 현장의 관찰이나 수색, 데이터수집이라는 기능에 중심을 두고 있다. 화재진압에 직접 참여하는 현재의 드론은 실험적이며 산불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12. 프랑스 산불진화차 물탱크에서 헬기가 물을 흡수하는 전술 – 출처 : sdis06
그림 12. 프랑스 산불진화차 물탱크에서 헬기가 물을 흡수하는 전술 – 출처 : sdis06

독일에서는 다수의 소형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산불진화드론을 개발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에서 구상하는 바가 실현된다면 산불진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제반조건이나 사용하게 될 산불현장의 양상, 소방력의 여건 등에서 해결과제가 있기 때문에 향후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국 춘천소방서 대응총괄과장 
조현국 춘천소방서 대응총괄과장 

외형적으로 보면 독일의 산불진화 드론개발 프로젝트는 진화방법의 또 다른 방법을 찾고자 하는 시도겠지만, 그 바탕에는 갈수록 더 위험해지는 산불현장에서 대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필자 역시 산불진화 드론의 개발에 있어 성능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동원되는 진화인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불진화드론은 진화헬기를 대체하거나 소방차를 대체할 정도의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2025년 3월28일

조현국 춘천소방서 대응총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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